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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91호 | 200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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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발 '훈풍'에 감춰진 비수, 작전계획 5030?

정전 50년, 정전체제의 위기를 한반도 평화의 시작으로

사회진보연대
한반도에 평화를 위한 훈풍(薰風)이 불어오는가? 훈풍의 조짐 중 하나는 다자회담의 재개에 대한 희망적 관측들이다.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과 미국을 차례로 방문한 뒤 북중미 3자가 다자회담 개최를 위한 입장을 최종 조율중인 것으로 보인다. 각종 언론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북-미간 당사자 회담을 요구해 온 북한과 한국과 일본이 참가하는 5자회담을 고집해 온 미국이, 양 측 모두 한 발 물러나 3자회담을 재개하되 그 다음날 한국, 일본, 러시아가 추가로 참가하는 6자회담을 가지는 방안에 대해 상당한 합의에 도달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훈풍의 조짐은 미국 정부가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7월 22일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타임즈는 미 행정부 내에서 핵폐기 과정의 하나로 북한에 대한 불가침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실제로 미국이 북한에 대한 불가침을 보장한다면, 부시 정부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먼저 폐기하지 않는 한 어떠한 보상이나 보장도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일 뿐 아니라, 중요하게 검토해 왔던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포기 혹은 잠정적으로 유보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워싱턴발 훈풍의 현실적 조건과 한계

그렇다면 부시의 대북정책이 강경정책에서 유화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는가? 분명 다자회담이라는 '협상'이라는 수단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점만 놓고 보면 그렇게 판단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단지 어떠한 수단을 주되게 사용하느냐를 가지고 정책의 선회를 판단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정책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즉,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이 최종적으로 이라크에서처럼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 한반도의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정권교체라는 목표가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22일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체제안보보장 검토 보도에 대해 바로 부인했으며, 다음 날 파월 국무부 장관은 또 부시 대통령이 최근 대북 유화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은 어떤 선택도 테이블에서 배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볼 때 3자회담과 6자회담이 동시에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체제보장을 포함하는 전향적인 해결책을 내 놓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미 국방부가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는 군사전략인 작전계획(OPLAN) 5030을 수립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 정부 내에서 여전히 정권교체의 주장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여전히 미 정부, 혹은 정치권 내에서 대북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강-온파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최근의 미국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강-온파의 갈등에서 온건파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유화정책이 보다 힘을 얻고 당분간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하다. 이라크 재건은 이라크 민중들의 반발에 부딪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고 있고, 이라크 침략의 근거로 내세웠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및 테러조직 지원에 대한 정보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부시 행정부가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드시 이라크와 관련된 부시 정부의 정당성 상실이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의 전면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북한의 핵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내적인 정권의 위기를 외적인 위협을 강조하며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온건파의 득세가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한반도의 위기를 더욱 위기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는 부시의 새로운 안보전략인 '예방전쟁'은 민주당의 온건파도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예방주의'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엘 고어의 정책이었다.) 9·11테러 이후 보다 확실하게 부각된 세계화의 이익으로부터 미국 및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익을 보호하고 세계화가 야기한 불만과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미국의 신안보전략의 큰 틀거리는 강경파나 온건파나 모두 동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자회담이 현실화되고 당분간 대화를 통한 해결국면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전쟁과 타협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불안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더구나 다자회담의 시기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8월 말 9월 초는 북한에 대한 경수로지원금지법안에 대한 미 상하원 합동의회 처리가 예상되는 시점이기도 하며, 북한 역시 북미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핵 보유선언을 할 시점으로 일본과 러시아의 소식통에 의해 언급되고 있는 시기(국가수립 55주년인 9월 9일)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9월 초는 협상과 동시에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짙은 그런 시점이다.
하기에 다자회담의 개최를 위한 물밑 협상에서 그나마 형성되고 있는 '타협의 분위기'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현실적 과정으로 바꾸어 나가기 위한 남한사회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노력은 어디에 집중되어야 하는가? 여기서는 특히 미국의 신안보전략의 군사작전상의 표현인 한-미 연합군 및 미군의 작전계획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한-미 연합군의 작전계획의 역사: 수복에서 점령으로, 방어에서 선제공격으로

미국의 국방부가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새로운 작전계획인, 'OPLAN 5030(이하 작계 5030)'을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미국의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7월21일자)는 "지금부터 2개월 전 사이에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지시로 미 군 지휘관들이 대북 갈등을 대비한 새로운 전쟁계획을 작성했다"며 사실상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계획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작전계획(Operation Plan)이란 미 합동참모본부의 요청에 따라 특정한 적대적 환경에서의 군사작전을 구성하기 위한 계획이다. 미군은 한반도와 관련된 몇 가지 상황에 대응하는 각각의 작전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미 연합군의 작전계획의 수립권이 한미연합사 사령관인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있는 상황에서 미군의 작전계획은 한미연합작전계획의 핵심이 되어 왔다.
한-미 연합군의 작전계획의 중심은 '작전계획 5027'(이하 작계 5027)로서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을 위한 작전계획이다. 94년에 작성된 '작전계획 5026'은 북한의 핵시설과 지휘부를 선제타격하기 위한 계획이고, '작전계획 5029'는 북한이 붕괴했을 경우의 대처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2년마다 개정되는 작계 5027은 군사기밀로 묶여 있으나, 적지 않은 내용은 이미 군관계자나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직후에는 북한의 남침을 억제, 격퇴하는 수준에서 마련되었던 작계 5027은 70년대 이후 북한에 대한 점령계획으로 변화하며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적 요소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 왔다.
1973년 미국은 베트남에서의 철수에 따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며 '전진방어' 개념을 채택하고 작전계획에 북한의 개성까지 점령하는 계획을 추가하였다. 9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북한 점령은 계획은 더욱 강화되는데, 특히 94년 1차 북핵위기를 거치며 단시간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통일한다는 전략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현재까지 작계 5027의 기본 뼈대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한-미 연합군의 작전은 5단계로 전개되는데 1, 2단계에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고, 3·4·5단계에서 대규모 상륙작전과 함께 북한을 점령하여 한반도의 북진통일을 완성하게 된다.
또한 98년을 거치며 또 하나의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는데 예방전쟁에 입각한 '선제공격'전략이 채택된다. 즉,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가 포착될 경우, 북한의 야포와 미사일, 공군 기지 등을 '선제공격을 통해 파괴시킨다'는 계획이 포함된다. 이러한 요소는 계속 강화되어, 2000년에는 남한의 결정과 무관하게 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내용이, 2002년에는 전쟁 발발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특수작전이 추가된다. 이처럼 작계 5027은 수복에서 점령으로 방어에서 선제공격으로 변화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러한 작전계획 모두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남한을 보호한다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오히려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높여 왔다는 사실은 사뭇 역설적이다. 실제로 작계 5027은 북-미간의 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한-미 군관계자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언론에 공개되며 북한을 위협하는 선전전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오히려 북한을 긴장시키고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심화시키는 효과를 불러 왔다. 73년 '전진방어'적 작전계획의 수립은 북한군이 재래식 무기를 휴전선 근처에 집중시키는 결과를 불러 왔으며, 바로 지금의 한반도 위기 역시 이러한 작전계획이 가지는 침략적 성격이 제네바합의의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정권교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계획, 작계 5030

한편, 이번에 알려진 작계 5030은 본격적인 전쟁 이전의 군사행동을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총성'이 없다 뿐이지 북한의 체제붕괴를 유도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군사작전을 개시할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미 국방부가 사실상 북한의 정권교체 시도에 착수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작계 5030은 한반도 지역의 사령관들에게 북한의 한정된 자원을 고갈시키며, 북한 군부를 긴장시켜 북한 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키기 위한 작전수행권을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RC-135 정찰기를 북한 영공에 근접 비행시켜 북한의 잦은 대응출격을 유도함으로써 제트 연료를 고갈시킨다거나, 기습군사훈련을 수주간 실시해 북한군을 벙커에 몰아넣어 군비물자를 소진시키는 전술, 나아가 북한의 금융네트워크 교란과 역정보 유포 등 전통적으로 전쟁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전술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볼 때 작계 5030은 잦은 군사긴장 촉발을 통해 가뜩이나 취약한 북한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소진시킴으로써 북한을 붕괴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일부 관료들도 이 계획을 '사실상 북한의 군부를 불안하게 만들어 김정일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평시에 전쟁을 야기할 수 있는 수준의 공격적인 작전권을 군 지휘관에게 부여함으로써 전쟁과 평화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하고 한반도 긴장을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최근에서야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관료들에게 작계 5030의 세부사항을 통보했으며, 아직 승인이 나지는 않은 상태이다. 또한 남한의 국방부는 작계 5030이 한미연합군의 공식적인 작전계획으로 채택된 바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작전계획 자체의 승인여부와는 상관없이 최근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이미 작계 5030에 담긴 전술들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먼저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미국은 6월 한 달 동안 무려 200여 차례에 걸쳐 RC-153 정찰기를 동원하여 북한지역을 정찰했다고 한다. 지난 3월에는 정찰기와 북한의 전투기가 조우한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정보를 포착한다는 명분으로 이미 정찰기의 근접비행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근래에 보기 드물게 대규모 인력과 무력을 동원한 한미합동훈련 '연합전시증원연습'과 '독수리연습'의 통합훈련이 실시되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한편, 최근 북한의 평양방송은 미국이 고무풍선을 이용해 북한에 소형 라디오를 보급하고 자유아시아방송(RFA) 방영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폭로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작계 5030의 주요 작전요소들이 이미 수행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의 국방부는 사실상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다양한 '선제공격'적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작전계획에 대한 전반적인 수정을 계획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안보연구소인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rity)는 "미 정부는 기존의 한반도 전쟁계획인 작계 5026∼5029 등을 수정하는 한편 북한군의 내부붕괴를 유도하는 새 작계 5030의 세부내용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추진되는 주한미군 재배치나 MD구축을 포함하는 군사력증강 계획 역시 '선제공격전략'과 이를 위한 군사력의 재편의 맥락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작전계획을 실질적으로 지지하는 현실적 흐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선제공격'이라는 침략적인 측면을 강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민중들의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선제공격을 위한 작전계획을 폐지시키고, 이러한 작전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미군 및 한국군, 일본군의 군사력 증강을 막아내기 위한 한반도 민중의 투쟁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전 50년, 정전체제의 위기를 한반도 평화의 시작으로

정전협정은 전투행위의 일시적 중단을 의미하는 한계적인 것이기도 했지만 그 조차도 끊임없는 위기에 시달려야 했다. 정전협정 2조 13항은 한반도의 경외로부터 군사인원,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을 정지하도록 규정하였지만 남과 북은 군비를 계속해서 증강시켜 왔고 미군은 핵무기까지 한반도로 반입하기도 했다. 더구나 정전 50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는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나아가기는커녕 그 나마 유지되었던 정전체제마저도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정전체제의 위기의 폭발은 정전체제가 가지고 있었던 한계를 극적으로 드러내고 50년 동안 한편으로는 반공-반북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호전적 북진통일의 환상에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 불감증' 속에 평화를 위한 진지한 모색을 미처 하지 못해 왔던 남한사회에 '평화'라는 물음을 근본적으로 던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전체제의 위기 속에서 단순한 정전체제로의 복귀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이를 형성하기 위한 대중적 실천을 강화하는 급진적 길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길은 현실에서 출발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자회담을 통한 협상이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야기하는 미국의 신안보전략과 (핵/비핵)선제공격전략과,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한-미-일의 군사력 증강과 한-미-일의 정치적 동맹을 해체하는 대중운동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선제공격전략의 폐기, 선제공격전략에 따른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대 및 중단, 한-미-일 3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반대, 주한미군을 비롯한 동아시아 미주둔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또한 다자회담에서 미국의 선제공격전략의 중단 및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이 북한의 핵의혹의 검증과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주장할 것을 남한정부에게 요구해야 한다.
우리의 새로운 미래는 전쟁과 미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현실적 세력과 힘을 형성해 나가는 반전/반제국주의 대중운동의 길에서 시작될 것이다.
주제어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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