미국의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 결정을 규탄한다 !
모든 점령군은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주한미군은 집으로 돌아가라 !


1.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주한미군 2사단 1개 여단을 이라크에 파병한다는 방침을 통보했고 한국정부가 이에 합의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보수언론에서는 ‘안보공백’이니 ‘외국자본 투자 기피’니 ‘한국이 추가파병하지 않은 탓’이니 온갖 거짓말을 해대며, 시대착오적인 한미동맹 강화를 부르짖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 결정이 이라크를 철저히 군사력으로 제압하려는 목적과 ‘선제 예방공격’ 전략에 따른 신속기동군으로의 재편이라는 미국의 군사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2. 첫째, 이라크 민중의 끈질긴 저항에 따른 전쟁상황 악화와 수감자 고문,학대로 인한 국제적 비난에도 미국은 더 많은 군사력을 파병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이라크에는 이미 13만이 넘는 미군과 수만명의 용병집단이 있음에도 이라크 민중들의 저항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군사력으로 이라크를 통제하는 것이 이미 불가능해졌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라크 미군 주둔이 재앙을 부른 원인임을 잊은 채 이를 더 늘리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무력에만 의존함으로써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실패를 인정하고 모든 점령군을 즉각 철수시켜야 한다. 점령과 학살, 고문과 학대, 거짓말과 부도덕으로 일관한 미국의 침략전쟁은 전 인류의 양심과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받아야 한다.


3. 둘째, 주한미군을 빼가는 것은 미군의 해외주둔 재편전략에 따른 것일 뿐이다. 미국은 자신의 사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 예방공격론’을 표방하였고 이에 따라 미군을 전 세계 어느 곳에나 신속히 파병하여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걸림돌이 되는 체제나 집단을 제거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해왔다.
동아시아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신흥시장으로서 미국경제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며 다른 지역의 분쟁이 이곳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고, 한/미/일 삼각동맹 아래 중국의 부상을 제어해야 하는 군사적 요지이다. 미국은 주한, 주일 미군을 총괄하여 아시아 지역 어디든 투입 가능한 체제로 재편하려고 한다. 여기서 전제는 한국군과 일본군의 역할이 급증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한강 이남으로의 이전은 소위 ‘안보공백’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북아를 더 불안하게 할 뿐이다. 동북아 주둔 미군의 유연성 확보는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초래하고, 북한 등 인근 지역에 대한 선제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아시아의 군사력 증강을 부추기는 것은 미국의 ‘무장한 세계화’ 전략이다. 우리는 이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한미동맹, 나아가 한/미/일 삼각동맹을 해체해야 한다.


4. 셋째, 노무현 정부는 예의 그 ‘자주국방론’을 펼치면서 보수집단의 논리에 대응하고 있지만 사실 자주국방론은 미국과 일본을 정점으로 하는 경제통합 즉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속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산 아래 머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110억불이나 들여서 주한미군 전력증강을 하는 것이나, 한국군 무기를 증강시키는 것,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는 것 등은 이러한 구상에 따른 것이다. 대미종속과 군비확대는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주의를 추종하는 것이며 한반도 주변의 불안과 군사적 갈등을 부르는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과 ‘한국군 파병’은 별개라며 한국군 파병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서도 드러난다. 물론 우리는 최후의 발악과도 같은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과, 미국의 학살전쟁에 동참하는 한국군 파병은 별개의 문제며 어느 것도 민중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5.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추진하고 이를 군사주의 확대로 보호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전 세계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를 무작정 추종하는 것은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미 미국은 이라크에서 패배함으로써 그 전략이 파탄났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전쟁에 반대하는 전 세계 민중들은 새로운 정의와 평화, 다른 세계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를 거스르는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미군은 이라크가 아니라 집으로 가야 한다. 더불어 이라크의 모든 점령군은 즉각 철수하고 한국군 파병도 철회되어야 한다.


2004. 5. 19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