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는 양일간의 폭력침탈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즉시 탄압을 중단하라!


2002년 3월 23일과 24일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새 장을 연 날이자 정권의 폭력 탄압을 다시금 확인한 날이다. 3월 23일 우리는 공무원 노동자들이 반세기 동안의 허울을 벗어던지고 '노동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미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을 결성하여 90만 공무원을 대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공무원 노동자들은 이날 각급 대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결성을 선포하여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조의 새날을 열고 탄압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대해 노동조합 인정과 노동기본권 완전보장을 요구하였다.


한편, 발전산업 사유화에 반대하여 한달 가까이 파업투쟁을 벌여온 발전노조는 정부와 사측의 '25일 9시 복귀하지 않으면 전원 해고조치'라는 최후통첩에 대해 결사항전으로 맞섰다. 24일 저녁부터 그동안 산개투쟁을 통해 발전 사유화 반대 투쟁을 전국민적으로 벌여온 발전 노동자 3000여명은 연세대로 집결해 정부와 사측의 기만적인 협박조치에 대해 단결과 연대로써 투쟁의 결의를 높였다.
이 두가지 사건은 따로 떨어진 우연의 연속이 아니다. 노동자와 민중의 삶과 권리를 무제한적으로 박탈하고 초국적 자본과 금융의 이익만을 보장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정권에 맞서 노동의 기본권을 옹호하고,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근본적으로 반대하기 위한 목표로 각기 일어선 '노동자 투쟁'이다. 따라서 그것은 민주노조의 건설과 투쟁의 역사를 계승하여 노동자 민중의 열망을 분출시키는 하나의 투쟁이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은 이에 대해 군사독재 시절을 방불케할 정도의 폭력 탄압으로 화답했다. 공무원노조 결성 현장으로 알려진 서울대를 원천봉쇄하여 침탈을 시도하더니 급기야 대의원대회가 열리던 고려대에 시커먼 군화발을 들이밀어 그야말로 '폭력으로 쳐밀고 들어가' 대의원들을 강제 연행해갔다. 그리고, 다음날 3000여 발전노동자들이 단결 투쟁을 드높이고 있던 연세대에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무력 해산시키고 노조원들과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가기에 이르렀다. 이 정권이 미치지 않은 다음에야 어떻게 공무원 노조 결성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전력 노동자 투쟁을 무참히 짓밟는단 말인가. 그렇다면, 과연 정부는 현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성실하게 대화하고자 노력했는가?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 사태를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을 기만하였다. 어떻게 국회의원들과 종교·시민사회의 원로급인사들의 협상노력조차 물거품으로 만들어놓고, 4000명에 이르는 전력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해고하겠다는 발상을 한단 말인가. 뿐만 아니라, 실제 조합원수가 6만5천이 넘는 공무원 노조의 출범을 탄압하고, 이들을 모두 범죄자로 몰아부치는 정권의 광기는 과연 그들이 이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라는 사실을 의심스럽게 한다.


우리는 강력히 경고한다.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중단되지 않으면 더욱 더 강력한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들불처럼 번져가리라는 것을. 아래로부터 터져나오는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는 탄압으로써 없앨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권과 자본의 실패를 인정하고 이제라도 민중의 삶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 뿐임을. 우리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권의 마녀사냥식 탄압에 분노를 금치못하며, 더 이상의 폭력탄압을 좌시치 않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오늘의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즉시 발표하고, 비이성적인 전력노동자와 공무원노동자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2002/3/25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