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촛불시위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종로경찰서는 광화문 촛불추모제와 관련, 3월 5일과 6일에 걸쳐 여중생 범대위 문정현 신부, 홍근수 목사, 이관복 선생 등 대표단과 최근호 상황실장, 김종일 공동집행위원장, 김홍열 기획위원장, 우위영 문예위원장, 이승헌 민주노동당 자주통일국장, 김배곤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등 9인에게 종로서 명의로 소환장을 발부했다. 작년 12월 7일 부터 3월 1일 까지 총7회에 걸쳐 진행한 여중생 촛불추모행사에 대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찰은 아무런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거니와, '추모'시위라는 '특수성' 때문에 집회를 허용한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는 촛불시위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경찰이 스스로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촛불시위의 불법성을 문제삼고 나서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촛불시위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이제 그만 자제해 달라는 주장을 펴왔다. 이와 동시에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탄압 역시 조금씩 늘어 왔다. 작년, 12월 31일과 2월 15일에는 사전에 허가되었던 집회장소를 봉쇄하고 집회의 원활한 진행을 가로막는 등 직접적인 탄압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촛불시위가 정당하다면 촛불시위에서 요구했던 핵심 사항들이 전혀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촛불시위가 중단되어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정당성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탄압을 가하는 상호 모순적인 태도는 지금의 정권이 촛불시위를 통해 분출된 국민적 요구를 자연스럽게 잠재우기 위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학생부터 노동자까지, 남녀노소, 직업, 종교를 넘어 수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을 지켜왔다. 효순이, 미선이의 죽음을 추모하는 촛불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불평등한 한미SOFA를 개정하며, 평화와 인권을 쟁취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소망과 의지였다. 우리는 아직 우리의 촛불을 내릴 수 없다. 효순이, 미선이의 죽음의 진상은 규명되지 않았고, 한미SOFA는 개정되지 않았다. 더구나 미국의 패권적, 군사주의적 전략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반미반전과 평화의 촛불을 더욱 높이 들어야 한다.

노무현 정권과 경찰당국은 촛불시위를 탄압하는 자신들의 행위가 남한 민중의 평화와 인권을 위한 의지를 짓밟는 것에 다름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범대위 관계자들에게 발부된 소환장의 집행을 즉각 취소하고 자유로운 집회의 권리를 보장하라! 그렇지 않으면 역사와 민중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2003.3.11.
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