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보건의료 빅데이터 계획을 이어 받아서 추진 중임. 2018년 예산안에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위해 115억 원을 배정함.
∙ 정부가 통합하여 공개하고자 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크게 3가지임. 유전정보, 진료정보, 생활습관 정보임. 이 중 진료정보는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일부 제공하고 있음. 향후 계획은 진료정보에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 등이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를 합쳐서 모든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는 것.
∙ 이 정보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식별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비식별화 한 후 정보제공자 동의 없이 공개함.
∙ 하지만 비식별화 한 데이터는 충분히 재식별 가능함. 이유는 두 가지임. 첫째, 유전정보는 그 자체가 개인식별정보임. 개개인은 고유한 DNA 염기서열을 가지기 때문임. 하지만 유전정보는 연구 대상이기 때문에 암호화할 수 없음. 둘째, 민간 기업이 가지고 있는 신용정보 등 다른 개인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쉽게 식별할 수 있음.
∙ 생활습관 정보는 현재 공공기관에는 축적된 것이 없음. 최근 금융위원회는 민간보험사가 생활습관 정보를 직접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내놓음.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의 내용과 일치함.
∙ 정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이용해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밀의료를 발전시키려는 것. 정밀의료의 핵심은 신약 개발임. 즉 제약기업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이용해 신약 개발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임.
∙ 하지만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이미 실패한 사례가 있음. 아이슬란드는 1998년부터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추진해 왔음. 그러나 빅데이터 관련 법안은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되어 거센 대중적 저항에 부딪힘.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분석은 디코드라는 민간 기업이 맡음. 디코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파산함. 이후 미국 초국적 제약기업에 14만 명분의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함께 팔림.
∙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계획에는 크게 5가지 문제점이 있음.
∙ 첫째, 차별을 강화할 것. 개인건강정보가 유출되면 민간보험사가 이 정보를 보험 심사에 활용하게 될 것임. 또 개인건강정보는 고용계약에서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음. 이미 민간보험사가 심평원에서 받은 데이터를 보험요율 계산에 이용한 사례가 있음. 질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거나 이미 질병을 가진 사람은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것.
∙ 둘째,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통해 얻은 기술적․경제적 성과는 모두 민간 기업이 특허와 같은 방식을 통해 독점함. 빅데이터를 통해 개발된 신약은 고가에 구입해야 함. 정작 건강정보를 제공한 개인에게는 의약품 접근권이 주어지지 않음.
∙ 셋째,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양이 매우 크고 구조가 복잡해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될 가능성이 높음. 이 경우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가지는 불투명성 때문에 의학적 효용성을 검증하기 어려움.
∙ 넷째,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배제함. 보건의료 빅데이터에는 직업, 노동조건, 소득 등 질병의 사회적 원인이 없음. 따라서 정밀의료는 질병의 원인을 유전자로만 돌리게 될 가능성이 높음.
∙ 다섯째, 정밀의료가 민간보험회사가 노리는 건강관리서비스와 결합되면 건강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또 다른 의료민영화로 귀결될 것임. 질병 유발 유전자를 찾는 개인 유전자 검사와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가 결합될 것. 그러나 건강관리서비스는 생활습관을 바꿀 여건이 되지 않는 저소득층에게는 효과가 없음. 의료비만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음. 결국 건강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임.
 
 
<목차>
요약
1.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계획의 경과
2. 통합된 개인건강정보를 민간 기업에게 제공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2-A. 개인 식별 가능한 DNA 정보를 포함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2-B. 개인 동의 없이 일단 공개가 기본 원칙
2-C. 민간보험회사에게도 공개하는 빅데이터
2-D. 비식별화 자료, 재식별 되어 개인정보 유출되는 건 시간문제
3.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부는 왜 집착하나?
3-A. 정밀의료로 혁신 성장 하겠다는 정부
3-B. 보건의료 빅데이터 없이는 정밀의료도 없다
3-C. 보건의료 빅데이터 경쟁력 1위 아이슬란드 실패에서 배워야
4.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정밀의료가 가져올 디스토피아
4-A. 개인건강정보 유출 시 보험 심사, 고용 계약에 이용
4-B. 정보 제공은 개인이, 성과는 민간 기업이 독점
4-C. 검증할 수 없는 정밀의료, “Black-Box Medicine”
4-D. 질병 원인을 유전자로 제한, 사회적 요소는 배제
4-E. 건강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건강관리서비스
5. 제약회사 신약 개발을 위해 개인건강정보를 민간보험사에게 주게 될
보건의료 빅데이터
5-A. 신약 개발에 실패하는 경우
5-B.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경우
5-C. 신약 개발 성공에 관계없이 개인건강정보는 유출될 것
5-D.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계획은 전면 폐기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