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9호 | 199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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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교사는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다

편집부
- 비정규직화는 또다른 위기의 시작이다

국내 최초의 학습지 교사 노동조합
국내 최초의 학습지 교사 노동조합인 재능교육교사노조(위원장 김수복)은 지난 11월 7일 설립총회를 개최하고, 8일 중부노동사무소에 설립신고증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노동부는 설립신고서 또는 규약을 접수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신고증을 교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신고증을 교부하고 있지 않다. 실업자도 노동자이며 초기업단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노사정위에서 결정하였지만, 자본은 학습지 교사의 노동자적 성격에 대해서 ‘소사장제, ‘자유계약관계’라는 이름으로 부정하고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재능교육 교사노조가 10만여명에 이르는 학습지 업계의 노동자에게 그 여파를 미치고, 보험설계사등 비슷한 고용조건을 가진 비정규직과 계약직노동자의 단결과 조직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두려움을 노동부와 자본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지 교사 노동자들의 현실
학습지 시장은 IMF사태 이후 경제력의 전반적인 하락에도 불구하고, 자녀에 대한 강력한 교육욕구가 존재하는 한국 사회현실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학원과 과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녀 교육을 시킬 수 있는 학습지는 고학력 반(半)실업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수단이 되었다. 특히 교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IMF사태이후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30대의 대졸 주부들이다. 학습지 업계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보호장치는 커녕 육아노동과 가사노동의 삼중고를 전적으로 교사 개인에게 전담시키고 있으며, 가입회원들이 회비를 다 내지 못하거나 휴회가 많을 경우 차액분을 교사들의 임금에서 공제하는 ‘휴회제도’를 통해 교사노동자에 대한 이중착취를 자행하고 있다.
그리고 89년까지는 정규직으로 고용되었던 교사노동자들은 회사의 노조무력화 공세 이후 학습지 업계에서 최초로 ‘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 소위 ‘위탁계약서’라는 현대판 노비문서를 강제로 작성하게 하여 회사의 임의대로 자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든 것이다.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관리예치금’제도를 설치하여 교사 1인당 150만원, 총120억원을 적립하여 회사 임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학습지 업계의 보증금 제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사항으로 타 업체에서는 폐지된 것인데 유독 재능교육에서만 지금도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통제와 노동강도는 강화시키고, 해고의 권한은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행사하면서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위탁계약서’라는 종이 한 장으로 철저하게 무시하고 회피하려는 것이 학습지 업체와 자본의 태도인 것이다.

노동유연화는 ‘비정규직화’를 의미
구조조정, 노동의 유연화라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않고 노동비용을 축소시키겠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즉 비정규직화를 포함하여 임시직, 시간제, 재택근무, 주부노동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창출하면서 노동비용을 축소시키고, 노동자의 권리를 회피하려는 것이 구조조정의 목표인 것이다. 즉 다양한 고용과 취업형태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용자의 책임문제를 회피하고, 이익을 추구하려는 자본의 새로운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임금노동자 1300만 중에서 정규직47% 비정규직53%로 비정규직이 최초로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공기업의 민영화’ ‘노동의 유연화’ ‘자본의 금융화’라는 IMF구조조정협약의 결과인 것이다. 또한 노동연구원에 의하면 99년 상반기 신규취업자의 92%가 임시직, 일용직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41%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 사람의 정규직에게 들어가는 임금으로 비정규직 2명을 고용했다는 것이다. 어떤 외형적 수치가 제시되더라도 이러한 고용구조의 악화와 왜곡을 시정하지 않는 한 결코 위기는 극복된 것일 수 없다. 그것은 새로운 위기를 잉태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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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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