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대추리의 검문소를 치워라!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에서 지난 10개월간 벌어졌던 일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기억되고 있다. 한편으로 대추리와 도두리는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오랜 투쟁과 여기에 연대했던 많은 시민들의 싸움을 통해 평화적 생존권의 중요성과 의미를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평택은 국가정책의 수행이라는 이름아래 국가폭력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잔인하게 자행될 수 있는지 우리에게 가르쳐주기도 하였다. 평택에서의 싸움은 그래서 한편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싸움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폭력으로 유지될 수 밖에 없는 노무현 정부의 국가폭력에 대항한 싸움이었다. 그 국가폭력의 가장 가운데에 여기 경기도경을 비롯한 경찰이 있었다.


경기도경과 경찰은 평택에서 어떻게 국가폭력을 자행해왔는가? 우리는 다시 지난 5월의 사태에 대해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을 앞장세운 국가는 농민들로부터 대추 초등학교와 농지를 빼앗기 위해 대규모 인권침해를 사전에 계획하고, 대추리 도두리에서 대대적인 국가폭력을 자행했다. 경찰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했다.  5월 4일 경찰이 휘두른 방패와 곤봉에 의해 460명이 부상당했고, 5월 5일에도 경찰폭력에 의해 부상당한 사람만 100여명이 넘었다. 5월 5일 밤에는 아예 경찰병력이 대추리 도두리 일대를 완전 장악하였고, 마을 전체가 게엄과 같은 상황에 빠지기도 하였다. 경찰은 눈에 띠는 모든 사람들은 무차별 연행했고, 영장 없이 가택에 침입하는 등 무법천지의 극단을 보여주었다.   


평택 주민들을 향한 경찰의 국가폭력은 5월 5일 이후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경찰은 대추리와 도두리로 들어가는 모든 입구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주민들과 시민들의 통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주민들과 시민들의 통행을 제한하면서, 그 근거로 불법집회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추리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통행을 제한할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이 몇 가지 법조문을 읊으면서 막무가내로 주민들과 시민들의 통행을 제한하는 사이, 주민들의 일상은 남김 없이 파괴되었다. 우리는 단 한 가지만 묻고 싶다. 대추리 일대를 경찰병력으로 둘러싸고 시민들을 통제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경찰이 과거 유대인을 게토로 몰아 넣고 탄압했던 파시즘과 도대체 다른 점은 무엇인가? 


너무나 늦었지만 다행인 것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의 이 같은 불법행위를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시정권고를 내린 것이다. 경기도경을 비롯해 경찰이 자행하고 있는 무차별 불심검문 과 외지인 출입금지 조치가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라고 규정한 불법 불심검문과 출임금지 조치에 대해 경찰에 반응하는 모습은 너무나 미온적이다. 경찰은 예전에 비해 불심검문을 하는 횟수가 많지 않고, 또 예전에 비해 이 일대 통행이 더 자유로와졌다며, 자신들이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것 처럼 자랑한다. 하지만, 대추리 일대의 검문소는 여전하고, 또 마을 입구마다 경찰병력이 상주하는 것 또한 여전하다. 검문소가 존재하고 경찰이 상주하는 이상 언제든 경찰은 마음만 먹으면 불법검문과 통행제한을 자행할 수 있는 것이고, 이 때문에 대추리와 도두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심리는 언제나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한다면, 경찰이 취할 태도는 오직 한가지 밖에 없다. 검문소와 경찰병력을 철수함으로써 불법검문과 통행제한의 가능성을 스스로 접는 것이다. 경찰이 이를 행하지 않고 대추리 일대에 검문소와 경찰병력을 잔존시킨다면, 이는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같은 헌법적 권리를 파괴하는 위헌행위라고 우리 인권단체들은 주장한다.   


인권은 한번 파괴되는 순간 되돌리기 힘들다. 경찰의 통행제한 때문에 평택 주민들이 겪었던 수 많은 고초와 인권침해는 그 누구도 보상해줄 수가 없는 상황에 도달해있다. 경찰이 바로 이런 폭력행위의 주체였다. 여기 경기도경이 앞장서서 대추리 도두리를 인권침해의 그늘로 내몰았다. 그러므로 검문소와 경찰병력 을 철수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평택에서 경기도경을 비롯해 경찰이 자행한 국가폭력을 기억하고 그 낱낱을 밝혀내 처벌하는 투쟁의 시작일 뿐이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경기도경을 향해 이점을 분명히 해둔다.    



2006년 12월 8일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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