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와 그를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
- 서울대 병원장은 교섭에 성실하게 참여하라!<br>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의 파업이 오늘로서 22일째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은 서울대병원이 현재 잠정중단된 산별교섭을 핑계로, 파업이 중단되어야 교섭을 진행할 것이라 말하며 교섭자체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은 산별교섭에서 지부별교섭으로 전환된 것이며, 교섭은 중단된 것이 아니다. 서울대 병원장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민주적 권리를 부정하고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등 몰상식한 행위를 중단하고 교섭에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다.

병원과 언론은 ‘환자의 불편과 고통’을 이유로,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실질적으로 부정하고 탄압해왔다. 이러한 호도는 매년 300억 원이 넘는 국고지원을 받는 국립병원, 서울대병원이 오히려 환자의 고통을 볼모로 지나친 이윤을 추구하고, 병원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 왔다는 진실을 가리는 일이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다인병실 확보와 부당한 고액병실료 인하, 지정진료제(특진제) 폐지, 입원환자의 TV무료시청, 무료주차제를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건강보험급여기준으로 별도의 병실료를 받지 못하게 되어 있는 6인실 이상의 병상 비중이 42.8%에 불과하다. 이는 법정기준인 50%에도 못 미칠 뿐만 아니라 국립대 병원 중 최하의 비율이다. 또한 서울대병원은 이러한 다인용 병실을 2주 이하의 입원환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장기입원환자에게 엄청난 의료비를 부담시키고 있다. 또한 이러한 입원환자가 이용하는 2인 병실료가 하루 11만원을 넘어, 서울대병원이 환자를 대상으로 ‘방장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임에도 입원환자의 TV시청료와 주차료까지 따로 받고 있으니, 돈 없는 사람은 가보지도 못할 곳이 국립병원, 서울대병원인 것이다.
환자의 진료선택권을 보장하고, 국립대병원 의사의 임금보전을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선택진료제(특진제)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몸이 아픈 환자의 입장에선 비싼 특진료를 부담하더라도, 교수 같은 수준 높은(?) 전문가들에게 진료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선택진료제는 이러한 환자들의 상황을 이용하여 의사별로 진료비를 차등화한 제도이며, 이 차등료를 환자에게 전적으로 부담시킨 제도인 것이다. 또한 서울대병원은 선택진료에 의한 수익에 따라 의사의 월급을 차등화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이는 환자의 진료선택권은 고사하고, 오히려 특진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러한 선택진료제는 사립병원까지 확대 도입되었다. 결국 국립대병원이 앞장서서 환자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조의 요구대로 이러한 선택진료제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 중에서 비정규직 직원이 31%로 가장 높다. 전체직원 4,699명 중 무려 1450여 명이 비정규직이다. 간병인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포함하면 이 숫자는 더욱 커진다. 주5일제 실시에 따른 인력충원 문제를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국립대병원의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장기파업 중인 경북대병원에서는 얼마 전 31명이 근골격계 산재 집단발병이 일어나 그 심각함이 알려진 바 있다. 환자와의 인간관계가 중요한 의료서비스에서는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노동조건이 진료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세계 보건의료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서울대병원은 노동조합의 표준적이고 모범적인 진료를 위해 적정한 진료를 위한 인력충원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서울대병원은 전자의무기록(EMR)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질병정보의 전산화를 통한 데이터베이스화는 교육계의 NEIS 문제와 그 본질이 같다는 점에서 우리는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의 EMR 사업 중단요구를 지지한다.

한국의 대표적 국립병원이 병실료 차액을 챙기기 위해 다른 국립대병원보다 훨씬 적은 다인용병실을 가지고 있고, 다른 병원보다 비싼 병실료를 받으며 특진제를 통해 환자에게 부당징수를 하고 있다. 국립대병원 중 가장 높은 비율의 1500명에 가까운 비정규직 직원을 고용하고 노조와 사회단체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감함 질병정보 전산화를 추진하며,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노동조합의 결성도 제대로 허용하지 않는 것이 현재 서울대병원의 모습이다. 서울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바로 노동조합의 공공성 강화 요구와 노동자의 민주적 권리의 요구를 즉각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의료공공성 강화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흔들림 없이 투쟁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며, 다시 한번 서울대병원과 관련 당국의 문제 해결을 위한 성실한 태도를 촉구하는 바이다.

2004년 7월 1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