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적 이주노동자 정책을 끝장내기 위한 대중투쟁을 호소한다

살인적 단속추방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전면적으로 제기하자


2월 11일 발생한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사건은 정부의 반인권적 이주노동자 정책이 불러온 예고된 참사였다. 정부와 경찰은 이주노동자의 방화와 관리 행정의 누수로 이번 화재의 원인을 몰아가고 있지만 이는 사건의 본질을 은폐하려는 시도이다.

첫째,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명확한 증거도 없이 방화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며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목격자의 진술은 이에 따라 계속 바뀌고 있으며 심지어 멀쩡한 라이터를 화재현장에서 뒤늦게 발견하고는 대단한 증거라도 발견된 양 떠들고 있다. 더구나 직접적인 화재원인과 상관없이 왜 대형사고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수사는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다. 여러 목격자들의 증언은 이주노동자들을 오로지 감금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시설과 생명을 살리기보다 이주노동자들을 가둬두는 것을 더 중시했던 출입국 관리직원들의 행태가 대형 사고를 불러왔음을 밝히고 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진상발표에서 누락시키고 있다.

둘째, 화재까지 이르게 된 여수 외국인보호소 내의 총체적 상황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 경찰에 의해 방화용의자로 몰리고 있는 고 김○○씨는 지난 1월 16일 출입국 관리직원들의 구타로 인한 병원치료를 외부 단체에 요청한바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보호소에서 이루어지는 구금은 신병확보를 위한 것이지 징벌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용역으로 진행된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일상적인 욕설과 구타, 인격모독은 물론 외부와의 서신왕래나 종교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CCTV의 감시 속에서 1인 당 1평 남짓한 공간에 갇혀 길게는 1년 까지 지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반인권적인 환경에 그저 체류자격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갇혀 지내는 이들의 심정을 상상해 보았는가?

셋째, 더구나 왜 이들이 강제수용소에 감금되어야 했던가? 사망한 한 이주노동자는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청에 신고를 하러 갔다가 허가된 업종이 아닌 다른 업종의 노동에 종사했다는 이유로 구금되어야 했다고 한다. 정부가 지금도 혈안이 되어 단속하고 수용소에 가두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노동현장에서의 심각한 착취와 차별에 못 견뎌서 출입국관리법의 경계를 넘어선 사람들이다. 노예제도나 다름없는 산업연수생제도와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이들에게 자신의 정당한 요구를 주장하고 실현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 채 그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차별과 착취를 묵묵히 감내하거나 아니면 미등록의 상태를 선택하게 만들어 왔다. 정부는 스스로 미등록 노동자를 양산해 왔음에도 이들을 ‘범죄자’로 낙인찍고 이들을 단속하고 추방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을 미등록의 상태로 내모는 잘못된 이주노동자 정책, 이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이루어지는 단속추방,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이 되지 않고 있는 반인권적 ‘강제수용소’, 이 모든 것이 끔찍한 화재 참사의 근본적 원인임이 명명백백하다. 이러한 진실을 은폐하려는 모든 시도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두 번 죽이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이 끔찍한 화재로 안타까운 생을 마치게 된 이들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명확하다. 그것은 무엇보다 이 끔직한 사태의 원인이 바로 우리의 사회에 있으며 그 해결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의 몫임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십수 년 동안 스스로의 투쟁으로 외쳐왔고 이러한 요구의 정당성을 안타까운 죽음으로 호소하고 있는 절박한 요구에 귀 기울이고 우리의 긴급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화답해야 한다. 단속추방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의 전면적인 보장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함께 싸워 나가야 한다. 이윤추구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자본과 국가에 맞서 이 땅 민중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한다. 여수 화재 참사를 이주노동자들의 책임으로 뒤집어씌우려는 이 추악한 세력에 맞서야 한다.

이미 그 싸움은 시작되고 있다.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가 여수 현지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만들어져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2월 25일 도심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수용소 폐지, 단속중단과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여수 화재 참사를 이주노동자들의 책임으로 뒤집어씌우려는 이 추악한 세력에 맞서기 위한 우리의 힘은 아직 부족하다. 이주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는 민중의 행진을 시작하자. 이 후안무치한 정부를 규탄하는 항의의 행동을 전개하자. 수용소 폐지, 단속중단,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의 요구를 가지고 25일 집회로 결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