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자본과 권력이 살해한 또 한 명의 비정규 노동자


1. 현대판 노예제도 비정규직을 철폐하자고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던 지난 10월 27일 인천건설노조 전기원 노동자 故 정해진 조합원이 분신, 사망하였다. 정해진 열사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 44시간 노동을 보장하라,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라 등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의 요구를 외치며 산화해갔다. 삼가 고인의 영정 앞에 추모의 뜻을 표한다.

하루 열 시간 이상 노동하며 휴일도 없이 시달리고 툭하면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비정규직 중의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건설 하청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은 비정규직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는 권력과 자본의 간접살해에 다름 아니다.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력을 쥐어짜고 하청에 재하청으로 책임을 떠넘기며 노동조합마저 인정하지 않는 자본의 더러운 행태와 비정규직을 확대 양산하면서 노동자 착취를 조장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을 위시한 권력의 작태가 이러한 죽음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2. 작년에도 포항에서 건설노동자들은 포스코의 악랄한 노동탄압과 착취에 맞서 싸우다 경찰폭력에 하중근 열사를 잃었다. 하중근 열사가 죽어간 진상도 규명되지 않았고 책임자도 처벌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건설 비정규 노동자들은 열사를 보게 된 것이다. 전기원 노동자들이 한국전력의 하청으로 2만 볼트가 넘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봇대와 철탑 위에서 위험한 작업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나 주 44시간 노동, 한 달에 두 번 토요일 휴무, 작업안전 등 가장 기본적인 요구도 파업 130일을 넘겼지만 달성되지 않았다. 자본 측은 교섭을 회피하고 용역들을 동원해서 노동자를 탄압하기 일쑤였으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였다. 100건이 넘는 부당노동행위가 고발되었지만 노동청은 하나도 처벌하지 않았다.


3. 오늘날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들은 자본권력, 시장권력이 판치는 세상에서 가장 억압과 착취를 받고 있는 이들이며 특히 건설현장의 비정규직들은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항상 요구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무권리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이미 노무현 정권이 만들어놓은 비정규직법은 비정규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법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현장에서 기업들은 외주화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터에서 절망을 느끼고 삶에서 좌절을 느끼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본과 권력의 명백한 간접살해인 故 정해진 열사의 죽음은 따라서 예외나 우연이 아니다. 이 나라 권력과 자본은 언제까지 이러한 죽음을 양산할 것인가?


4. 故 정해진 열사의 죽음은 건설 현장의 비정규직 노예제도를 철폐하라는 외침이다. 노동권을 보장하고 인간다운 삶을 존중하라는 절규이다. 법조차 무시하는 무법천지 자본권력을 해체하라는 명령이다. 노동조합의 활동, 파업의 권리를 인정하라는 노동자의 요구이다. 이러한 열사의 뜻을 이어 비정규직 철폐의 길로 매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해진 열사를 죽음으로 내 몬 책임자를 처벌하라 !

건설 비정규노동자 노동권을 보장하라 !

비정규악법 폐기하고 현대판 노예제도 비정규직 철폐하라 !


2007. 10. 30

사회진보연대(www.pssp.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