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악수’로 드러난 공공비정규대책

- ‘말바꾸기’로 신뢰 잃고 민간부문 선도는커녕 ‘비정규법 회피’ 지침서꼴


1. 정부가 지난 6월26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무기계약 전환, 외주화 개선계획>은 내용과 형식, 결과와 절차가 모두 하나같이 수준미달인 정책이다. 특히 ‘민간부문을 선도하는 공공비정규정책’이라는 공언과 달리, 오히려 현행법을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는 ‘비정규직 활용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더하고 있다. 정부발표 직후 줄지어 쏟아져 나온 노동운동 진영의 반박성명에서 드러나듯, 되레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는 꼴이다.


2.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애초 스스로 발표한 내용과는 동떨어진 무기계약 전환원칙을 밝혔다. 즉 ‘상시지속 업무’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총리훈령 내용과는 다르게, ‘2년 이상 근속자’만을 무기계약화할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민간부문에서 비정규법 회피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2년 주기 교체사용’을 공공부문에까지 확대해 차용하겠다는 것으로, 스스로 만든 현행 비정규법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친절히 안내한 셈이다. 특히 이는 이상수 노동부장관이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2년 이상 근속 기준 이외에도, 해당 직무가 2년 이상 지속된 경우 무기계약화 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과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으로, 정부정책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신뢰마저 져버린 내용이다.


3. 같은 직무에 종사하고 있더라도 어느 기관에 소속돼 있느냐에 따라 무기계약 대상이 결정되는 점도 문제다.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보편성 자체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각 기관이 제출한 전환계획서를 심의하는 수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차원의 구체적인 실사나 해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견수렴은 전혀 없었다는 점 역시 규탄받아 마땅하다. 민간부문으로 치자면, 최고경영자가 인사관리자 의견만 듣고 일방적으로 노동조건을 결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정책의 중립성 상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4. 외주화의 핵심기준인 ‘고유(핵심)업무’에 대한 판단여부를 각 기관에 전적으로 맡긴 것 역시 외주화를 부추기는 결과로 드러날 우려가 높다. 이러다보니 총 277개 업무 71,724명에 달하는 외주화 인력 중, 직접수행으로 전환된 숫자는 0.5%인 354명에 불과하다. 이번 발표로 늘어날 외주화․용역 규모를 생각하면, 결국 정부는 ‘무기계약화’를 핑계로 외주화만 부추겼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5. 이외에도 무기계약화와 차별시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아무런 예산증액 없이 기관별로 자체충당토록 한 점이나, 미전환자의 이의제기 역시 직접 사용자의 위치에 있는 각 기관이 우선 판단토록 한 점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지적돼온 내용이지만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발표됐다. 또 ‘별도 인사규정과 직급’을 두는 방식을 통해 비정규직법 관련 최대쟁점인 ‘분리직군제’를 공식적으로 승인한 점 역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6.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애초 ‘공공부문이 선량한 사용자로서의 모범을 보여 민간부문을 선도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이번 정부발표를 보면, 아무리 긍정적으로 해석해도 이 같은 취지가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5월 발표하기로 했던 무기계약화 전환대상 발표가 한 달 가까이 지연되는 ‘장고’ 끝에 결국 ‘악수’로 드러났다. 해택을 받아야 할 해당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히려 격분하고, 노동운동 진영이 크게 반발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진심을 찾아볼 수 없는 생색내기 대책발표를 거두고, 노동운동 진영과 해당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정규직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2007. 6. 26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