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215호 | 200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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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이미 실패했다.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승리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
7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오늘로 24일(3월10일 현재)차 단식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감옥보다 더한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곳 화성 외국인보호소, 여수출입국관리소 내 외국인 보호시설에서 그리고 명동성당 천막 농성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목숨을 건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왜 머나먼 이국땅에서 극한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가.

이주노동자는 여전히 노예인가? 고용허가제의 반노동자성에 대하여

한국정부는 2003년 7월 31일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허가제)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실제로는 이미 40만을 넘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통제를 위해 새로운 이주노동자 인력관리제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법은 2004년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한국에서 노예제도라 불리어 온 '산업연수생제'와 함께 실시된다. (산업연수생제도의 실패를 인정하며 제정된 고용허가제가 산업연수생제도와 병행 실시된다는 것은 굉장한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산업연수생제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노예법이다.
그 첫 번째 문제는 '사업장 이동 자유의 제한'에 있다. 사업장 이동은 휴업 및 폐업 그 밖에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그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제25조 2항)에만 허용되며 그마저 최대 4회까지만 가능하다. 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변경을 신청한 날부터 2월 이내에, 근로계약이 종결된 후에는 1월내에 사업장 변경신청을 하지 않으면 역시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가 된다. 사실상 고용주의 해고는 자유롭지만, 이주노동자 스스로는 다른 업체로의 이전 및 변경이 거의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는 임금체불, 열악한 노동조건, 성폭력의 위험에도 불법체류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노예처럼 참고 일해야만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하고, 그 시기가 3년을 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제9조 및 제18조)이다. 이것은 이주노동자들을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의 상태로 고정시킨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의 재계약을 조건으로 한 임금 및 노동조건의 하락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에 입국하는 (브로커)비용이 1,000만원 수준이다 보니 이것을 갚기에 3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따라서 한국에 체류해야 하는 기간이 어쩔 수 없이 늘어난다.

우리를 헌 기계처럼 버리려는가?

고용허가제 정착의 가장 주요한 문제인, 미등록노동자 문제에 대한 조처로 정부는 체류기간에 따른 선별합법화 조치를 취하였다. 한국 체류 4년 이상자는 무조건 한국을 떠나야 하며, 3년 이상 4년 이하는 출국 후 재입국, 3년 이하자에게는 등록절차를 통해 합법체류를 보장하였다. 그리고 정부는 2003년 11월 16일부터 매달 10일간 대대적인 합동단속, 강제추방을 통해 불법 체류자 문제를 해소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 정부는 2003년 11월부터 2004년 1월말까지 총 3차례의 합동단속을 실시하여 약 3,000명의 이주노동자를 강제추방 하였다. 이 기간 동안 자진 출국자들을 포함해서 10,000명이 조금 넘는 이주노동자들만이 한국을 떠났다. 그러나 이 시간에도 합법체류를 보장받은 이주노동자들 조차 열악한 노동조건과 인권유린의 문제로 계속 불법 체류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현재(3월 2일) 법무부가 파악하고 있는 불법체류 외국인은 13만6,000여명이다.

자진출국과 강제추방,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1월 17일, 합동단속이 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자 한국정부는 자진출국 시한을 2월까지 연장하고 고용허가제로 다시 들어올 수 있게 해준다는 소위 '합법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고용허가제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상태에서, 다시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길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자진출국을 선택할 이주노동자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한국으로 다시 들어와야 하는 모험을 선택할 수는 없다. 정부의 기만적인 자진출국 유도 정책에 맞서 '강제추방저지,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한 명동성당 농성투쟁단(이하 농성투쟁단)은 자진출국 거부 서명운동을 선언(2월10일)하고 전국적으로 서명운동을 조직했다.
2월 21일 법무부는 다시 강력한 '단속추방'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자진출국 기간을 연장했음에도 오히려, 기한 연장 이전 출국자수(일 평균 90명)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183명(일 평균 42명)만이 한국 땅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농성투쟁단의 발의로 진행되고 있는 자진출국거부선언운동을 직접 언급하며, '자진출국전면거부운동을 방치할 경우 국가공권력 실추는 물론, 금년 8월부터 시행 예정인 고용허가제 도입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고, 따라서 '정부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거나 '불법집회나 시위에 참가하는 불법체류외국인은 전원 검거하여 강제퇴거'시킨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지난 세 차례 합동단속이 실패했고, 마지막으로 내 놓았던 '자진출국 후 고용허가제로의 재입국'안 또한 아무런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즉, 한국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고백한 것이다.

외국인보호소 내 인권 유린과 이주노동자 운동 탄압

1월 7일 (12월 26일 비정규노동자대회에서 연행된) 비두와 자말의 강제추방에 항의하며 진행된 방글라데시 대사관 앞 집회에서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농성단 대오를 침탈하였다. 사람들을 몽둥이로 내려치고 가스총까지 쏘며 깨비(네팔)와 헉(방글라데시)을 강제 연행하여 출입국 관리소에서의 심사과정을 생략한 채 화성외국인 보호소로 이송해갔다. 그리고 2월 15일, 농성단 대표 샤말 타파(네팔)가 자진출국 거부 선언운동을 제안하기 위해 혜화로에서 필리핀 공동체를 만나고 있던 도중 5명의 괴한에 의해 납치되었다. 자진출국 거부운동을 진압하기 위한 미행을 통한 표적단속이었다. 샤말은 곧바로 화성이 아닌 여수출입국 관리소 내 외국인 보호시설로 이송되었다. 농성투쟁단은 곧바로 2월 17일 출입국 관리사무소 앞 표적단속 규탄, 이주노동자 단식 투쟁 선포 대회를 진행했다. 수도권 일대에서 총출동한 80여명의 출일국 관리소 직원들이 전경의 비호를 받으며 또다시 집회 대오를 침탈하여 농성단의 굽타(네팔)를 연행해 갔다.

2월 17일 총 9명(여수보호소 1명, 화성 외국인 보호소 4명, 명동성당 농성단 4명)의 이주노동자들 강제추방 중단, 강제연행된 이주노동자 석방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그리고 2월 23일 화성 외국인 보호소 내 단식 투쟁이 빠르게 확산되어, 화성보호소에서만 총 17명의 이주노동자가 단식투쟁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단식투쟁이 확산되자 외국인 보호소 내에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이 극에 달했다. 6명의 이주노동자를 독방에 감금하고, 면회를 통해 전달한 단식에 필요한 약품들을 7일째 지급하지 않고, 환자들 대해 의사진료도 진행하지 않았다. 그리고 3월 3~4일 이틀간 단식에 동참한 11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여권, 여행자 증명 등 아무런 신분증명서도 없는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건강상태(각혈과 하혈)조차 고려하지 않으며 강제 출국시켰다.

한국 정부는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농성투쟁단을 전원 검거해 강제추방 시키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 농성투쟁단이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있는 안산, 김포, 수원, 의정부, 성수 등의 지역에서 강력한 표적단속을 실시해 이주노동자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분명 농성투쟁단과 외부 이주노동자간의 단결을 막고, 농성투쟁단의 투쟁을 고립시키려는 의도이다.

이주노동자가 주체인 이주노동자 운동, 그 희망찬 미래를 위해

어느새 들머리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지 100일을 훌쩍 넘어섰다. 강제추방 저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기치로 연수제도 폐지,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 쟁취, 사업장 이동의 자유 확보, 강제 연행된 이주노동자 전원 석방을 요구로 우리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으며 투쟁은 더욱 확산되고 있고, 지지받고 있다.
농성단의 대표를 연행하고 표적단속을 자행하고 보호소 내에서 인권유린을 자행해도 이주노동자들의 강제추방 분쇄와 전면합법화를 위한 투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2일 백일기념 집회에서 '사회단체와 연계해 집회 참가하는 이주노동자들을 연행'하겠다는 정부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약 7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3월2일 4차 합동단속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결코 13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을 강제추방으로 내쫓을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스스로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에 나섰다. '우리는 쓰다가 버리면 되는 헌 기계가 아니라 노동하는 사람, 노동자다' 외치며, 아무런 대책 없이 기계가 버려지듯 나라로 쫓겨 나갈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양산하는 정책이라는 것을. 이미 이주노동운동의 주체는 이주노동자이다. 현재의 농성투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정리되더라도 투쟁은 승리할 것이며, 미약할지라도 이주노동자의 노조로서 전국조직화를 위한 흐름이 시작될 것이다. 많은 어려움들이 존재한다. 나라별 조직화의 문제, 센터 중심으로 구축된 이주노동자의 문화를 변화시켜나가는 문제, 한국인과 이주노동자의 관계문제, 필요한 지원과 지지 등. 화성외국인 보호소에서 들불처럼 조직된 단식투쟁은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조직하는 힘을 보여주었다. 지금의 시작이 이주노동자운동을 한국노동운동의 주체로 만들어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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