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원 총기 사망사건에 대한 성명

1. 미 점령군을 돕기 위해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 자이툰 부대 장교 한 명이 지난 19일 총상을 입고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숨진 부대원과 유족에게 깊은 조의를 표하며, 이러한 죽음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방부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고 발표했고 자살이나 부대원 간의 다툼에 의한 살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이는 자이툰 부대 주둔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막 한 가운데 고립되어 언제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서 사건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철저하게 진상규명되어야 함은 물론, 하루빨리 철군하는 것만이 이라크의 평화와 안정, 병사들의 안전을 위한 해답이다.

2. 언론들에서는 이 사건이 자이툰 파병 이래 첫 사망사고라고 하지만, 이미 사망사고는 여럿 있었다. 2003년 11월에 이라크에서 오무전기 노동자 2명이 차량 이동 중 습격당해 김만수, 곽경해씨가 사망했고 2004년 6월에는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무장단체에 납치되어 파병철회를 호소했지만 노무현 정부의 파병강행으로 희생되었다. 2004년 노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 전날인 12월 7일 자이툰 부대 홍모 상병이 쿠르드 민병대 대원에게 사고로 K-2소총을 발사하여 사망케 했다. 이 사건은 은폐되었다가 5개월 만에 발표되었다. 2004년 11월에는 태화전공 소속 노동자 정모씨가 자이툰 영내에서 페인트 작업 중 페인트통이 터지면서 사망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자이툰 부대 내외의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3. 더욱 심각한 것은 자이툰 부대가 저항공격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자이툰 부대는 미군의 점령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미국, 영국에 이은 3번째 규모의 파병 부대이다. 또한 친미 성향의 쿠르드 족 지역에 주둔하고 있어 이라크 저항세력들의 공격위협이 계속 있었다. 2004년 10월에 자이툰 부대 정문 왼쪽 외곽경계선 800m 지점에서 폭발물이 터지기도 했고 2005년 5월에는 저항세력이 자이툰 부대 외곽 4~5km까지 접근하여 곡사포, 로켓포 4발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는 자이툰 부대가 쿠르드 군대를 훈련시키고 유엔 이라크원조기구(UNAMI) 청사 경계임무를 맡기로 하는 등 저항세력을 자극한 결과였다.
미국의 종파별 분할 점령정책으로 인해 이라크 내 종파간 갈등이 커지면서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아르빌 지역에 대한 공격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달에만 해도 지난 9일과 13일 잇따라 차량폭탄 공격이 발생해서 수십 명이 사망했다.

4. 더 이상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미룰 수 없다. 미군은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진 지 오래며, 상황을 개선시킬 의지도 능력도 없이 이라크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 점령군에 대한 저항세력의 공격도 늘어만 가고 있다. 미군과 자이툰 부대를 비롯한 점령군의 존재 자체가 최대의 문제인 것이다. 미군과 이라크 정부는 이미 이라크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지 오래고 바그다드에 대한 치안도 장악하지 못한 채 민중의 고통만 키우고 있다. 민중의 비극만 확대하는 점령은 중단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파병의 잘못을 시인하고 즉각 철군해야 한다.

 

2007. 5. 21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