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공무원노조의 갈등에 대한 민주노총과 운동진영의 원칙 있는 태도를 촉구한다.


 2002년 3월 23일, 민중운동의 지지와 엄호를 받으며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출범한 지 5년여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의 사회적 위치와 특성상 민주노조로 굳건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많은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해직자들의 헌신적 활동을 바탕으로 어느 노동조합보다도 반신자유주의 투쟁에 앞장서 왔으며, 억압받는 민중들과 함께 투쟁하며 민주노조로서 굳건히 성장해왔다.


 그러나, 2006년 행자부의 지침과 야만적인 사무실 침탈 등 노무현 정부의 비이성적 탄압은 공무원노조 내홍과 갈등(법내/법외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고, 끝내 지난 6월 23일 법내 설립신고를 주장하던 흐름이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약칭 민공노)을 출범하여 조직적으로 분리되었다.

 2006년 정권의 대대적인 탄압에 맞선 공무원노조의 투쟁을 힘 있게 엄호하지 못하고, 또한 공무원노조 내부 갈등이 이러한 상황까지 전개된 것은 민주노총, 더 나아가 남한 사회운동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며, 운동진영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지난 6월 23일, 공무원노조가 진영옥 수석 부위원장, 김은주 부위원장, 주봉희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역에서 공무원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총력투쟁을 진행하였고, 같은 시각 88체육관에서는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 남궁현 건설연맹 위원장, 이영희 민주노총 정치위원장, 민점기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무원노조특별법 수용 측 비상대책위원회가(비대위)가 대의원대회를 열고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7일, 공무원노조의 단식농성장을 찾아 “공무원노조에 당연히 정통성이 있다”고 표방하였으나,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나는 혁신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데”라며 “이 획일화된 운동을 가지고는 21세기 운동을 지향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해 민주노총이 산하 연맹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조직적 분열을 더욱 부추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현재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내부 갈등을 대하는 민주노총 혹은 민중운동진영의 태도가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세우는 과정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칫 특정 정치적 성향에 따른 자기세력 감싸기로 흐른다면 우리 운동에 되돌릴 수 없는 파괴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판단한다.


 6월 23일 출범한 ‘민공노’ 측에서 공무원노조 권승복 집행부에 대해 폭력행위(2.24 대대 단상점거), 반민주적 행태(대의원대회, 중집위원회 개최 요구에 대해 2.24 이후 4월초까지 1달여 미 개최)와 조합원 대상화 등을 근거로 현 집행부를 인정하지 않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름으로 독자적인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름으로 설립신고를 하려다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일부 조합원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름으로 설립신고를 미리 하는 바람에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으로 이름을 바꿔 출범을 하였다.

 ‘민공노’ 측에서 주장하는 대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집행부의 지도력의 취약함과 비민주성을 십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모든 부당한 행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정권의 가혹한 탄압이라는 조건에서 원칙적인 투쟁이냐/조직보존이냐 혹은 민주노조 사수냐/노사협조주의의 득세냐 하는 논점을 차치하더라도,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된 위원장이 문제가 있다면 정상적으로 탄핵을 하여 집행부를 교체할 문제이고, 탄핵할 수 있을 만큼 대중적 공감대를 조직하지 못하면 차기 선거까지는 인정하거나, 도저히 인정 못한다면 탈퇴하여 별도의 행보를 할 수는 있다.


 ‘민공노’는 이러한 규약에 따른 혹은 상식있는 행보가 아니라 조직내에 ‘통추위’, ‘비대위’ 등의 별도 조직을 만들고, 규약 상 권한이 없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또한 버젓이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된 위원장이 존재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으로 설립신고를 공공연히 추진했고, 결국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라는 별도 조직을 출범했다.


 ‘민공노’ 스스로 집행부에 대해 조합원을 대상화시킨다고 비판하며, 조합원을 주인으로 삼겠다고 주장하면서도, 규약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탈퇴와 별도 조직 건설의 문제는 조합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의 의사도 묻지 않고 파행적으로 추진했을 뿐만 아니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탈퇴하는 절차도 없이 임의로 조합원으로부터 걷은 조합비를 지부에서 임의 보관하는 등 조직의 규약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건데, 민주노총 나아가 우리 사회운동 전체가 오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내부갈등에 대해서 특정 정치적 견해에 따라 자기세력 비호로 일관한다면, 운동이 아니라 패거리주의로 흐른다면 우리 운동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의 향후 통합을 위해서라도 현 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고, 산하 연맹과 지역본부의 개별인사들이 공무원노조의 갈등을 조장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체 운동진영도 7월 21일 열리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의원대회에서 분리된 조직을 통합하는 혁신적인 조치가 결정될 수 있도록 분열에 대한 원칙 있는 태도록 견지하면서도 공무원조직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을 촉구한다.


2007년 6월 27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