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벡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허여할 국제적, 국내적 법적근거가 이미 존재하고, 인도약 수입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이 제출되었으며, 더욱이 복지부가 글리벡의 약가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특허청은 강제실시 불허결정을 내렸다. 특허청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이 전염성, 급박한 국가적, 사회적 위험이 적다는 점과 특허제도의 기본취지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점, 복지부의 조치로 환자의 실제부담액이 약가의 10%수준인 점, 글리벡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 강제실시 허여가 되지 않아도 자가치료 목적의 인도약 수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글리벡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글리벡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청구한지 1년이 넘도록 판단을 유보하고 있던 특허청은 환자의 약가부담상황과 글리벡 공급상황에 대한 구체적이고 충분한 실사조차 하지 않은 채 이를 강제실시 불허의 주요한 근거로 삼았다. 본인부담인하와 보험적용확대가 되었어도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반응을 보이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과 인터페론 치료에 실패하지 않은 초기 만성골수성백혈병, 보험적용 범위외의 초과분량에 대해서는 보험적용이 되지않으며, 글리벡의 치료 효과가 새롭게 드러나고 있는 일부 고형암(소세포성 폐암, 전립선암, 간암 등)등 약 400여명의 환자들은 고스란히 한달에 270~700만원의 약값을 지불해야한다. 뿐만아니라 비싼 약가 때문에 병원과 약국에서 글리벡 공급을 기피하고 있어 환자는 글리벡을 공급하는 병원과 약국을 찾아 전국을 헤매고 있다. 특허청은 이러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실에 대한 실사조차 없이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환자의 생명권보장에 대한 의지없음을 천명하였다.

글리벡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 청구는 TRIPS협정(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 제 31조의 강제실시조항과 우리나라 특허법 제107조의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상업적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 통상실시를 허용하고 있는 것에 근거한 것이다. 뿐만아니라 2001년 11월 14일 도하에서 채택된 WTO(세계무역기구) 각료선언문은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특히,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WTO 회원국의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협정이 해석되고 이행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서 각 회원국은 강제실시권을 부여할 권리를 가지고 강제실시권을 부여할 조건을 결정할 자유가 있음을 명시하였다.

그러나 특허청은 스스로 '급박한 국가적, 사회적 위험의 경우'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를 혼용하여 제약자본의 이익을 우선시하기위해 강제실시의 범위와 조건을 제한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행보와 같이 하였다. TRIPS협정과 우리나라 특허법에서 '급박한 국가적 위험의 경우'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를 구분하고 있고, WTO각료선언문에서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위한 조치로서 강제실시권을 부여할 권리를 명시하였음에도 이러한 취지와 권리를 포기하였다. 또한 노바티스의 배타적 이익과 기술개발, 산업발전을 등치시켜면서 마치 강제실시를 허여하는 것이 특허제도의 취지를 훼손한것인양 호도하였다. 특허권에 대한 침해나 도전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구현하려는 특허제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치로서의 강제실시의 취지를 훼손한 것은 특허청이다. 강제실시가 되더라도 노바티스는 자신의 권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강제실시권자로부터 대가(로열티)를 받게 된다. 의약품 강제실시는 특허권자만 독점 생산할 수 있던 약을 제3자도 생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특허권자의 독점이윤을 정당한 보상이윤으로 환원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아니라 특허청은 2002. 10. 18. 제2차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에서 배포한 자료에서 "TRIPS 협정 발효 이후 공중보건을 목적으로 한 의약품 관련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권 실시 사례는 공식적으로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사실과 어긋나는 주장을 하였는가하면 2차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가 있던 날 특허청 공보담당관인 박주익이 노바티스 아게 서울지사 대표에게 "먼저 보내드린 분쟁조정위원들 명단 받으셨죠? 아마 로비를 세게 하셔야 할 것입니다"라는 말을 전하는 등 편파적인 절차를 밟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글리벡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에 대해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복잡한 측면이 있다(한겨레 21 제438호. 2002. 12.12)'며 다국적 제약사와 미국의 압력, 무역보복을 당하면서 환자의 생명을 책임질 수는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불법적이고 관행적인 다국적 제약사와 미국의 압력을 고스란히 인정한 채, 강제실시라는 자국의 권리를 내팽개치고 환자들의 생명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발상을 끝끝내 실행하였다. 환자개인의 노력을 넘어서 국가차원에서 글리벡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싼 가격으로 치료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하기위한 방법은 약가를 인하하고, 강제실시를 허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해야할 대한민국정부는 약 800명의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생명을 개인의 책임으로 만들었다. 치료제를 구하기위해 환자가 전국을 헤매고, 돈이 없으면 글리벡을 먹지못하고, 개인이 알아서 인도약을 구입하라는 것이 대한민국정부가 1년 반동안 한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보인 태도는 특허권자의 배타적 이익에 의해 훼손되는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위한 전세계적인 우려와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며, 제약자본의 이익과 자유만을 보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대한민국정부에 대해 행정소송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공중의 건강을 보장받기위한 노력을 끝까지 해나갈 것이다.

2003년 3월 14일

한국백혈병환우회, GIST(위장관기저종양)환자모임
글리벡문제 해결과 의약품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참된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 경인지역의과대학학생회협의회 /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 / 정보공유연대 IPLeft / 진보네트워크 / 사회보험노조 /사회진보연대 / 참여연대] 민주노총, 노동자의 힘, 사회당,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민중복지연대, 약국노조(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인이동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