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7호 | 2006.07.06
투기의 대상,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닌,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로서 주거권을 제기한다!!
7월 1일부터 8일까지 ‘절망의 빈곤, 희망의 연대’라는 기치로 ‘여름 빈민현장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빈곤을 심화하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활동, 정부의 무차별적인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놓여있는 철거민들과 연대, 자활․사회적 일자리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고찰, 노숙인 문제, 사회복지 노동자들 실태와 간병인 노동자 노동권 등 다양한 빈곤의 쟁점들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로 인해 다시 도시 외곽으로 더 안 좋은 주거환경으로 쫓겨나갈 위기에 놓인 미아 6동 세대위, 청계천 개발로 인해 생계유지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삼일상가 철대위, 동대문 풍물시장 철대위, 수도권 개발로 다시 도시 외곽으로 쫓겨날 위기에 놓인 판교 철대위 등 주거권을 제기하는 단위들과 연대를 진행한다. 이번 사회화의 노동에서는 빈민현장활동 중 특히 ‘주거권’에 대한 제기에 주목하며 ‘주거권’이 제기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참패의 원인에 대해 당내외에서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각 언론들도 설문조사 등을 통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민심을 돌아서게 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이야기 되는 부동산 정책은 831부동산 대책이다. 831부동산 대책은 투기수요억제를 위한 ‘세제강화’, 서민주택문제해결을 위한 ‘공급확대’로 요약될 수 있다. 하지만 831부동산 대책은 사회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을 위한 노무현정권의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이었으며 지난 50년 동안의 한국의 부동산 투기 열풍 잠재우고 실질적으로 민중들의 주거의 공간을 확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지배층과 언론의 이러한 호들갑은 지난 1989년 노태우 정권이 부동산 대책으로 내놓은 ‘토지공개념 3법’이 속속들이 위헌판결을 받고(강남 투기권들에 의해), 그 전에 행정부가 ‘알아서’ 정책 추진을 중단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 정치권은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개혁’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정책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주거 불평등의 심화
이처럼 좀처럼 쉽지 않은 부동산 ‘개혁’은 그 속도와 반비례로 더욱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한다.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부동산의 투기적 수요는 토지․주택․건물 가격 및 임대료의 상승(전국의 땅값은 1974~2004년까지 30년 만에 19배로, 대도시 땅값은 30배, 서울 땅값은 37배로, 같은 기간 동안 소비자 물가는 10배 오름.)을 불러오고 이는 경제적 생산의 효율을 저해, 실질임금을 하락, 빈부격차를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이런 토지가격 상승은 토지 소유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은 2002년을 기점으로 100%를 넘어 섰고 2004년을 기준으로 전국은 102.2%,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89.2%와 93.9%이다. (자료:건설교통부, 2005년 주택종합계획) 서울과 수도권도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을 포함한 실제 사용 가능한 주택을 포함하면 이미 100%에 근접하거나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통계상으로 따지면 거의 모든 가구는 자기 집을 가지고 있어야 되지만 위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나라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집부자’들이 집을 평균 3채씩 가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서도 전체세대의 1.7%에 불과한 29만 명의 ‘집부자’들이 다섯 채에서 스무 채까지 집을 갖고 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은 이를 통해 재산을 증식하고 또 이것은 부동산 투기로 이어진다. 이 속에서 서민들의 ‘자기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투기를 조장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이렇듯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부동산 투기에 정부는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 1970년 정부의 강남 신도시 개발이 그러했다. 정부는 교통, 교육, 행정, 문화 등 온갖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제혜택을 제공해서 강남개발을 촉진한 반면 강북의 개발을 규제했다. 이러한 강남개발은 한국 부동산 투기의 원년이었다. 최근의 ‘뉴타운 개발’ 또한 이러한 맥락이다. 2002년 ‘지역균형개발’을 명목으로 진행된 뉴타운 개발은 이미 부동산 투기 판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뉴타운 건설 지구로 선정된 지역은 미선정 된 지역에 비해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2배에 달하고 있다. 이 속에서 기존의 뉴타운 선정지구 거주자들은 그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전체 2차 뉴타운 개발지역 12곳 가운데 모두 5곳에서 사업 완료 시 공급가구수가 현재 가구 수보다 많게는 41%에서 적게는 3.6%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1만1474가구가 '강제 이주'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개발 이후 각 지구는 주택의 높은 분양가와 임대주택 부족 등으로 인해 원주민의 재정착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지역균형개발’은 저소득층을 더 나쁜 주거환경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이고 인간답게 주거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23.1%에 해당하는 330만 6천 가구, 줄잡아 1천만 명의 사람들이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집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최저주거기준이란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도의 주거기준이라 할 수 있다. 이 속에는 쪽방 생활자 9000여명과 비닐하우스촌이라 불리는 ‘무허가 불량 주거지’에 사는 1만여 가구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마저도 없이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이 있다. 현재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미아 6동, 삼일상가, 삼각수하동, 동대문 풍물시장, 판교 지역과 비닐하우스 촌인 장지마을 주민들은 현재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거나 혹은 생계공간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주거권은 단지 주택의 문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택과 주택의 시설, 주택 주변의 제반의 사회시설이 갖추어져 인간이 그야말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삶의 조건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며 모두가 평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투기의 대상,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 주택에 대한 관념들을 바꾸고 이를 방관/조장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 또한 모두가 안정적이고 인간답게 주거할 수 있기 위한 투쟁과 연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