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조 운동의 진정한 혁신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한다. - 민주노총 지도부 사퇴에 부쳐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가 조합원들의 항의 속에 열린 20일 기자회견에서 사퇴의사를 밝혔다.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구속 이후 지난 10여 일 동안, 즉각적인 사퇴 거부와 민주노총 사무총국의 집단사직, 그리고 각 지역과 연맹 활동가, 조합원들의 사퇴요구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난 뒤의 일이다. 민주노총 핵심지도부의 비리행위라는 사건이 상징하는 노동운동의 위기의 심각성만큼이나 짧은 기간 동안 격렬한 논쟁이 촉발되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뒤늦은 사퇴는 활동가와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이 어떠해야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강승규 수석부원장이 비리혐의로 구속된 이후, 지도부가 즉각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요구와 하반기 투쟁을 책임지기 위해서 내년 초에 조기선거를 실시해야한다는 입장의 충돌은 단지 지도부 사퇴 시기를 둘러싼 논쟁은 아니었다. 민주노총의 혁신의 방향과 방식에 대한 쟁점이 내포된 논쟁이었다. 지도부 사퇴를 계기로 이 논쟁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발전적으로 더욱 활성화되어야한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사퇴는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논쟁과 대안 수립, 공동의 실천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한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이번 사퇴는 그 자체가 사용자와의 야합, 비리의 결과가 얼마나 엄중한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다. 그러나 사퇴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본격적으로 민주노총과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을 위한 노력이 이제부터 시작되어야한다. 긴급하게 구성될 민주노총 비대위는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제기된 혁신에 대한 기층의 요구를 더욱 확장시키고 새로운 국면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논쟁을 봉합하고 지도부 선거 시기까지 조직을 수습, 관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논쟁 속에서 폭발적으로 제기된 혁신의 요구가 결집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 해야한다. 또한 당면한 하반기 투쟁이 엄중한 상황이다. 덤프연대와 화물통합(준), 건설운송노조의 투쟁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엄호하고 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 쟁취, 노사관계 로드맵 분쇄 투쟁을 조직해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은 이러한 투쟁을 공동으로 책임지며 연대성을 강화하면서 이루어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총 비대위는 책임있게 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야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핵심지도부의 비리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을 위한 열의 혹은 위기의식이 폭발적으로 제기된 계기이기도 했다. ‘위기’로 시작했지만, 이 속에서 아래로부터 제기된 민주노조운동 혁신의 의지를 모아내는 ‘호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노력이 필요하다. 2005년 10월 21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