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198호 | 200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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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을 멈추고, 대안을 세계화하자

WTO 5차 각료회의 저지 투쟁과 남겨진 과제

사회진보연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추석은 풍요를 기원하고, 그것을 나누는 우리나라의 고유의 명절이다. 그러나 금번 추석은 그 출발전부터 민중들에겐 녹록치만은 않은 소식들로 시작되었다. 정부는 양대 노총의 반대에도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는 주5일제를 통과시키더니, 노동자의 단결권과 행동의 권리를 제한하면서 사용자의 대항권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들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이니 추석을 보내는 노동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했을리 없다. 추석이 문제랴. 위도에 핵폐기장 건설을 반대하며 투쟁해왔던 부안군민들은 군수의 입원으로 집단이기주의라는 지탄을 넘어 폭도로 비난받고 있었다. 고향으로 떠나는 차안에서는 미국이 한국정부에게 이라크에 대규모의 전투병을 파병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게다가 추석연휴 내내 뉴스에서는 태풍 매미의 북상과 피해소식들을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를 슬프게 한 것은 WTO 5차 각료회의가 열리고, 또한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이 있었던 멕시코 칸쿤에서 들려온 고 이경해씨의 죽음이다.
이경해 한국농업경영인 전 회장은 국제공동농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경찰과 대치한 바리케이트에 올라가 WTO가 한국농업을 죽인다는 구호를 외친 후 할복자살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출혈로 사망하였다.
칸쿤에 있던 투쟁단은 즉각 이경씨의 사망은 단순 사고이거나 우발적인 것이 결코 아니며, 민중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WTO협정과 한국정부의 농업포기 정책이 이 죽음의 진정한 원인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WTO 5차 각료회의 농업협정 초안이 발표되기까지

WTO는 GATT의 8차 무역협상 라운드인 '우루과이라운드(1986년~9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95년 출범한 새로운 무역규범이다. 우루과이라운드는 농업을 관세를 통해서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자유무역의 대상이 되도록 했다. 이에 뒤이은 WTO에서의 농업협상은 이렇듯 농산물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을 하는 관세마저도 점차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5차 각료회의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농업협정은 관세를 대폭 낮추고, 수출보조금을 폐지하도록 하며, 추곡수매제와 같은 국내보조를 감축하는 것이 협상의 3대 목표였다. 이는 각료회의 이전 비공식 회의에서 농산물 관세율의 대폭적인 삭감을 주장하는 미국을 비롯한 수출국과 유연한 관세인하를 고집하는 EU외 수입국들과 입장 대립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후 8월 제네바 회의에서 EU가 감축대상보조금을 줄이는 것을 전제로 합의함에 따라 이번 각료회의에서 농업협정 초안이 제출되었던 것이다.


WTO 협상이 가져온 결과

우루과이라운드 출범 이후 세계 농산물 시장의 90%를 10개 농기업이 장악하고 있으며, 이 기업들은 사업 영역을 확장하여 종자나 생명공학 분야, 농약 등을 생산하는 화학분야, 식품 가공 및 유통 분야 등 농업 및 식량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손에 넣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경작으로 식량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제 3세계에 덤핑으로 수출함으로써 전세계의 농산물 가격을 폭락시키고 있다.
WTO 농업협정은 관세와 보조금의 철폐를 통해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초국적 농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대량의 보조금과 덤핑 없이는 세계 농산물 시장을 장악하기 어렵다. 미국을 위시한 수출국들은 보조금으로 4천억 달러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이 보조금은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로 생산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는 초국적 기업농업의 연구비, 시장거래에 들어간다. 따라서 녹색박스와 청색박스 등의 보조금은 WTO 보조금 감소협약에서 전적으로 제외된다. 실제로 미국은 신 농장법을 통해 오히려 보조금을 확장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WTO의 결과로 덤핑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덤핑은 밀의 경우 23%에서 44%로, 콩 9%에서 29%로, 옥수수 11%에서 33%, 면화 17%에서 57%로 증가하였다. 진실은 덤핑이 국내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붕괴시키며 소득과 생계를 파괴하고 농촌소득을 붕괴시키며 구매력을 마모시킨다는 것이다. 피폐화된 농부들은 기아계층에 합류한다. 빚을 진 농부들이 자살을 한다. 기아로 인한 사망과 농부들의 자살이 식량체계의 무역자유화의 결과이다.


WTO 농업협정의 목적은 무엇인가?

따라서 금번 5차 각료회의의 가장 큰 쟁점으로 알려지고 있는 농업협정은 농산물의 효율적인 생산과 투명한 무역거래와는 거리가 멀다. 더군다나 그것이 농산물의 수입, 수출국에게 어떤 이해득실이 되는가를 넘어서는 문제이다. 현재 WTO에서 논의되고 있는 농업협정이 강제하고 있는 것은 식량이 어떻게 생산되고 누가 식량생산을 통제할지를 결정한다. 그것은 세계농산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초국적 농기업들의 이익만을 철저해 대변할 뿐이다.
남반구의 시장을 개방하고, 농민농업을 기업농업으로 바꾸는 것이 지금의 농업협정의 주요목표이다. 따라서 이러한 농업협정은 농민들의 생계를 봉쇄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족적인 식량경제를 식량의존적 경제로 변화시키는 것이 WTO의 전략이다. 이미 인도와 베트남 사람들은 수입의 반이상을, 중국사람들은 수입의 1/3이상을 식량구입에 쓴다. 이곳은 식량 생산의 독점권이 실현된다면, 초국적 농기업에겐 무한한 이익이 보장 될 것이다. 그것은 생태계파괴, 가족농장의 유린, 그리고 시민의 건강을 황폐화시키는 처방이다. 농민의 추방과 토지와 물,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이러한 미국 식량체계의 두 가지 부정적인 특징이다. 공중의 건강에 대한 위협은 공업화되고 기업이 통제하는 식량체계의 또 다른 치명적 측면이다.
빈국들이 부국에 의한 높은 보조금 지급과 높은 수준의 덤핑이 행해지는 상황에서 수입제한을 철폐하고 관세를 줄이도록 강요당할 때 가난한 농민들은 절멸되며 그들과 함께 남반구의 식량주권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이게 된다. 피폐화된 농민들은 WTO가 말하는 것처럼,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사지 않는다. 그들은 절망에 빠져 자살하거나 기아상황에 놓이게 된다.

농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네팔과 방글라데시 등의 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러한 악순환의 사례를 너무나도 극명하게 보여준다. 네팔은 WTO가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을 도입한 이후 가난한 농부들의 경작지는 68.6%에서 30.5%로 급격히 감소했고, 또한 이러한 농민 각각은 1헥타르 이하의 땅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가장 부유한 농민계층의 소유는 2.51%에서 18.7%로 증가했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땅은 대부분 가장 비옥한 토지이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2000년, 2001년 통계에 따라) 필리핀의 37%, 자바의 36%, 로미니카공화국 77%, 엘살바도르의 41%의 농민들은 땅을 전혀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또 신자유주의 농업정책은 다량의 비료 사용, 상품 작품 재배, 현대적 기술사용을 강요한다. 이것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땅, 물, 산림을 파괴하고 황폐화시켰다.
이렇듯 남아시아로의 거대 식품기업들의 진출은 식량자급률을 떨어뜨리고, 산림, 물 등의 핵심자원을 기업들이 독점하고 오염시켰다. 또한 이러한 토지와 산림의 파괴는 남아시아 국가들이 외채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정부가 토지와 산림 개발과 재비옥화 계획을 세우기 위한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계획들을 위한 기금은 남아시아 나라들에게 대출 형태로 들어오고 이 국가들의 채무가 증가하게 된다. 채무의 증가는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더욱더 강요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농민들은 토지를 빼앗기고, 초국적 기업의 더 가난한 농업노동자가 되었다. 그들은 여전히 농업에 종사하지만, 그들이 먹는 쌀이 아닌 상업작물(예를 들면 설탕)을 생산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식량 자급국가였던 네팔, 인도, 파키스탄 등은 현재는 식량 수입국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WTO 농업정책은 생계의 상실, 생태계의 파괴, 비옥한 토지의 손실, 소농(빈농)과 국가의 채무를 증가시켰을 뿐이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한국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의 경우 UR 협상의 결과로 한국의 모든 농축산물이 전면 개방되었으며, 쌀만이 유일하게 최소시장접근물량 방식으로 수입되고 있다. 2001년 현재 사료용을 포함한 전체 식량자급률은 31.1%이며, 쌀을 제외하면 5%에 불가하다. 정부의 식량감산정책-사실상의 농업포기 정책으로 곡물재배면적 계속 하락하였다. 또한 추곡수매제와 같은 국내 농업보조금의 매년 감축은 농가소득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정부 통계로도 지난 10년 동안 농가부채는 250%나 증가했으나, 소득은 65%정도만 상승했을 뿐이다. 그나마 이것도 UR 협상에서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WTO농업협상 초안은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더라도 농산물 관세를 대폭 감축하고 농업보조금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어, 농업시장을 사실상 전면 개방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환경이변에 따른 수혜와 태풍 매미의 피해까지 겹쳐 1980년이래 최악의 흉작을 예고하고 있고, 지난 2000년 발효된 '농가부채탕감특별법'에 의해 유예된 상환기간이 올해 말로 만기가 된다. 이번 5차 각료회의가 무산되었더라도, 제출된 초안을 기준으로 각 국의 물밑협상과 양자간 협정 체결은 이루어질 것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올 정기국회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제 농민들에게 남은 길은 강제이농이냐, 야반도주냐의 선택일 뿐이다.


한국정부의 대응은 어떠하였는가?: 금융과 초국적 자본의 충실한 대변자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을 제외한 여타의 나라들 중 최선두에 서서 금융과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가장 성실히 대변해왔다.
1998년 IMF의 차관을 대가로 노동유연화, 기간산업 사유화, 탈규제화, 금융시장 자유화 등 일련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외자유치만이 살길'이라며 한국 정부는 노동자 민중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철도, 통신, 교육, 의료 등 공공부문과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고자 한다. 노동자 민중의 기본적인 권리와 생존이 달린 쌀(식량), 교육, 문화 등의 공공부문을 반도체, 가전제품처럼 취급하였고, 민중의 기본권과 공공성은 기업들에게 유리한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 카드로 전락시켰다.
노무현 정부의 입장은 경제자유구역과 동북아경제중심지계획을 통해 한국의 체질을 본질적으로 외자유치형으로 만들고, 보다 집중적인 개방화, 자유화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양자간 투자 및 자유협정을 체결하고, 전세계를 아우르는 신자유주의 첨병 WTO에 충실함으로써 신자유주의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노무현 정부는 지난 3월 31일 개방계획서(양허안) 제출하였는데, 이렇게 양허안을 제출한 국가는 WTO 146개 회원국 중 10개 국가도 채 안되었다. WTO 5차 각료회의가 있기 전에도 각 국가별 이견들을 조율하기 위한 준비회담들은 꾸준히 진행되었는데, 각료회의 직전 제노바 회의에서 한국정부는 지적 재산권 협정에서 의약품을 수입할 수 있는 강제실시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의료에 대한 권리조차 스스로 포기한 23개국 중에 하나가 되었다.
또 한-일 투자협정 체결,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 체결 등 양자간 협정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각료회의가 무산된 직후 평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은 WTO와 같은 다자무역체계를 통한 시장개방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며, 앞으로 양자간 협정을 더욱 활발히 추진하고, WTO협상 진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따라서 정부가 말하는 '국익'은 국민의 생존권도 생명권도 포기할 수 있는 '금융과 초국적 자본의 이익'인 것이다.


WTO 5차 각료회의 결렬, 그러나 멈추지 않는 WTO

칸쿤에서의 WTO 5차 각료회의는 도하개발의제(DDA: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 싱가포르 이슈) 협상의 '중간합의'의 성격을 갖는 회의였다. 그러나 칸쿤 현지와 각 국에서의 민중들의 저항과 투쟁, 각 국가간의 이견 차이로 선언문이 채택되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그러나 이번 각료회의의 결렬이 전세계를 단일한 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WTO의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001년 카타르도하에서 DDA협상의 출범은 2005년 이 의제들의 실행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칸쿤 각료회의의 결렬로 어려움을 겪겠지만, 이번 각료회의 이후로 더욱 활발히 협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WTO는 칸쿤회의에서 오는 12월 15일 이전에 제네바에서 고위급 일반이사회를 열어 협상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결정'을 하다는 내용의 각료성명을 채택했다. 따라서 이후 WTO는 제출된 초안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관세 감축률 수치협상, 각국별 이행계획서 제출, 양자간 협정의 체결 등을 활발하게 추진할 것이다.

특히, 각료회의 결렬의 외부적 쟁점으로 드러났던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아프리카연맹(AU),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ACP) 그룹 등 주로 최빈국들은 이 협상 개시 자체를 반대해 왔으며, 이것이 외관상 각료회의 결렬의 이유로 드러난 것이다. 96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2차 WTO 각료회의에서 제기되어 '싱가포르 이슈'로 명명된 이 협상은 무역원활화, 투자촉진, 정부조달 투명성(국책사업 등의 국제 공개입찰), 경쟁 및 경쟁정책(공종거래 국제규범)에 관한 것이다. 이 주제들은 2001년 4차 각료회의에서 DDA협상 의제로 포함되어, 원래 이번 각료회의에서 정하는 방식에 따라 구체적인 협상이 개시될 예정이었다. 미국, 일본 등은 이 이슈를 통해 OECD내에서 추진하려다 실패한 'MAI(다자간 투자협정)' 수준의 투자자유화 협정을 WTO내에서 체결하는 것을 목적하고 있다.
즉, 단기성 투기자본까지 포함하여 투자를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국내 투자와 해외투자를 차별하지 않고, 해외투자간의 동등 대우를 보장하며, 투자 설립 전 단계부터 보호하는 조치들을 규범화하려는 것이다. 또한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는 독과점, 카르텔 등의 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며, 통관, 수출입허가 등 모든 수출입 절차와 운송형식, 대금지불 절차를 간소화하며, 정부조달 분야에 있어서 국내 자본과 해외자본의 차별 금지와 투자 정보 등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하는 조치들 역시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완전히 자유화된 투자와 금융거래의 틀을 확립하는 것이 이 이슈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바이다.

주로 반대한 국가들은 이런 금융과 투자에서 아예 배제되어 있는 지역이거나, 일방적인 개방만을 요구받는 곳이다. 그러나 IMF는 각료회의 직후, 협상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개도국들에 대한 차관을 늘인다는 발표를 했다. 이는 WTO체제를 위협하는 개도국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IMF, 세계은행 등이 적극적인 행보를 함께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익이 없는 지역의 배제도 당연히 동반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WTO협상에서 각 국들의 지위는 동등하지 않으며 이는 각료회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간의 갈등으로 드러났다. 이번 각료회의 결렬 배경이 되는 반세계화 운동과 국가간 갈등은, 민중 삶의 모든 부분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고, 이를 세계적 규범으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WTO가 정당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한축으론 재앙의 세계화를 막아내고 새로운 대안세계화를 모색하는 운동들을 성장이 그 위협 요소이다. 또한 '배제와 강압'에 의한 WTO의 비민주성이 국가간의 갈등을 촉발시켜, 스스로 WTO 실패를 드러내고 있다.


WTO 반대투쟁의 의미와 과제

WTO 반대투쟁의 의의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시장 개방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처들이 공격하는 민중들의 제반 권리를 옹호해 내는 것에 있다. WTO 농업협정의 문제점에서 볼 수 있듯이, WTO는 농민의 몰락과 농촌의 붕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WTO의 재앙은 앞으로 우리가 먹을 식량과 무엇을 먹을까하는 선택권까지 돈을 지불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WTO 반대 투쟁은 민중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내고 삶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투쟁이다.
따라서 우리는 식량, 물, 의약품, 에너지, 교육, 보건의료 등 필수 서비스에 대한 민중들의 접근권을 박탈하고, 노동의 불안정화를 부추기며, 농촌을 붕괴시키고 빈곤을 심화시키는 WTO의 반-민중적, 반-사회적 성격을 충분히 폭로해내고, 민중들의 완전한 삶을 보장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최소한이나마 보장하고, 환경 파괴를 규제하며, 민중들의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공급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을 해체시키며 외자유치를 경제성장의 유일한 동력으로 삼으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노무현 정권의 발전전략의 한계를 분명히 비판해야 한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한-칠레, 한-일, 한-미 등 양자간 투자협정, 자유구역협정 반대 투쟁은 농민 투쟁의 지지가 아닌, 민중 스스로의 권리를 옹호하는 연대투쟁이어야 한다. 이러한 투쟁을 전개할 때 WTO에 반대하는 전 세계 민중들과 연대의 지점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이 우리가 이경해씨의 죽음을 진정 애도하는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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