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63호 | 200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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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19일, 노무현 지지론을 비판한다

사회화와노동 편집부

조작된 공포, 역사적 망각이 만들어낸 환상, 노무현 지지론을 비판한다


노무현 지지를 선동하는 선동가들은 보수우익 이회창이 당선되었을 때의 묵시록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 이회창이 집권하면 북한의 벼랑끝 전술과 이회창의 끝장보기식 노선이 충돌해 한반도에 전쟁이 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 군부독재 정권의 적자, 반민주적이며 부패비리의 총체인 보수우익 이회창의 집권을 막기 위해 권영길의 표를 노무현에게로 몰아달라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1-2%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19일 투표를 앞두고 이들의 절박함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한편 노무현 개인에 대한 우상화 역시 마지막 가속 패달을 밟고 있다.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하면서 결국은 이 땅에서 정직함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한 정치인", "민주당이 없어도 정몽준의 보수노선이 태클을 걸어도 노무현은 개혁할 수 있다. 왜냐? 노무현이니까" 노무현은 어느새, 그 개인의 존재만으로도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슈퍼맨이 되어 있다.

2002년 대선의 마지막은 이렇게 공포와 환상의 향연이 장식하고 있는 듯 하다. 19일 투표를 하루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 모두는 누구를 찍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 이전에 이 공포와 환상의 향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주술은 단지 19일로 끝나는 것이 아닐 것이며, 이 마법사들은 선거 이후의 정당성을 이용하여 시민들을 더욱 가증스럽게 기만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에 대한 환상, 이회창에 대한 공포의 기반들


노무현 지지 선동가들의 이회창 공포와 노무현 환상의 제조 방법은 무엇보다 전쟁과 평화, 낡은 정치와 국민이 만들어 준 새로운 정치, 기득권의 대변자와 서민의 대변자 등의 비유를 통한 상징 조작이다. 이것이 왜 조작인지는 대북정책과 노동정책을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만약 노무현이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를 원한다면, 그는 무엇보다 한-미-일 공조 체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한반도 역사를 보면 알겠지만, 한반도 위기 국면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강경 정책에 의해 조성되었으며, 한국이 이에 저항 할 수 없도록 하는 체계가 바로 한-미-일 공조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부시 정권 이후의 한반도 위기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회창과 노무현 사이에 대북지원을 둘러싼 차이는 결국 미국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의 각론 수준에서의 자율권을 둘러싼 차이인 것이다. 물론 다들 알다시피 노무현은 한-미-일 공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전쟁의 공포도 그가 만들겠다는 평화의 구상도 모두 신기루일 뿐이다.
노동정책의 경우는 아예 양자 사이의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장 강화(이회창)와 비정규직 임금 차별 감소(노무현) 사이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도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든 문제는 일차적으로 비정규직이라는 고용불안 조건을 기반으로 생겨나는 것이기에, 사회보장이나 임금문제를 조금 바꾼다해도 이들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양 후보는 비정규직을 이야기하며 노동 불안정화의 법적 핵심이라 할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700만 비정규직을 빼놓고 서민을 이야기하는 것은 기만에 다름 아니다.
지역통합의 문제 또한 그러하다. 지역통합은 민주당이 부산에서 표을 얻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주의의 문제는 김대중 정권 이후 더욱 심화된 지역적 불균등발전의 문제, 금융 중심지 초국적 자본의 투자유치지 등을 중심으로 발전이 집중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함에도, 양 후보는 이 문제를 후보의 출생지, 후보와 지역의 연관성에서만 찾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물론 이러한 정책 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노무현지지 선동가들도 일정정도 인정하는 바이다. 그들에게는 아직 더 강력한 무기가 남아있다. 바로 "노무현" 개인의 문화적 상징과 그의 정치행보가 증명하는 신뢰이다. 분명 노무현 개인의 문화는 386의 그것과 흡사하다. 통기타, 투박한 어법, 소주 등등 기존의 정치인들이 채워줄 수 없었던 386세대의 문화적 코드를 노무현은 현실 정치인으로서 직접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뿐이다. 노무현이 바꾸고자 하는 현실은 노동자 농민들의 삶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러함에도 노무현이 무엇이던지 바꿀 수 있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만들어진 환상일 것이다. 노무현을 둘러싼 한국 사회 정치 자본 분파들의 이해관계를 살펴보면 왜 이러한 환상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노무현 지지 선동가의 첫 번째 분파는 바로 젊은 기업인의 상징, 벤처 사용주들이 있다. 이들의 이해는 정말로 직접적인데, 이미 이용호 진승현 게이트 등을 통해 드러났듯이 김대중 정권의 벤처 성장 정책이 만든 거대한 정부 벤처 지원 자금, 코스닥, 해외연계 채권 등등으로 이어지는 부패비리의 사슬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전 정권의 부패청산으로 임기를 시작할 이회창은 악몽 그 자체일 수도 있다. 두 번째 분파는 금융 자본 분파이다. 이들의 요구는 무엇보다 재벌의 투명성, 재벌 총수에 대한 주주의 힘이며, 이는 집단소송제 금융시장에 대한 재벌규제 등의 정책을 제시한 노무현의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실재 무디스나 블룸버그 통신 등의 초국적 금융자본의 선동가들조차 친재벌적 이회창보다 김대중 노무현의 경제 정책에 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세 번째로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김대중 정권의 전폭적 지지 하에서 성장할 수 있었으며, 정책적 발언권과 재정지원 모두에 있어 이들을 공식 파트너로 인정하는 노무현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회창 정권은 이들에게 정책적 발언권 재정지원 모두에 있어 혹독한 시련일 것이다. 네 번째로 김대중의 신자유주의 정책 개혁을 이끌었던 지식인들이 있다. 그들은 그들이 계획하고 정당성을 부여했던 지난 5년간의 구조조정의 결과에 대한 비판을 노무현이라는 환상을 통해 감추고자하고 있다.
이제 왜 노무현이 문화적일 뿐만이 아닌 물질적으로도 그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분명 이들에게 노무현이 아닌 이회창은 공포일 것이며, 심각한 위협일 것이다. 노무현에 대한 환상과 이회창에 대한 공포는 이러한 물질적 이해 관계들을 가지고 있다. 이 선동가들은 노무현을 우상화함으로서 정권 재창출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지난 5년처럼 유지하고 싶어한다.


1987년, 그리고 2002년 : 노무현에 대한 신비화를 중단하라!


"87년에 실패함으로써 15년을 견뎠지. 부마항쟁부터 치면 한 20년 정도로 참아온 셈인데, 저는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꼭 이겨야 해요." (한겨레 21 대담 중)
노무현과 그 지지자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그들은 1987년 민주화 운동을 신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 노무현은 87년 6월 거리가 2002년에 재림한 것일까? 2002년에 다시 재림한 '87년 신비화'는 '역사적 망각이 만들어 놓은 환상'에 다름 아닌 듯 하다. 왜 문민정권은 부패할 수밖에 없었으며, IMF 경제위기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는가? 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동시 발전,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87년의 꿈을 모두 슬로건으로 채택한 김대중 정권은 이다지도 비참하게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가? 잠시만 공포와 환상의 향연을 멈추고 냉정히 생각해 볼 일이다.

12월 19일의 대통령 선거 투표에서는 현실 가능한 해결책, 차악의 선택이 아니라 현실의 모순에 대한 지적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반평 투표소에서의 선택이 바꿀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대중들의 집단적 행동, 집단적 성찰에 기반한 대중운동이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19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기에, 작은 한 표를 미래의 대중운동에 대한 큰 구상 속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이것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WTO 반대! 비정규직 철폐! 주한미군 철수!" 2002년 하반기에 치열하게 펼쳐진 민중들의 함성을 다시 떠올려보며, 한 표에 제한되지 않는 현실의 모순을 다시금 떠올리는 19일이기를 바란다. S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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