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노무현 정권의 딜레마
지난 7월 7일 한나라당의 소위 개혁파 의원 5명이 탈당을 결행했다. 그들은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 정책정당 건설'에 온 몸을 던지겠다며 탈당의 辨을 밝혔다. 또 ‘盧兒의 방주’라 불리는 개혁국민정당 역시 같은 날 전당대회를 통해 개혁신당 추진을 당론으로 정하고 ‘개혁신당추진 연대회의’를 결성하였다. 한편 이미 지난 3일에는 강원용 목사, 송월주 스님, 함세웅 신부 등 각계의 소위 원로 10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한반도 평화와 지역주의 극복, 민주개혁을 위한 새 정치 주체 결집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로써 올 초부터 민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었으나 소위 신/구주류의 갈등으로 봉착국면에 빠진 ‘개혁신당’ 추진 논의가 민주당 외곽에서의 엄호사격을 통해 재개된 것이다.
재개된 신당창당 논의와 그 구체적 양상
작년 대선 당시 노무현은 ‘반창연대’로 상징되는, 대단히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이데올로기의 일시적 결합에 의해 당선될 수 있었다. 게다가 노무현은 집권 여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당-조직의 안정적인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채 노사모라는 일종의 정치 ‘팬클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집권 이후 정국운영의 안정화와 국민동원을 위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지기반의 형성이 필수적인 과제였다. 특히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 프로그램에 시동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최근 논의되는 정치개혁은 ‘인적 청산’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2000년 총선 당시와는 달리 제도개혁 역시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정치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해온 ‘정치개혁추진범국민협의회’가 추진한 안(案)을 살펴보면 이 번 정치개혁은 정당개혁(지구당 민주화, 진성당원제, 상향식 공천), 선거개혁(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시민의 정치참여 보장, 선거연령 인하), 정치자금의 개혁(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의 공개와 투명성 확보)이라는 세 가지 틀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개혁의 요구는 그 명분과는 달리 신자유주의자들에게 보다 수월한 정계개편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세력에게 지금의 정계개편의 핵심적인 관심사는 개혁세력의 결집을 범민주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이루어내는 것이다. 이들은 87년과 대비하면서 2002년을 ‘만회혁명’이라고 명명하며 87년 직선제 쟁취와 97년 수평적 정권교체 그리고 2002년의 대선 미라클에 이어서 2004년 총선에서는 지역감정의 굴레를 타파하겠다는 논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주되게 변화의 동력이 되어야할 386들의 정치 참여와 진출을 동반해야 한다. 정치개혁추진범국민협의회에 참여하는 NGO들도 정치개혁에 있어서 세대교체를 통한 ‘의회개혁’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이러한 구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인적 청산’을 동반한 정계 개편은 불가피해 보이는데, 이는 도덕성을 가장 큰 무기로 해야 하는 정권의 지지기반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노무현이 당선된 배경은 분명 이질적이고 다층적인 원인이 있지만 도덕성이라는 쟁점은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다. 따라서 지난 5년 동안 DJ정부 시절에 창궐한 ‘금융화’에 기생한 부패와 비리(세력)라는 폭탄을 안고 정권을 운용하는 것은 너무 위태롭고 위험한 선택이다. 주지하다시피 금융화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구조조정과 부패비리는 밀월관계이었으며 현재진행형이다.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 게이트에서 목격했듯이 금융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행되는 주식시장의 부양과 각종의 금융규제 완화등의 일련의 조치들은 부패와 비리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킨다. 물론 문제의 해결은 언제나 부패와 비리가 단순히 몇 몇 개인의 도덕적 해이로만 설명될 수 없는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면서 인적 청산의 방식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인적 청산의 방식으로도 풀기 어려운 정치자금의 딜레마가 노무현에게 존재한다. 이는 이미 정대철 사태로 인하여 정권에 그 적신호가 켜진 상황인데 노무현의 ‘대선자금 고해성사’에 관한 언급은 문제의 확대를 막기 위한 조처겠지만 미봉책을 넘어선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그 어떤 지배정치인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기에 정치자금의 투명화라는 이름으로 양성화를 도모하는 정치개혁 추진의 또 하나의 배경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치개혁세력의 조건과 한계
무엇보다도 이러한 정계개편의 핵심에는 정치의 선진화, 정상화라는 미명으로 추앙받는 ‘안정적인 양당체제’로의 재구조화를 위한 신자유주의 세력(민주당)의 능동적인 기획이 자리하고 있다. 즉 일련의 정치개혁의 수렴점이자 양당체제 구축의 목적은 남한의 (신)자유주의자들의 오랜 숙원인 실질적인 전국정당 건설을 통한 전국적이고 안정적인 지배구조의 확보에 있는 것이다.
이런 전국정당화를 위해서는 우선 지난 20여년간 지배정치의 한 정점에 있던 경향인 ‘지역주의’를 부차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2000년대의 지역주의가 드러나는 양상이 가지는 8-90년대의 그것과 다른 지점을 차분히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더 이상 산업화의 수혜지역인 영남과 소외지역으로서의 호남이라는 대립항은 유효하지 않다. 금융세계화 속에서 초국적 금융네트워크로 편입 가능한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동시에 이미 배제되어 있다. 하기에 지금의 지역주의는 이전과 같은 초보적인 수준에서라도 이념적인 지지와 인물에 대한 지지, 그리고 압축적 산업화과정에서의 ‘기억’에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지역별 불균형한 발전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경제자유구역이나 ‘지역특화 발전특구’, 또는 새만금의 사례에서 나타난 지역주민의 발전논리와 결합). 결국 지역 발전 이데올로기가 현실에서 존재하는 한, 지역주의의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이는 더욱 퇴행적인 모습으로 드러날 것이다.
또 양당체제의 구축을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의 포섭을 통한 안정적인 공조체제의 형성이 관건적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은 초기부터 노사정위의 실질화와 비정규직 보호방안 등 일련의 사회타협적 정책을 전향적으로 제시하며 노동자계급을 포섭하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NEIS, 철도노조 그리고 화물연대 파업에서 보여지듯이 '대화와 타협'이후 발생하는 보수주의적 반발을 ‘또 한번의’ 대화와 타협으로 무마하기 위하여 모든 합의를 스스로 파기하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경제상황의 악화로 인해 노동자계급에 대한 실리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기조차 힘든 바, 이는 오히려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세로 드러나고 있을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신당창당론자들이 외치는 정치개혁 프로그램 역시 성공하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노사모라는 ‘무정형의 팬클럽’이 당적 조직으로 재편되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했으며 여론의 반응 역시 그다지 탐탁치 않다(‘희망돼지의 진실’ 파동, 범 개혁세력 결집론에 근거한 신당 창당에 대한 부정적 입장(한겨레 리서치, 51.8%)).
결국 노무현 정권이 신당창당과 정계개편을 통해 안정적인 지지연합을 구축해낼 수 있을지는 전혀 불투명한 것이다.
신당창당, 노무현 정권의 딜레마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벌써 40%대로 추락했다. 새로운 정권이 수립된 직후의 지지율이 70%였음을 떠올린다면 불과 3개월 후인 지금의 지지율은 집권 초반이라는 상식에 비추어 본다면 분명히 이례적이다. 파병논란과 방미 결과, 파업사태 대응에서 드러난 노무현 신정부의 갈지자 행보는 응당 노무현의 ‘이질적’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으며 급락한 지지율은 이를 증명하는 지표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은 발생하는 쟁점적인 사안들에 대하여 해결방안을 결코 내놓을 수 없는 신자유주의 정권의 구조적인 불안정성(무능력)을 드러낸다. 현재 노무현 정권의 유일한 선택은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갈등의 주된 당사자들의 지위를 이익단체로 주변화 시켜내는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가미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소위 현안 문제에 관한 ‘원칙부재의 국정 운영’은 노무현 정권의 아마추어리즘 이라기보다는 구조적 제약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정운영의 불안정성은, 소위 ‘개혁 알리바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악용되는데, 현재의 국면을 노무현 정권의 취약한 지지기반에 근거한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반수구연합’이라는 기획으로 드러난다. 현재 노무현 정권에 대한 지지연합의 재구축을 도모하고자 하는 신당창당/정치개혁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연합을 재결집시키기 위한 시도는 그 성공 확률이 지극히 낮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위기와 경제위기라는 근본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초민족적 자본과 미국의 이해에 철저히 종속된 남한의 구조적 조건은 특히 노무현 정권의 운신의 폭을 제한한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이 정계개편의 최대 화두로 내세우는 ‘이념적 분별정립’은 허구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현재의 정계개편 논란이란 결국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에 대한 핵심적 지지기반을 구축하여 개혁의 불가피성, 지속성을 이데올로기적으로 공고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개혁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재결집, 부패와 '도덕적 해이'가 재생산되는 정치-행정-사법구조의 혁신 또는 지배세력의 도덕성 재확립은 그 부수물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회 통합을 위한 정책적 보완이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는지를 잘 살펴야 하는데, 객관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면 고용확대나 빈곤축소의 외형적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이러한 노무현 신정부의 정계개편 논란에 잠복된 진정한 쟁점을 폭로, 비판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일 것이다.
재개된 신당창당 논의와 그 구체적 양상
작년 대선 당시 노무현은 ‘반창연대’로 상징되는, 대단히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이데올로기의 일시적 결합에 의해 당선될 수 있었다. 게다가 노무현은 집권 여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당-조직의 안정적인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채 노사모라는 일종의 정치 ‘팬클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집권 이후 정국운영의 안정화와 국민동원을 위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지기반의 형성이 필수적인 과제였다. 특히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 프로그램에 시동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최근 논의되는 정치개혁은 ‘인적 청산’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2000년 총선 당시와는 달리 제도개혁 역시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정치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해온 ‘정치개혁추진범국민협의회’가 추진한 안(案)을 살펴보면 이 번 정치개혁은 정당개혁(지구당 민주화, 진성당원제, 상향식 공천), 선거개혁(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시민의 정치참여 보장, 선거연령 인하), 정치자금의 개혁(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의 공개와 투명성 확보)이라는 세 가지 틀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개혁의 요구는 그 명분과는 달리 신자유주의자들에게 보다 수월한 정계개편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세력에게 지금의 정계개편의 핵심적인 관심사는 개혁세력의 결집을 범민주대연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이루어내는 것이다. 이들은 87년과 대비하면서 2002년을 ‘만회혁명’이라고 명명하며 87년 직선제 쟁취와 97년 수평적 정권교체 그리고 2002년의 대선 미라클에 이어서 2004년 총선에서는 지역감정의 굴레를 타파하겠다는 논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주되게 변화의 동력이 되어야할 386들의 정치 참여와 진출을 동반해야 한다. 정치개혁추진범국민협의회에 참여하는 NGO들도 정치개혁에 있어서 세대교체를 통한 ‘의회개혁’을 비중있게 다루면서 이러한 구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인적 청산’을 동반한 정계 개편은 불가피해 보이는데, 이는 도덕성을 가장 큰 무기로 해야 하는 정권의 지지기반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노무현이 당선된 배경은 분명 이질적이고 다층적인 원인이 있지만 도덕성이라는 쟁점은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다. 따라서 지난 5년 동안 DJ정부 시절에 창궐한 ‘금융화’에 기생한 부패와 비리(세력)라는 폭탄을 안고 정권을 운용하는 것은 너무 위태롭고 위험한 선택이다. 주지하다시피 금융화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구조조정과 부패비리는 밀월관계이었으며 현재진행형이다.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 게이트에서 목격했듯이 금융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행되는 주식시장의 부양과 각종의 금융규제 완화등의 일련의 조치들은 부패와 비리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킨다. 물론 문제의 해결은 언제나 부패와 비리가 단순히 몇 몇 개인의 도덕적 해이로만 설명될 수 없는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면서 인적 청산의 방식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인적 청산의 방식으로도 풀기 어려운 정치자금의 딜레마가 노무현에게 존재한다. 이는 이미 정대철 사태로 인하여 정권에 그 적신호가 켜진 상황인데 노무현의 ‘대선자금 고해성사’에 관한 언급은 문제의 확대를 막기 위한 조처겠지만 미봉책을 넘어선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그 어떤 지배정치인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기에 정치자금의 투명화라는 이름으로 양성화를 도모하는 정치개혁 추진의 또 하나의 배경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치개혁세력의 조건과 한계
무엇보다도 이러한 정계개편의 핵심에는 정치의 선진화, 정상화라는 미명으로 추앙받는 ‘안정적인 양당체제’로의 재구조화를 위한 신자유주의 세력(민주당)의 능동적인 기획이 자리하고 있다. 즉 일련의 정치개혁의 수렴점이자 양당체제 구축의 목적은 남한의 (신)자유주의자들의 오랜 숙원인 실질적인 전국정당 건설을 통한 전국적이고 안정적인 지배구조의 확보에 있는 것이다.
이런 전국정당화를 위해서는 우선 지난 20여년간 지배정치의 한 정점에 있던 경향인 ‘지역주의’를 부차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2000년대의 지역주의가 드러나는 양상이 가지는 8-90년대의 그것과 다른 지점을 차분히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더 이상 산업화의 수혜지역인 영남과 소외지역으로서의 호남이라는 대립항은 유효하지 않다. 금융세계화 속에서 초국적 금융네트워크로 편입 가능한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동시에 이미 배제되어 있다. 하기에 지금의 지역주의는 이전과 같은 초보적인 수준에서라도 이념적인 지지와 인물에 대한 지지, 그리고 압축적 산업화과정에서의 ‘기억’에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지역별 불균형한 발전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경제자유구역이나 ‘지역특화 발전특구’, 또는 새만금의 사례에서 나타난 지역주민의 발전논리와 결합). 결국 지역 발전 이데올로기가 현실에서 존재하는 한, 지역주의의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이는 더욱 퇴행적인 모습으로 드러날 것이다.
또 양당체제의 구축을 위해서는 노동자계급의 포섭을 통한 안정적인 공조체제의 형성이 관건적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은 초기부터 노사정위의 실질화와 비정규직 보호방안 등 일련의 사회타협적 정책을 전향적으로 제시하며 노동자계급을 포섭하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NEIS, 철도노조 그리고 화물연대 파업에서 보여지듯이 '대화와 타협'이후 발생하는 보수주의적 반발을 ‘또 한번의’ 대화와 타협으로 무마하기 위하여 모든 합의를 스스로 파기하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경제상황의 악화로 인해 노동자계급에 대한 실리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기조차 힘든 바, 이는 오히려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세로 드러나고 있을 따름이다.
마지막으로 신당창당론자들이 외치는 정치개혁 프로그램 역시 성공하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노사모라는 ‘무정형의 팬클럽’이 당적 조직으로 재편되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했으며 여론의 반응 역시 그다지 탐탁치 않다(‘희망돼지의 진실’ 파동, 범 개혁세력 결집론에 근거한 신당 창당에 대한 부정적 입장(한겨레 리서치, 51.8%)).
결국 노무현 정권이 신당창당과 정계개편을 통해 안정적인 지지연합을 구축해낼 수 있을지는 전혀 불투명한 것이다.
신당창당, 노무현 정권의 딜레마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벌써 40%대로 추락했다. 새로운 정권이 수립된 직후의 지지율이 70%였음을 떠올린다면 불과 3개월 후인 지금의 지지율은 집권 초반이라는 상식에 비추어 본다면 분명히 이례적이다. 파병논란과 방미 결과, 파업사태 대응에서 드러난 노무현 신정부의 갈지자 행보는 응당 노무현의 ‘이질적’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으며 급락한 지지율은 이를 증명하는 지표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은 발생하는 쟁점적인 사안들에 대하여 해결방안을 결코 내놓을 수 없는 신자유주의 정권의 구조적인 불안정성(무능력)을 드러낸다. 현재 노무현 정권의 유일한 선택은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갈등의 주된 당사자들의 지위를 이익단체로 주변화 시켜내는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가미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소위 현안 문제에 관한 ‘원칙부재의 국정 운영’은 노무현 정권의 아마추어리즘 이라기보다는 구조적 제약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정운영의 불안정성은, 소위 ‘개혁 알리바이’를 통해 다시 한 번 악용되는데, 현재의 국면을 노무현 정권의 취약한 지지기반에 근거한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반수구연합’이라는 기획으로 드러난다. 현재 노무현 정권에 대한 지지연합의 재구축을 도모하고자 하는 신당창당/정치개혁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연합을 재결집시키기 위한 시도는 그 성공 확률이 지극히 낮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위기와 경제위기라는 근본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초민족적 자본과 미국의 이해에 철저히 종속된 남한의 구조적 조건은 특히 노무현 정권의 운신의 폭을 제한한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이 정계개편의 최대 화두로 내세우는 ‘이념적 분별정립’은 허구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현재의 정계개편 논란이란 결국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에 대한 핵심적 지지기반을 구축하여 개혁의 불가피성, 지속성을 이데올로기적으로 공고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개혁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재결집, 부패와 '도덕적 해이'가 재생산되는 정치-행정-사법구조의 혁신 또는 지배세력의 도덕성 재확립은 그 부수물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회 통합을 위한 정책적 보완이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는지를 잘 살펴야 하는데, 객관적인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면 고용확대나 빈곤축소의 외형적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이러한 노무현 신정부의 정계개편 논란에 잠복된 진정한 쟁점을 폭로, 비판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