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권의 적(敵)은 누구인가
- 세계인권선언 53주년에 즈음한 성명서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 53주년 기념의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시민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제 권리 등 인간이 향유해야 할 인권의 보편성을 널리 제기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마땅히 옹호되어야 할 노동자 민중의 인권과 기본권을 짓밟고, 제국주의 전쟁과 민중 학살에 동참하고 있는 김대중 정권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대 아프카니스탄 보복전쟁을 '불량국가'에 대한 전쟁으로 확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면서 10주차에 접어든 전쟁의 기운을 세계적 수준의 '공안정국' 구상으로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편승하여 김대중 정권은 9.11 테러사건으로 무장을 한 경찰을 주요시설 곳곳에 배치하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테러방지라는 명분을 빙자하여 각종 반민중적이고 반인권적인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최소한의 민주적인 권리마저 짓밟을 수 있는 '대테러방지법'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 12월 6일 국회에서는 미국의 부당하고 반인륜적인 전쟁에 제동을 걸지 못할망정, 이를 지원하는 아프카니스탄 파병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인권은 이제 제국주의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해 무참히 파괴당하고 있다. 전쟁과 전세계적 공안정국의 조성은 민중의 죽음, 빈곤, 인성을 말살시키는 반인륜적 폭력행위일 따름이며, 인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제국주의 전쟁과 아프간 민중의 학살에 봉사하는 김대중 정권의 오늘날의 모습만 봐도,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얼마나 기만적인 사건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인터넷 등급제와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악 등 우리 민중의 입과 귀를 막는 반인권적 조치들이 김대중 정권하에서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이 2001년 7월부터 발효된 데 이어, 11월 1일 정보통신부 장관의 고시 마저 발효됨으로써, '유해매체표시제'와 '차단소프트웨어'를 양축으로 인터넷상의 검열체계는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국민을 기만하는 편견과 차별의 논리로서 검열기관 임의로 사이트 차단이 가능해졌으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더욱 억압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53년을 끌어 온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국가보안법은 김대중 정권 아래에서도 여전히 폐지되지 않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또한,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민중의 생존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경제위기의 심화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여성노동자는 생존권과 인권의 사각지대 속에 끊임없이 배제되고 있다. 실업은 만성화되었고, 불안정 노동은 확산되고 있으며, 민중의 생존권은 파탄 상태에 놓여 있다.
공교육은 파괴되고 사교육은 범람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파괴적 효과로 민중의 자녀들이 누려야 할 평등한 교육기회는 이미 해체되었다. 7차 교육과정의 도입과 사교육의 범람으로 교육에서의 차별은 더욱 확산되어 교육의 기회조차 박탈당할 위협에 처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닌가 말이다. 한편,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한 공공의료기관 민영화의 추진과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이 눈앞으로 다가와, 이제 돈이 없으면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글리벡 문제가 보여주듯이, 자본의 이윤논리에 의해 치료약이 있어도 죽어야 할 사람과 살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야 만 한다. 바야흐로 자본에 의한 살인이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사회에서도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 정권이 우리 민중을 위해, 우리 민중의 인권의 향상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 유린되고 있는 민중의 생존권과 인권상황을 되돌아 보여 이를 규탄하고자 한다. 김대중 정권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중단하고, 테러방지법 도입 시도를 중지하라. 그리고 인터넷등급제 및 시대의 악법인 국가보안법 등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악법을 하루빨리 철폐할 것을 준엄히 경고한다.

2001년 12월 10일
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