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노동자들의 승리를 디딤돌 삼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더 큰 단결과 투쟁으로 나아가자!
지난 9월 30일 티브로드 노사가 해고문제와 임단협에 대한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해고되어 투쟁한지 243일만이었다. 잠정합의안은 10월 4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총회에서 85%의 높은 찬성율로 가결되었다. 10월 5일에는 노사가 조인식을 치렀다. 이로써 부당해고에 맞선 투쟁이 일단락됐다. 굽힘없이 투쟁해서 승리를 거머쥔 티브로드 노동자들에게 먼저 경의를 표한다.
해고노동자들은 전주기술센터와 한빛동부센터에 채용될 예정이고 해고 전의 임금수준과 경력인정을 약속받았다. 또한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청이 책임지고 노력한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앞으로 하청업체교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이 지속될 수 있도록 원청이 지원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더 이상 소모적인 해고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의미다.
일터로 반드시 돌아가겠다는 노동자들의 굳은 의지와 폭넓은 사회적 연대가 결합되어 만들어낸 승리다. 해고당사자들과 노동조합은 전면파업, 노숙농성, 한강대교 고공농성, 단식투쟁 등을 불사하며 흔들림 없이 싸웠다. 진짜사장재벌책임공동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구속촉구운동, 티브로드 재허가 불허 서명운동, 티브로드 가입자 해지운동, 두 차례의 집단단식, 각계 기자회견, 투쟁문화제, 필리버스터 등으로 해고사안을 사회쟁점화했다. 8월 30일부터 시작된 국회 앞 농성장에는 따뜻한 연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승리다. 하지만 씁쓸함도 남는다. 애초부터 있어서는 안 될 해고였기 때문이다. 하청업체 교체 과정에서 노동조합원들만 쫓아내는 일이 버젓이 벌어졌다. 업체 교체를 명분으로 한 해고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써먹는 단골메뉴다. 찍히면 쫓아낸다는 무언의 협박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위협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조차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거저 주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한국사회에 만연한 간접고용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비슷한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티브로드는 노동조합을 무너뜨리기 위해 악을 썼지만 노조는 위기를 극복하며 더 단단해졌다. 또한 우리는 노동조합이 사라진 자리엔 사용자들의 탐욕만 남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전주센터에서 노조원들이 쫓겨난 자리에 신규채용 된 노동자들이 대폭 하락한 임금을 받고 초단기 기간제나 개인하도급 계약을 맺은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노동조건 하향평준화를 막아낼 수 있는 것은 노동자들 스스로의 조직된 힘, 더 탄탄한 노동조합뿐이다. 당당하게 현장으로 돌아간 노동자들이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노조를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열악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이 더 많이 단결해 싸울 때 한국사회가 바뀐다. ‘공동행동’은 앞으로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임할 것이다. 티브로드 노동자들의 승리를 밑거름삼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3권 쟁취, 나아가 간접고용 철폐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청 티브로드에 당부한다. 노사관계의 기본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바탕으로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다. 더 이상은 불미스러운 일로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해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티브로드가 ‘노동탄압 기업’의 오명을 벗고 사회정의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16년 10월 7일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