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정부여당은 테러방지법 재추진 즉각 중단하라.

또다시 왜 테러방지법인가?

열린우리당은 국무총리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가 대테러 활동 및 테러 행위에 의한 피해자 보상에 관한 법률안’(테러방지법)을 추진,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김선일 씨 죽음 이후 테러에 대한 포괄적인 대책이 미비함을 언급하며 제정 의지를 밝힌 바 있으나, 역시나 국정원 권한 강화라는 비난이 일자 잠잠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왜 또 지금인가.
2001년 911 테러 직후,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을 법안 발의하였다. 인권사회단체는 물론 정부치권 내에서도 존재하는 국정원의 국정원 권한 강화라는 비판에 스스로 꼬리를 내린 후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재추진 시도되었다가 김선일씨의 죽음이후, 그리고 지금 다시 제정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재추진 의지는 미 대선으로 세계인들의 테러에 대한 공포와 우려를 핑계로 다시금 부활하였다.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금융세계화 질서에서 보다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정부 입장에서 이러한 태도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3위 규모의 이라크파병을 지속하고 미국의 대테러전에 동참하는 행위는 배제와 직접적인 폭력에 노출된 전세계 인민의 분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동참과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부하는 민중들의 의사를 배반하고 강행한 파병이 불러오는 위험을 테러행위와 테러동조 탓으로 돌리려는 발상이다. 미국이 세계적 금융질서 재편에 따르는 위험을 전세계 인민들에 대한 통제와 자기검열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에 정확히 부합하는 정부여당의 발상에서 테러방지법은 끊임없이 태동하려는 것이다.

민중통제를 정당화하는 정부여당의 기만성을 규탄한다.

정부여당은 대테러센터를 국정원 산하가 아니라 총리실 산하로 두고 위원장을 국무총리로 두기로 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라며 쟁점 하나는 교묘히 피해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대테러위원회에 국정원장이 각계부처 장관과 함께 참석할 뿐만 아니라, 대테러관련 업무에 있어 국정원이 핵심적 기능을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미 지난달 대북/테러 관련 정보수집체제를 국정원 중심의 정보공동체 추진으로 개편하겠다는 정부여당의 방침이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테러방지법의 문제는, 국내 외국인, 외국인과 접촉한 사람에 대한 금융거래, 통신 내용 확인 등을 해당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 등 테러예방을 명분으로 민중들에 대한 감시, 통제를 제한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미 이주노동자들이 반한외국인으로 규정되어 구속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것이 법안으로 명시될 경우 111신고전화 한통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부당한 수사와 탄압을 자행하는 인권유린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테러방지법은 지난 56년간 민중의 사상과 이념을 검열해 숱한 인권유린을 자행해왔던 국가보안법보다도 전면적인 민중통제와 억압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제국주의의 추수에 따른 위험을 전인민에 대한 통제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여당의 반민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재 국회를 파행으로 이끄는 한나라당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 국회를 정상화하고 열린우리당의 개혁입법이 조금 더 개혁적일 수 있도록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테러방지법과 비정규노동법개악안, 파병연장동의안, 각종 FTA 비준 등 민중의 삶을 벼랑끝으로 내몰 각종 반민중적 법안들의 수임자가 바로 정부여당인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미온적 태도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과연 오늘날의 민중의 적이란 개혁을 발목잡는 한나라당 뿐인가? 돌출적인 개혁과제의 나열로 쟁점을 호도하고 민중들의 정치변화의 열망을 팔아먹는 가운데 신자유주의 정책을 점점 노골화하는 노무현정부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이 요구된다. 이러한 투쟁만이 테러예방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질 통제와 억압, 또다른 악법의 굴레를 내팽개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테러방지법 제정 즉각 중단하라!

이라크파병군을 즉각 철수하라!

2004. 11. 8.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