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서울고등법원은 서울지방노동청의 이주노조의 설립신고서반려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했다. 법원은 “불법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면서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이상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이므로 노조의 주된 구성원이 불법체류 외국인이므로 노동조합 설립이 안 된다는 노동청의 주장이 부당함을 분명히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부는 이번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상고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노동부는 이주노조의 설립을 인정할 경우 강제출국 위기에 처한 불법체류자들이 노조설립을 통해 저항하여 마치 사회에 큰 혼란이 올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이번 판결이 국제적 기준에도 어긋나는 의외의 판결이라며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의 단속․추방 정책으로 인해 확인되는 경우만 해도 일 년에 수십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하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혼란이고 사회적 문제 아닌가. 또한 국제적 기준 역시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UN 이주노동자권리협약 제26조는 불법체류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이주노동자에 대해 노동조합 기타 단체의 회의 및 활동에 참가하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ILO 기본협약인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제2조는 노동자는 어떠한 차별없이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을 갖는다고 하고 있고 ILO 이주노동자 권고(1975년, 제151호)는 불법체류 근로자의 노동조합원의 자격과 노동조합권의 행사에 대해서도 현재 및 과거의 고용으로부터 나오는 권리는 보장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적 기준으로보아도 이주노동자들은 그 체류자격 여부와는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활동에 참가할 권리가 있음에도 유독 한국정부만 고집을 부리며 자의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불법체류 상태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단속과 추방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이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부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한국 정부야 말로 헌법과 노동법을 무시하며 자의적으로 권력을 휘둘러 왔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한국 정부는 이번 판결을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과 정책을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새롭게 수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만약 노동부가 이번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를 한다면 우리는 이를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되돌리려는 시도로 간주하고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다.

2006년 2월 8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