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207호 | 2003.12.04
첨부파일
social207.hwp

끓어오르는 분노로! 민중의 정치적 단결로!

민중생존권 압살, 이라크 파병강행 노무현정권 규탄 2003 전국민중대회

사회진보연대
지난 5월 21일 전국민중연대 본조직이 건설된 이후 첫 번째 전국민중대회가 12월 6일 개최된다. 1998년 김대중 정권의 출범이 사회운동들의 공동투쟁기구 결성을 낳았다면, 전국민중연대 본조직 건설은 노무현 정권의 출범과 동시대적이고, 따라서 노무현 신정권과 대결해야할 역사적 책무를 자임해야만 했다. 그러므로 이번 2003년 전국민중대회는 노무현 정권의 성격과 그 본질에 대한 민중운동의 인식과 입장을 분명하게 선언하는데 무엇보다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 운동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투지와 사기의 저하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것이다.

반전·반세계화 민중총궐기투쟁과 2003 민중대회


2003년 민중대회에 관한 논의는 본조직 출범 이전부터 제안된 '반전반세계화 민중총궐기투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노무현 정권의 성격과 향후 펼쳐질 정세에 대한 충분한 예상에 근거한 것이었다. 김대중 정권의 개혁에 대한 저항의 연장선상 위에서 펼쳐질 투쟁은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논리를 거부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세계화를 군사적으로 보호하는 전쟁과 폭력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드러날 것이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가장 헌신적으로 군사주의와 전쟁을 거부하고, 전쟁을 거부하는 세력이 가장 철저하게 세계화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내용적이며 조직적으로 결합하기 위한 민중총궐기투쟁을 성사시키자는 취지였다. 지난하며 긴급한 투쟁의 경과를 거치면서 구체적인 계획은 변했지만, 민중대회의 기본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게다가 이번 민중대회를 통해서 결의해야 할 바는 우리 운동에게 매우 긴급한 과제들이다. 이라크에서 한국인 피격으로 인해 오히려 노무현 정권은 파병안 국회통과를 '지체 없이' 추진할 태세이고, 따라서 민중운동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긴급한 행동에 돌입해야만 한다. 그리고 손배·가압류 철폐, 비정규직 철폐, FTA국회비준 반대, WTO 쌀수입 반대, 노점상·철거민 탄압 분쇄, 빈곤계층 최저생계 보장 등을 위해 전개되어온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의 투쟁은 이제 어느 때보다도 연대의 정신을 발휘해야할 때이다(왜냐하면 민중들의 분노는 사실 동일한 뿌리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추방이라는 중대한 고비를 맞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쟁취를 위해 모든 사회운동의 연대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2003 민중대회는 우리 운동의 전진을 위해 공동의 과제를 확인하고 긴급한 연대투쟁을 지속적으로 함께 구축해나갈 것을 결의하는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민중운동의 단결을 정치적으로 표현하는데 있다. 지난 10월 노무현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은 민중운동에게 크나큰 도전을 의미하였다. 노무현의 선언은 "자신을 지지하든가 아니면 나라가 망하든가 둘 중 하나를 택일하라"는 정치적 협박에 다름 아니었다. 노무현의 이런 선언은 더 이상 사회적 갈등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었다. 따라서 그의 재신임 선언은 향후 정세에서 그가 앞으로는 낡은 권위주의적인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며, 곧 (그의 지지자들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우향우'의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민중운동의 요구가 격렬한 대립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가리키며, 민중운동의 정치적 단결 없이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끓어오르는 분노로! 민중의 정치적 단결로!


노무현 정권에 대한 민중적 저항이 이미 분출되었다.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결코 실현하지 못할 약속들과 동상이몽의 이질적인 지지층으로 인해 노무현정권의 취약성은 애초부터 분명한 것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스스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국민들이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자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0월 10일 "대통령직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라고 말하면서 정세는 크게 요동쳤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세력도 처음에는 반분되었지만, 노무현에 대해 비판적인 세력도 간명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각계 반응은 대체로 '재신임 의사를 철회하라'는 입장이었다. 한편으로는 재신임 투표가 실시된다면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권에게 재기의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신임을 묻는 행위 자체가 '국민협박극'이라는 논리가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간에 민중운동은 분명한 공동의 입장을 제시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입장들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노무현이 벼랑 끝으로 몰려 도망치기 위해 내놓은 '공성계(空城計)'에 휘말리는 효과를 낳았다. 노무현 정권은 10월 18일 정부의 파병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멀리 달아나 버렸다. 이는 노무현 정권의 재신임 제안에 대해 예를 들어 '불신임으로 단죄하겠다'고 정면으로 맞받아 칠 만큼 우리 운동의 인식과 준비가 미비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와 유사한 상황은 파병반대 투쟁의 슬로건을 놓고서 반복되었다. 럼스펠드의 방한 후, 노무현 대통령이 4당대표 합의를 통해 부담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조기에 파병동의안의 국회 통과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따라서 파병반대운동은 4당의 밀실합의를 반대하고, 파병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촉구할 것을 검토하였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노무현에 대한 심판 또는 불신임을 파병반대 투표로 집결시키자'는 운동도 모색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 터이다). 그러나 국민투표 문제는 합의를 이루는데 실패하였는데, 몇 가지 서로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다른 이유들도 있었겠지만,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사실상 그것이 노무현정권에 대한 신임/불신임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입장도 있었을 것이다.
노무현의 재신임 선언과 이라크 파병안 발표라는 두 사건은 노동자, 농민, 이주노동자 죽음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총파업을 포함한 격렬한 저항과 함께 정치적으로 표출하기 위해 놓칠 수 없는 중대한 계기였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자면, 이처럼 민중들의 분노를 결집시키고 정치적으로 표출하기 위한 전민중적인 행동 지침과 정치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히려 노무현 정권의 출범과 동시에 투쟁에 돌입한 민중운동은 이제 도리어 사기저하와 침체로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내부의 진단과 우려를 접하고 있다.

우리의 운동을 재개하자!


물론 지금 시점에도 노무현의 재신임 선언이 어찌 되었는가 많은 대중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노무현정권은 이 문제를 '정치권의 합의', '위헌' 등을 운운하며 정치적 의제에서 삭제하고,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소거하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헌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대한 민중운동의 분명한 대답이 존재해야 한다. 노무현정권에 대한 분노를 어떠한 정치적 과정을 통해 표출할 것인가에 대해 말 할 수 있어야 했고, 앞으로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러한 정세적 계기가 항상 완전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권이 자신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가게 되는 (사실은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 나갈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지금 우리의 긴급한 결의를 요구하는 과제들은 장기적이면서도 격렬한 대립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의 집권 초기에 한 두 차례의 동원이나 그와 유사한 어떤 방식으로 문제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를 품는 것은 오히려 운동들의 사기 저하를 낳을 수 있다. 장기적인 투쟁계획과 싸울 수 있다는 신념이 없다면 우리의 투쟁은 단지 고역을 인내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2003 민중대회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우리가 사실은 노무현정권을 '규탄하는' 수준에 처해 있다는 것을, 또는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운동을 재개하기 위한 출발점 위에 있다는 메시지를 남겨야 할 것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민중운동의 정치적 단결에 기초한 완강한 투쟁을 구축할 때 그 운동이 급진화되는 계기도 발견될 수 있는, 즉 요행이 전혀 통할 수 없는 국면인 것이다.
주제어
민중생존권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