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81호 | 200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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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제가 화물운송을 죽인 주범이다

화물연대 파업에 부쳐

사회진보연대
응축된 분노, 예고된 파업, 마침내 폭발하다

화물연대는 2002년 2월 전국 운송하역노조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지입차주 조직 결성을 결의한 이후 같은 해 6월 부산대에서 발기인 30여명을 시작으로 화물노동자공동연대 준비위원회가 발족함으로서 본격적인 결성준비에 들어갔다. 같은 해 10월, 조합원 1800여명이 집결한 가운데 정식발족을 갖고 다음달부터 휴게소 운송 개선투쟁 등 여러 투쟁들을 진행했다.
이어 2003년 2월 충청지부 서부지회와 울산지부의 운송료 인상투쟁을 시작으로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하게 된다. 화물연대는 3월 산별교섭 제도화,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지입제 철폐, 다단계 알선 근절, 노정협의 기구 구성, 지입차주 차량소유권 인정, 경유세 인하, 고속도로휴게소 개선, 고속도로 통행료인하, 근로소득세 인하, 과적 단속제도 개선등 대정부 요구안을 마련하고 투쟁을 준비해왔다. 또 4월 28일 포항지부를 필두로 전국 6개 지역에서 대정부 요구안을 핵심투쟁사안으로 공동투쟁에 돌입했다.
대정부 요구안의 핵심적인 쟁점사안은 경유세 인하를 위시로 한 직접 운송비용의 인하 그리고 화물운송 노동자의 노동자성인정과 노동권보장, 지입제 철폐등의 요구로 정리된다. 경유에 붙는 세금 인상은 운송비용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무시 못할 수준이다. 또한 고속도로 통행료도 할인시간을 심야로 잡은 탓에 과로와 졸음운전등 사고의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투쟁진행과정에서 포항, 창원, 광양 등지에서 노사간 협상이 타결되었으나 정부측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여전히 투쟁의 불씨가 남아있다 할 수 있다.
부산의 경우 다른 지역과는 달리 수 천여 개의 운송업체들이 난립해있는 상황이라 사측 대표단의 대표성의 문제가 쟁점이 되어 노-사간 쟁점보다는 대정부 요구안을 중심으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파업의 쟁점: 운송비용절감과 노동자성 인정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느 지금, 화물 노동자들은 공권력 투입시 전면 파업을 선언하는 등 드높은 결의를 보여주고 있다.
일단 노-사간의 협상을 통해 노동자들이 운송료를 올리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경유세인상과 직접운송비용 인상 등은, 운송료 인상에 대한 상쇄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정부의 향후 행보에 따라서 언제든지 다시 터질 수 있는 쟁점이다.
또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의 부분에 있어서는 정부의 태도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간 정부의 입장에서 지입차주를 노동자로 인정한다면 누적된 특수고용 노동자들 문제에서 노동자 측에 선제권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직접 운송비용의 경우 당장에 동북아 중심국 구상을 현실화한다 했을 때 정권과 자본으로서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다. 정부측이 경유세 인하와 통행료 인하 등 화물연대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며 들이댄 '형평성의 원칙'이란 화물노동자들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산업부문과는 달리 운송비용을 노동자 자신의 수입에서 충당해야하는 화물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가 들이댄 형평성의 원칙은 결국 OECD가입국중 상대적으로 높은 물류비 비중을 감안해 운송료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이런 의미에서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본의 이윤확대를 위해 노동자들에게 생산비를 전가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작동방식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투쟁이다.


특수고용직을 양산하는 지입제

화물노동자들이 파업이라는 힘든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도입된 지입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입제가 도입된 것은 기업구조조정에서 경영합리화라는 명목에서였다. IMF구조조정을 전후해 해고로 인해 살길이 막막해진 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회사의 말만 믿고 퇴직금을 담보로 빚을 지고 차량을 구입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었던 노동자들은 화물차량의 실제 소유자이기는 하지만 과거 자신이 고용되어 있었던 운송회사 소유의 차량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운송비용을 좌우하는 유가의 등락은 고스란히 노동자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또한 운송료는 지입제가 갖는 특유의 경쟁시스템에 의해 실제 운송비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결국 그 전까지 운송회사나 화주의 몫이었던 유가 인상이나 물가인상 등 운송비용의 변동에 따른 부담을 에누리 없이 노동자가 떠 안게 된 셈이다. 이로써 득을 본 것은 노동자들을 고용할 비용과 운송비용을 감축할 수 있었던 운송회사들과 수출입 업체들 뿐이었다. 노동자들은 차량할부대금과 통행료, 유가상승등에 의해 회사에 고용되었을 때 보다 훨씬 못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또한 1997년에는 지입제를 합법화하면서 그나마 인정되던 노동자성도 부정되어 4대 보험의 혜택은커녕 일체의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특수고용노동자를 양산함으로써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한다

결국 명목상의 차주를 양산하는 지입제는 노동자이면서 노동권에서 소외된 무수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탄생시켰다. 건설운송 노동자들과 학습지 교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통해 자본은 자신이 담당했던 비용의 일부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이윤의 보존을 꾀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이란 형태로 기업에 종속되어 있지만 과거 고용주들이 담당했던 비용의 일부를 스스로 떠 안으면서 기업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한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양산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경영의 효율성과 합리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다각화하고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신자유주의의 막다른 골목, "생산비를 줄여라!"

물론 이번 화물연대 투쟁이 각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단순히 비정규직 투쟁이라서 만은 아니다. 오히려 수출입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하는 물류유통이 정지되었다는 점에서 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큰 탓이라 할 수 있다.
동북아 중심국가 구상의 두 축인 물류유통의 중심지와 동북아 금융중심지라는 구상은 화물연대의 파업에 의해 내재된 반 민중성을 아낌없이 드러내주었다. 특히나 이번 파업의 큰 쟁점중 하나인 경유세 인하를 둘러싼 노-정간의 첨예한 대치는 이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감세 정책에 의해 세수 확충이 절박한 정부로서는 경유세 인상은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었다. 또한 낮은 물류비가 전제된 한에서만 가능한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라는 구상은 필연적으로 운송비용의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할 수 밖에 없다.
화물노동자들의 경우도 운송비용을 스스로 담당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경유세의 인상은 곧바로 생존권의 문제로 직결된다. 하기에 운송비용의 절감과 운송료의 인상은 노동자들에게 절대적인 문제가 된다. 따라서 정부는 연일 커져만 가는 피해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기는 하지만 화물노동자들의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대안없음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출구 없는' 현단계 신자유주의의 초상을 본다.


화물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 연대하자!

화물연대는 파업투쟁을 통해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반민중성을 다시 한번 폭로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투쟁의 핵심요구사항인 지입제 철폐와 운송비용 합리화, 그리고 노동자성 인정은 정부로서 쉽게 내어줄 수 없는 지점이다. 지입제 철폐와 노동자성 인정의 경우 경영합리화와 기업의 직접적인 생산비 감축이라는 측면에서 시행되었기 때문에 그것을 되돌리는 것은 지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어떠한 대답도 없이 강경대응만을 주문처럼 읊조리고 있다. 방미 과정에서 '세일즈 외교관'을 자처한 노무현은 노동자들의 삶을 초민족자본에게 저당잡히는 대가로 투자를 유치하는데 혈안이 되어 파업 소식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따름이다.
한편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은 5월 8일 화물노동자들과의 연대파업을 선언함으로써 화물연대의 파업이 화물연대만의 투쟁이 아님을 선언했다. 지입제라고 하는 극악한 노동조건에서 똑같은 착취를 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연대전선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정권과 자본, 언론이 한 팀이 되어 국가적 물류대란을 연일 떠들어 대고 있는 시점에서 화물연대 파업의 정당성을 알려내고 적극적으로 지지, 연대해 나가는 것은 사회운동 전체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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