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22호 | 1999.12.14

자료 읽기 - 철도 민영화가 철도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편집부
철도 민영화가 철도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 고용 및 노사관계의 변화에 대하여 -

⌈철도 구조개편․민영화 정책에 대한 올바른 대응을 위해⌋ 1999. 11. 28, 철도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에서 발췌함.


⑴ 대량해고와 고용의 불안정․불완전화

◦ 잉여인원이 몇 명쯤 될까?
- 철도청의 조직개편으로 애초 경영개선 계획에 따른 인원감축이 1년 앞당겨졌다. 감축 규모도 7,307명에서 432명이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인원감축이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의 계획은 내년까지 7,739명을 감원 목표를 달성하고, 추가로 민영화를 앞둔 2001년에 대대적으로 ‘잉여인력’을 감축할 계획으로 있다.
- 1997년부터 시행된 ‘경영개선 기본계획’에 따르면, 1996년 현재 37천명의 인원에서 7,307명을 감축하여 정원을 3만명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런데 철도청의 조기 민영화 방침에 따라 2000년까지 정원을 29천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며, 바로 이 29천명이 잉여인원 산출의 출발점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교통개발연구원은 일본 수준의 노동생산성을 고려하여 적정인원을 26천명으로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잉여인원은 전체 인원의 10% 수준인 3천명 정도이다. 하지만 실제 잉여인원의 규모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정원산정이 일본과의 생산성 비교가 아니라 노동비용의 축소를 목표로 아웃소싱과 임시직․일용직으로 대체 가능한 모든 업무를 분리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잉여인원의 규모는 최소한 29천명의 20% 수준을 넘을 것이며, 추후 지속적인 합리화 공격으로 정원은 2만명 이하로 축소될 전망이다. 철도청도 민영화시 현원(33천명)의 30%(1만명 이상) 정도가 감축대상임을 밝힌 바 있다.

◦ 잉여인원 처리의 방식
- 그간의 인원감축이 자연감원(신규채용 억제)과 명예퇴직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2001년 ‘잉여인력’의 처리는 직무전환과 직접적인 해고 위협을 통한 강제적인 퇴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다. 정부와 철도청은 이미 이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정리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퇴직촉진특별법’의 제정이라든지, 범정부 차원의 ‘잉여인원추진대책본부’ 구성, 철도청 산하에 ‘고용대책실’과 ‘직업훈련실’ 설치 등이 그것이다. 이는 모두 일본국철의 민영화 당시 사용했던 방법들이다.
- 현재 우리 나라 기업 및 공공부문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감원 방식이 바로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이다. 일단 필요 인원마저 해고(혹은 희망퇴직?)한 뒤에 다시 그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퇴출 은행들과 부실판정이 내려진 모든 기업들, 그리고 구조조정을 단행한 모든 사업장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 철도청의 비정규직 고용 현황을 보면, 1996년 이후 감원에 따른 부족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보충해왔다. 비정규직의 형태도 공익요원의 활용에서부터 임시직, 일용직, 파트타임, 파견용역, 하청, 도급, 소사장제 하의 노동 등 거의 모든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총망라되어 있다.
- 철도 역시 민영화 추진 시 계획과 관리기능을 제외한 현업인력 대부분을 외주용역화할 계획으로 있다. 매표, 시설유지보수, 차량정비 업무는 거의 모두 외주용역(혹은, 소사장제)화하여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운전업무도 준비․입환․회송․단구간 운전업무(소운전, 보기사업) 등이 용역으로 대체될 것이다. 모든 공기업, 사기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사람은 바로 이제까지 그 일을 해왔던 철도노동자들이다.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던 은행 과장이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계약직으로 월 80만밖에 안되는 상황이 우리 철도노동자에게 밀어닥치게 된다.

◦ 그렇다면, 누가 짤릴 것인가?
- 1차 타깃은 물론 고임금(?) 장기근속자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업 업무가 외주용역화되는 상황에서는 모두가 감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연령과 임금수준이 낮은 노동자들도 민영화된 외국철도회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개별계약방식을 통해 여전히 ‘임금이 낮고, 고분고분 말 잘 들었을 때’만 재고용될 것이다. 그것도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 업무부적격자, 불량자가 우선 퇴출 대상자가 되지 않을까?
정리해고(희망퇴직)를 단행한 기업의 사례를 보면, 통상 퇴출대상 선정기준에 있어 업무능력보다는 업무태도를 기준으로 하여 부적격자, 불량자를 가려냈다.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근무평정에 따라 적격, 부적격이 판가름된 것도 문제지만, 그 평가 기준을 능력이 아닌 ‘태도’로 삼겠다는 것은 그 저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⑵ 노동조건 하락․노동통제 강화

◦ 노동조건의 하락
- 고용불안은 필연적으로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고, 노동조건을 하락시킨다. 여기에 더하여 엄격한 노무관리에 기초한 신인사제도는 노동강도 강화를 부채질할 것이다. 민영화야말로 합리화를 보다 용이하게, 그리고 본격적으로 전면적으로 전개하도록 한다.
-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에는 완전히 무권리 상태에 놓임으로써 사용자의 불법부당 노동행위에 대해 아무런 대처 수단을 갖지 못하게 된다.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도,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노동강도가 대폭 강화될 것이다. 특히, 변형근로시간제가 한층 정교하게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동력차 승무원의 경우, 준비․입환․회송․단구간 운전이 용역화되면, 사업시간에서 준비정리 및 대기시간이 축소되고 실승무시간(승무거리 연장)이 대폭 늘어남은 물론, 기본근무시간도 제대로 채우기 어려워 임금도 줄어들게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근로기준법도 준수하고, 인건비도 절감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삼일회계법인 공사화 용역보고서) 교대근무자의 경우도, 한산한 시간대 혹은 업무량이 많지 않은 구간에 비정규직을 투입하면 노동강도가 대폭 강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
- 일본의 경우, 주 40시간 노동제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어 절대적인 노동시간은 우리보다 짧으나, 그 노동강도는 우리와 비할 바가 안된다. 그래서 일본의 철도노동자는 근무시간을 ‘숨도 안쉬고 달리는 100m 달리기’로 비유하기도 한다.
- 노동강도는 신인사제도에 따른 노동자간 경쟁의 격화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임금보전이 없는 가운데 연장노동(R-TPM), 부가노동(승차권 판매 등)이 일상적으로 강요될 것이다.

◦ 노동통제의 강화 : 신인사제도의 전면화(연봉제와 고용계약제)
- 현재도 철도청은 모니터링, 그린카드제, 경영평가제도, 목표관리제, 소속장의 인사고과권 강화 등 능력주의 인사제도를 대대적으로 시행하며, 현장노동자를 옥죄고 있다. 민영화 시에는 그간 공무원 신분으로 인해 일정 부분 유보해두었던 각종 능력주의, 혹은 업적주의 인사제도가 전면화되어, 노동자간 경쟁은 물론 노동자에 대한 통제가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 특히, 민영화 시에는 고용계약이 개별계약방식(연봉제와 매년 고용계약을 새로 하는 고용계약제)을 전환되어 ‘무한복종’을 서약하지 않는 한 임금인상과 고용계약의 갱신이 이루어지지 않는, 즉 사용자에게는 무제한적 권력을, 노동자에게는 노예적 복종을 요구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 인센티브보다는 불성실한(?) 근무에 대한 페널티 강화, 배면감시

⑶ 임금 및 후생복지 축소

- 임금과 후생복지의 축소도 필연적이다.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임금은 기존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며, 각종 사회보험과 복지 혜택에서 철저하게 배제될 것이다. 정규직의 경우도, 임금체계의 개편(연봉제)과 근무체계 개편(노동시간의 단축과 노동밀도 강화)으로 임금 삭감이 불가피하다. 민영화론자들은 인원감축이 이루어지게 되면, 그만큼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될 것으로 주장하지만, 민영화된 어느 기업에서도 이러한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영국의 경우 임금상승률이 전보다 높아지기는 했으나, 임금상승률을 끌어올린 것은 경영진의 대폭적인 임금인상이었다. 또한 약간의 임금상승은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강도 강화에 비해 현저히 미달하는 것이며,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물론 극소수는 이전보다 많은 임금을 받기는 했으나, 이는 ‘1억원의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의 선전과 같이 대다수 노동자의 임금 하락을 은폐하기 위한 과장에 불과하다.
- 후생복지 부분의 경우는 현재도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무료승차권 폐지 혹은 축소 외에는 별달리 축소할 부분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 1982년 민영화된 영국철도호텔(영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의 경우, 종업원에게 제공되던 자사 시설사용의 편의가 폐지된 바 있다.
- 연금과 각종 보험제도(의료보험, 산재보험 등)의 개악도 어떤 방식으로든 추진될 전망이다. 특히, 연금제도는 노동비용 축소 측면에서 어떤 형태로든 손을 델 가능성이 높으나, 어떤 방식으로 개악되었는지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기 향후 연구가 필요한 과제이다. 영국의 경우 영국통신과 영국항공 등에서 민영화 이후 연금제도가 개악되었다고 한다.
- 퇴직금 제도의 경우는 일반 공기업과 달리 누진제 폐지 문제는 없으나, 점차 지급률을 축소하고 종국에는 폐지(연봉제 정착)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⑷ 개별적 노사관계로의 전환과 노동조합 무력화

- 일본의 경우는, 민영화 목적 자체가 일본국철도노동조합을 파괴할 목적으로 추진되었고, 영국도 1980년대 이후 강력해진 철도노동조합들을 견제하기 위해 집단적 노사관계를 개별적 노사관계로, 중앙집권적 교섭구조를 탈중앙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철도 민영화는 고용불안 심화와 경쟁 격화, 그리고 개별적 노사관계로의 전환 등으로 노동조합 활동 자체가 상당부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민영화 이후에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제약이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으나, “노동관계는 노동법에 따르되 철도수송이 공익사업의 범주에 있으므로 노동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이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해결방안을 수립함.”(교통개발연구원,『철도사업 구조개혁방안 연구』중에서)에 비추어볼 때, 실현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 초국적자본이 인수할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왜냐하면 인수 조건으로 ‘무노조원칙’를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철도의 경우, 위스콘신 사가 ‘무노조 원칙’을 요구하고 관철시켜 현재 노동조합이 없는 상태이다. 우리 나라 기업들도 해외 진출 시에는 해당 정부에게 ‘무노조’를 요구하여 노동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산 것처럼 어용노조조차 인정하지 않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 이러한 위기를 적절하게 극복해나간다면, 민영화 자체를 저지하지 못하더라도 오히려 노동조합운동이 활성화될 여지는 있다.(영국의 예) 위기가 곧 기회! 다만 노동자간의 분할과 경쟁을 극복하고, 실질적으로 파업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는 산별노조를 건설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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