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지고 있는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이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중앙일보 한 칼럼은 "나이로 보자면 아버지와 딸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차 시중을 들었다고 그리 흉하게 보일 것도 없다”며 성폭행과 같은 파렴치한 행위도 아닌데 공개적인 서면사과와 전교조의 개입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결국 이번 여론재판은 이건 사건의 본질을 사소한 심부름을 빌미로 전교조와 기간제 여교사의 무리한 요구가 한 교장의 비극적 죽음을 부른 것으로 규정짓고, 전교조를 이 사회의 비도덕적, 비교육적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보성초등학교 사건은 전근대적인 성차별이데올로기와 보수적 교육현장문화, 불안정화된 노동환경을 해결하기 위한 정당한 문제제기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교육현장의 민주화 요구는 교장의 죽음으로 비도덕적인 요구가 되는가

오히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작은 요구조차도 교육사회내의 합리적인 토론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교육사회, 노동현장의 성차별적이고 반노동적인 보수의 벽이 치명적이고 불합리하고 비극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이 사건의 양 당사자인 기간제 여교사와 교장은 그와 같은 의미에서 우리사회의 높은 벽의 다른 두 희생자이다. 기간제 여교사는 여성으로서 인권과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잃었고, 교장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그 사회적 지위를 옥죄고 있는 뿌리깊고 높은 보수의 벽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교조와 기간제 여교사를 비도덕적인 살인범으로 내모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여론몰이는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무서운 보수의 벽을 더욱더 높게 할 뿐이고, 제2의 서교장과 여교사의 불행한 희생을 반복시키게 할 뿐이다.

지금은 교육, 노동현장, 남녀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마녀사냥은 중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