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면제한도 날치기 처리에 부쳐
: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는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하자!


지난 5월 1일 새벽,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기본 전제로 하는 근로시간 면제한도(타임오프)가 날치기 처리되었다. 근심위는 현 전임자 수를 절반 가까이, 많게는 10분의 1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노조활동을 옥죄려는 이명박 정권의 행보가 한 층 더 구체화된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 총력 투쟁을 5월 중순으로 연기해놓은 상태였다. 노조탄압에 맞서는 투쟁도 각급 산별노조·연맹들이 ‘천안함 사태’를 구실로 연기해 놓은 상태였다. 5월 중순쯤에나 처리될 것이라는 세간의 전망과 달리 이명박 정권은 근심위 표결을 대담하게 밀어붙였다. 이명박 정권의 노조 탄압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근로시간 면제한도 규정은 단지 ‘전임자의 숫자를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만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전임자 수를 얼마만큼 인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조합의 활동범위를 어느 선에서 인정할 것인가라는 쟁점이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면제한도라는 제도가 노조의 활동반경을 규정하는 법이데올로기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초기업단위 노조활동마저 무급활동을 각오하라는 마당에 대의원·간부의 사회운동 참여는 언감생심, 이제 더더욱 곤란한 상황이 되고 말 것이다.
복수노조 실행의 의미는 ‘기업단위’ 창구단일화라는 형태로 변질되었다. 여기에다 노조의 활동 범위마저 전임자 임금 지급 범위로 제약당하게 되고 말았다. 초기업단위 노조활동, 노조의 사회운동 참여가 실질적으로 제약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의식, 노동권에 대한 시민의 정치의식은 더더욱 후퇴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고립당하고, 무기력을 면치 못할 것이다. 결국에는 이 모든 상황이 노동자로 하여금 임금삭감과 고용불안을 받아들이게 할 것이며, 노예생활마저도 강요할 것이다.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후 노조법 재개정 투쟁을 위해서라도 근심위가 노동조합 활동을 ‘합법적으로’ 제약하려는 위원회에 불과했으며, 더 이상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점을 민주노총은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지난 5월 1일 근심위 결정을 단 한 줄도 인정할 수 없다는, 강력한 항의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사분오열 흩어져 있는 각급 산별노조·연맹들을 추슬러야 한다. 상호 투쟁의지를 믿지 못해 주저하고 있는 기층 노동조합들을 추슬러, 노조탄압에 맞서는 투쟁대오로 응집시킬 수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필요성, 노동조합운동의 필요성이 대중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그곳에서 논쟁과 토론이 전개되어야 한다. 노동조합 탄압에는 일체 물러서지 않겠다는 투쟁의지를 분명히 보여 주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주저했던 사이, 정권은 도리어 의표를 찔러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통과시켰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자체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보답하겠다는 식의 뜬구름 잡기여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의 투쟁이 필요하다. 노조탄압에 맞서는 민주노총의 투쟁대오가 현실에, 지금 이 순간에 있다는 사실을 대중적인 차원에서 확인시킬 수 있어야 한다. 실질적인 투쟁을 조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