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는 레카비 선수를 탄압해서는 안 된다!
이란 여성들에게도 히잡 착용 여부를 결정할 자유가 있다!
서울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서울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엘나즈 레카비 선수가 히잡을 쓰지 않고 출전했다는 이유로 이란으로 강제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대사관은 혐의를 부인하며 레카비가 자의로 출국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도 정확하지 않으며 설사 무사히 출국했을지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한 강제적인 귀국으로 그녀의 친구들도 연락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현지 매체인 <이란와이어>는 “레카비가 공항에서 곧바로 에빈 교도소로 이동할 것” 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번 사건은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한 여성선수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이다.
이는 이란 정부가 여전히 여성들에게 히잡 착용을 강요하는 국가폭력, 여성인권침해를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달 히잡 착용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의문사 당한 마흐샤 아미니 씨의 죽음 이후 연일 이란에서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음에도 이란 정부는 잘못된 반인권 반여성 반민주 정치를 중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란정부가 시위대를 탄압해 200여명이 사망했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어 참담하기 이룰 말할 수 없다. 유엔인권규약 가입 유무를 떠나서 유엔 가입국들이 최소한 지켜야할 인권보호의 의무를 상기한다면, 이란 정부의 행태는 매우 문제적이다.
특히 국제대회에 온 선수를 본국으로 강제로 끌고 갔다는 것은, 이란 정부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음을 뜻한다. 이후 이란대사관과 레카비 선수의 인스타에 자의로 귀국헸다는 해명이 있었으니 강제 귀국조치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의 일정이 남았고, 더구나 여성선수 개인의 마음대로 일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란대사관의 해명은 믿기 어렵다.
<이란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시민모임>은 이란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레카비 선수의 강제귀국 조치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하라. 여성선수 개인이 본래 일정보다 귀국하는 일이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주목을 피하기 위한 해명과 레카비 선수에 대한 압박을 통해 거짓해명을 한 것이라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둘째. 이란으로 귀국한 레카비 선수를 탄압하지 마라. 현지 매체가 그녀를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할 것이라는 보도가 현실이 된다면 강제로 끌고 간 것임을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셋째,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여성들에게 히잡 착용을 강요하지 말라.
넷째. 이란 시위대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덧붙여 우리는 한국정부에도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란정부가 공식적인 세계대회에 출전한 선수를 본국으로 강제로 끌고 가는 동안 한국정부는 선수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았으며, 당사자에게 필요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국제대회의 개최지로서 선수 보호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국가가 이란 정부의 반인권행위를 눈감고 있는 동안에도 한국 시민을 비롯한 전 세계 시민들은 온라인과 대면공간에서 연대를 표현하고 있다. 우리도 이란 여성들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국제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연대는 히잡의문사 이후 이란에서 벌어지는 노동자 민중들의 폭압적인 정부에 맞선 민주화 시위에 대한 열렬한 응원이기도 하다. 이란정부가 전 세계 시민의 목소리를 두려워할 수 있도록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이란정부는 두려워하라! 여성인권과 민주화를 향한 전 세계 시민의 연대를!
2022년 10월 19일
이란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