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84호 | 200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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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만에 드러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반민중성

노무현 정부의 노동신축화 공세를 비판한다

사회진보연대
지난 5월23일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근로자대책특별위원회(이하 '노사정위 비정규특위')는 비정규직근로자대책 공익위원안(이하 '공익안')을 채택했다. 노사정위가 '비정규근로자 대책에 관한 노사정 1차 합의문'을 발표한지 1년만이다. 애초 이 안은 노·사 안과 더불어 5월 29일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서 다루어질 예정이었으나, 29일 본회의에서는 '비정규직 보호방안'은 몇 차례 추가 논의를 거쳐 6월 중 최종 결정짓기로 결정했다. 대신 이날 회의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중장기 노사관계 비전과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가)노사관계발전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담은 운영계획안만을 확정했다. 잠시 유보되긴 했지만 이로써 노사정위는 2년여에 걸친 비정규직보호방안 논의를 일단락지은 셈이다. 이번에 채택된 공익안은 향후 정부의 비정규직대책 법률안의 기본틀로 작동할 것이며, 또한 노사정위가 태초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정권의 노동신축화에 앞장서 불안정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박탈과 노동의 불안정화에 충실한 기구였다는 점에서 이번에 채택된 공익 안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고용허가제 전면도입 방침을 확정하였지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당, 국회상임위원들의 반발로 6월 입법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것은 이미 예견되어 있던 것으로서, 정부 차원에서 고용허가제 도입방침을 발표한 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청와대가 산업연수생 제도의 폐지를 유보하고 특정업종에 한해서만 고용허가제를 시범실시 한다는 민주당의 방안에 합의하고 노동운동진영의 저항이 만만치 않자 다시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겠다고 나서는 등 올해 초부터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의 문제를 담보로 계속해서 저울질해왔던 결과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이 같은 정부의 고용허가제 방안이 전면 실시된다 하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권보장은 가능하지 않다는데 있다.
또 노무현 정권은 취임 초부터 한국의 노사문제에 대하여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파이'(이른바 고임금과 상대적인 고용안정성)를 차지하고 있어서 비정규직이 보호가 안 된다며 이른바 '대기업노조 책임론'을 들고 나왔고, '정리해고가 쉬어져야 한다'는 등 노동신축화 정책을 시사한 바 있다. 올 상반기 벌어졌던 투쟁과정을 돌이켜보면서 우리는 노무현정권이 김대중정권 하에서 자행된 노동의 빈곤화·불안정화 노동정책을 전면적으로 계승한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최근 노동자 투쟁 과정에서 확인된 노무현 정권의 반민중성: 노동기본권 박탈

얼마 전 다단계알선과 지입제로 고통받는 화물연대노동자들의 투쟁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빈곤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며 비정규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다시금 이슈화시켰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화물운송요금체계개선, 다단계·지입제 폐지, 노동자성 쟁취'등 투쟁 요구를 12가지로 정식화하며 14일간의 파업 끝에 정부의 손을 들게 하였다.
당시 노정협상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과 관련된 합의 내용은 '화물운송특수고용노동자(지입차주)가 2004년부터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문제에 관해 정부는 노·사와 성실하게 협의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반복해서 확인되어온 계획으로서, 산재보험 적용문제의 경우 이미 2002년 5월에 이른바 '1차 노사정합의'를 통해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구체적 시행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다. 즉 노무현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에 대해 한 치의 진전된 안을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공무원노조의 노동3권 쟁취 투쟁 과정에서도 정권은 공무원노동자들이 공무원이라는 특수한 신분이기 때문에 노동3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들의 요구를 집단 이기주의적이고 불법적인 요구로 참주선동하고 있다. 노동3권 보장하라는 요구가 공무원이기 때문에 거부당해야 되고 집단 이기주의적 발상이라면 그 누가 노동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겠는가. 공무원노조의 '공무원노조 특별법반대, 1.5권 거부, 완전한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쟁의행위찬반투표가 비록 정부의 방해공작으로 가결되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공무원노동자의 노동3권 쟁취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노조법을 특별법으로 제정하여 법령·예산관련 단체협약의 효력을 제한,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소위 '공무원노조법안'을 추진중이며, 올 하반기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는 정권이 스스로 발벗고 나서서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으로서 결국 절름발이 1.5권으로 공무원노조를 합법화하여 이들의 힘을 태초부터 무력화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5월을 뜨겁게 달군 화물연대 및 공무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한쪽은 특수고용노동자인 비정규직, 다른 한쪽은 정규직인 공무원노동자이지만 이들이 내세우는 주요 요구는 '노동3권 쟁취'라는 점에서 이들의 투쟁이 현재 정권의 노동자성 부정·노동신축화 정책과 정면으로 투쟁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공익안'의 본질은 비정규직 제도화와 활성화를 통한 노동신축화

노사정위 비정규특위 공익안의 비정규직 보호방안은 비정규직을 '기간제, 파견, 단시간,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등 고용유형별로 구분한 뒤 그 기본방향을 '차별금지원칙'으로 밝히고 있다. 즉 이번 공익안은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고용과 심각한 차별, 노동권박탈이라는 문제의 심각성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건 차별 완화를 핵심 내용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기간제 노동의 사유규제, 파견법 폐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인정 등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모두 비켜가 버렸다. 이것은 기간제, 파견노동, 단시간 노동, 특수고용직 노동 등을 노동시장 내 중요한 고용형태로 인식하고, 비정규직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형식적인 차별해소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서 정권과 자본의 노동신축화에 조응하고자 하는 것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다시 한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방안이다.
비정규특위 공익안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피도록 하자.
첫째, 기간제 문제. 공익안은 기간제 노동을 '사용사유에 대하여 적절하게 규제한다'라고 명시함으로써 자유롭게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해석되어 기간제를 제도화하고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한다. 단, 예외적인 경우에는 위의 기간을 초과하여 사용할 있다'는 구절의 경우, 예외적인 경우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뿐만 아니라, 파견법에서 드러난 것처럼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기 직전에 의도적인 해고가 발생해도 막을 방도가 없다는 점에서 기만적이기까지 하다.
둘째, 파견노동의 문제. 공익안은 불법파견에 대한 규제를 확실히 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공익안은 불법파견노동자를, '적법한 파견업종인 경우에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상의 근로자로 보고, 아닌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불법파견 규제는 수 십년간 이미 정부의 묵인과 방조 속에 용인되어 왔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쟁점, 즉 '합법파견' 노동자들에게 2년마다의 주기적 해고를 강요하는 파견법 폐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겉만 번지르르한 생색내기용 방안인 것이다.
셋째, 특수형태근로-특수고용의 문제. 여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한 부분이라며 완전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 역시 기존 노동법이 아닌 특별법 제정을 통한 보호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유사근로자의 단결활동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특정 사업주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이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하는 자 타인을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자 노무제공에 있어서 직간접적인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 등과 같이 유사한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해서 단체조직권, 교섭권, 협약체결권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자등록증의 강제발부를 통해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특수고용직으로 만들어버리는 현실 속에서 사회보험, 단결권조차 적용 받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는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기는커녕 특별법을 운운하며 '유사근로자' 개념을 만들어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고,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모호한 성격의 노동자로 만들어 노동신축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의 본질은 실효성 없는 조삼모사정책

이러한 노무현 정부의 반민중적 노동정책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태도에서도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정부는 지난 3월28일 이주노동자정책 관련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하여 기존의 '산업연수생제도의 폐지 및 외국인고용허가제추진'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이날 확정된 고용허가제 방안은 국가가 이주노동자의 도입, 알선, 관리를 직접 담당하고 국가가 제시한 이주노동자 풀 가운데 사업주가 원하는 사람을 골라 근로계약을 맺도록 하며 이주노동자의 체류기간은 최장 3년으로 하고 근로계약은 해마다 갱신하도록 하고 또 사업장의 휴·폐업, 임금체불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사업장 이동을 허용하고, 노동관계법령을 내국인과 똑같이 적용하도록 한다는 안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용허가제 방안은 사실상 현행 연수제도와 다를 바 없는 제도로서 국가간 쌍무협정으로 노동자를 집단적으로 송출·유입하도록 하면 필연적으로 중간브로커들이 양산되고, 그에 따라 송출비리 문제도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직업선택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3권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1년마다 갱신되는 근로계약 역시 사측이 제시하는 노동조건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고용허가제의 도입은 결국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위협하게 될 뿐이다. 산업연수생제도의 즉각적인 폐지와 이주노동자와 한국정부가 송출·유입의 주체가 되고 직업선택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며 이주노동자가 근로계약의 주체로 인정되는 노동허가제 도입이 절실하다.


노무현 정부의 노동신축화 정책에 맞서 노동권 쟁취 투쟁에 나서자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은 국정 12대과제의 하나였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상에서 잘 드러난다. 이른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핵심으로 노사정위원회의 기능을 강화를 통하여 사회적 합의체로 기능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신축화정책의 정당성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사정위란 무엇인가? 김대중정권 시기 노사정위는 98년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를 법제화하였고, 복수노조금지조항과 노조전임자임금지급을 맞바꿔치기 하며 기간 노동법개악에 앞장서 왔다. 그리고 이렇게 제도화된 법안들을 기반으로 노동신축화를 강제하고 노동자들의 삶을 불안정화, 빈곤화하는 데에 복무했다. 노무현 신정부에서도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현 정부에서 추진중인 이주노동자정책이나 공무원조합법안은 애초에 노사정위원회에서 내놓은 기본안을 바탕으로 노동부에서 최종 정리, 법안을 상정하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또한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은 4·20 철도투쟁에서 철도산업의 외주용역화 요구를, 화물연대투쟁에서 노동자성 인정요구를, 공무원노조투쟁에서 노동3권 요구를 묵살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노동기본권박탈을 통한 비정규직양산과 노조무력화를 통한 노동신축화의 강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주5일제 법안을 6월중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5일제안에 대해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정부는 주5일제 법제화가 이번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당분간 국회에 상정하기가 힘들 것이란 판단 하에 밀어붙인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수년간 정권과 자본의 노동법(제도) 개악으로 인해 노동권을 모조리 박탈당해온 터에 탄력적 근로 시간제 확대·연월차 휴가 대폭 축소·생리휴가 폐지 등이 포함되는 주5일제안이 통과된다면 그 후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 뿐인가. 노무현 정부는 초민족적 자본의 투기 놀음을 위해 경제자유구역이다, 자유무역협정이다 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모조리 팔아넘기려 하지 않는가.
출범 100일만에 만천하에 드러난 노무현 신정부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노동신축화 정책에 맞서 투쟁을 일구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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