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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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220호 | 200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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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민중의 이름으로 야만적인 점령과 학살을 끝내자!

사회진보연대
지옥문이 열린 이라크, 학살자 미군

3월 31일 팔루자에서 미국인 4명이 죽고 그 주검이 훼손당한 사건 이후-사실 그들은 군인역할을 대신하는 사설 경호원들이다- 4월 내내 이라크는 이라크인 들의 말처럼 "지옥문이 열린 것"과 같았다. 점령군의 학살과 이라크인 들의 저항이 연일 계속되면서 보도상으로도 미군은 100여명, 이라크 인은 100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숫자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이를 훨씬 초과할 것이다. 심지어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이 사망자의 다수를 차지한다. 팔루자를 봉쇄한 미군은 F-16 폭격기와 코브라헬기, 탱크, 저격수, 해병대를 동원하여 마치 사냥하는 것처럼 이라크 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였다. 이슬람사원이 폭격 당했고 거리는 피바다가 되었으며 병원은 시신과 부상자로 넘쳐났다. 시신을 묻을 곳이 없어 축구장이 거대한 묘지가 되었다. 미군은 노골적이고 의도적인 살기(殺氣)와 적개심을 미국인 주검훼손사건으로 가리고는 대학살에 나섰고, 팔루자가 끈질기게 저항하자 그 강도를 더욱 높였다. 미군은 이라크 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고 총을 든 이라크인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구별하지 않았다. 팔루자의 저항은 부시가 말하는 고립된 소수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 의한 것이었다. 미군이 저지른 끔찍한 학살은 생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이라크 인들이 칼리쉬니코프 총을 들게 만들었다. 더욱이 미군은 팔루자 외곽도로에서 팔루자를 탈출하는 시민들에게마저 총구에 불을 뿜었다.
미군의 학살은 팔루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4월 초 이라크인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강경 지도자 알-사드르의 신문발행을 점령행정관 폴 브레머가 중지시키고, 그의 측근들을 체포하고 살해하자 이에 항의하는 평화시위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미군이 이에 대해 발포하자 사드르는 즉각 무장저항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직후 바그다드, 사드르시티, 나자프, 등 이라크 중남부에서 광범위한 저항이 발생하였고 사드르를 지지하는 마흐디 민병대는 무장저항에 돌입하였다. 미군은 즉각 학살로 대응하였다. 그들은 주택가와 상점, 거리, 심지어 앰뷸런스에도 미사일과 총탄을 쏟아 부었다. 브레머가 도발한 이 전투로 인해 이라크 전역이 전쟁상태에 돌입하였다.

제2의 베트남, 수렁에 빠진 미국

애초 미국은 팔루자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의 무장저항을 간단히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팔루자 학살에 대한 이라크의 민심이 악화되고 팔루자를 돕기 위한 행진이 시작되는 등 저항의 중심으로 떠오른 팔루자를 쉽게 진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알-사드르를 중심으로 하는 강경 시아파의 저항 역시 무장한 민병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들이 총을 든 민간인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을 모조리 학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미군의 학살과 성지에 대한 공격은 점령군에 대항하여 시아파와 수니파가 공동전선을 펼치게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사실상 이라크 전역에서 미군을 포함한 점령군은 '반미', '점령반대' 무장봉기라는, 이라크 점령이후 최대의 저항에 부닥친 것이다. 이에 대해 부시는 철수예정이던 2만 명의 미군귀환을 90일 동안 연장하였고 군대를 더 보낼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스페인, 온두라스 등 파병국가들이 속속 파병철수를 밝히고 있고 이라크의 저항이 전국적으로 장기화하는 상황이어서 미군 증강은 이라크를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들어 미국을 끝없는 수렁에 빠지게 만들 것이다.
6월 30일로 예정된 주권이양 계획도 불투명하다. 물론 미국의 구상은 미국식 민주주의-복수정당과 연방제-에 기반을 둔 친미정부를 수립하여 중동구상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것이지만 이러한 내용의 임시헌법에 대해 시아파는 반대하고 있다. 누가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주권을 이양 받을 것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또한 미국은 주권이양 이후에도 미국 대사관이 184억 달러의 재건자금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향후 이라크 정부가 이라크 재건사업에 관여할 수 없게됨을 의미한다. 미군 역시 이라크내 14개 기지에 11만 명이 계속 주둔할 예정이다. 이라크 군대가 미군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행정명령과 미국이 이라크에 국가안보보좌관을 임명한다는 계획도 발표되었다. 즉 6월 30일 이후 주권을 이양하여 임시정부를 수립하더라도 미국은 세계 최대규모의 대사관과 주둔군을 통해 이라크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 그리는 '자유 이라크'의 모습이다.
부시의 대선가도에서 이라크는 끔찍한 악몽이다. 미국 내에서 이라크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40%를 넘어서고, 군인가족이 부시 지지를 철회하고 케리의 지지율이 따라붙는 등 부시의 '내우외환'은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부시는 주권이양 이후 현재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를 해체한 뒤 총리 및 3명의 대통령위원회로 구성되는 임시정부를 유엔 주도로 출범시키자는 브라히미 유엔 이라크특사의 제안을 수용했다. 이는 이라크 주권 이양 후 유엔이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새 임시정부 각료를 지명하며, 시아파 대표를 대통령으로, 쿠르드족과 수니파 대표를 각각 부통령으로 하는 임시정부를 구성해 2005년 1월 총선거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유엔을 끌어들여 임시정부의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미국은 한발 빼겠다는 모양이다. 그러나, 유엔의 옷을 입어도 점령군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 것이고 미국이 신설 이라크군 및 재건지원금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이라크 임시정부는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다. 이는 '이라크를 이라크 인에게로'를 외치며 저항하는 이라크 민중들에게는 또 다른 점령과 억압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전 민중의 힘으로 학살과 점령, 파병을 중단시키자.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겠다는 것은 학살과 점령에 동참하는 것일 뿐이다. 지난해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파병을 노무현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아펙 회담에서 부시에게 선물로 안긴 이후 국회는 정부의 '파병 백지위임장'에 찬성으로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국익을 위해 평화·재건군을 파병한다는 지배계급의 논리는 정작 파병지역 선정에서 스스로의 모순을 폭로했다. 당초 예정지였던 북부 키르쿠크에 대해 미군은 잔류하겠다고 하면서 한국의 전력보강을 주문했다. 국방부는 이를 은폐하다가 뒤늦게 파병일정 연기를 흘렸고, 급기야 파병지역 재검토 입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스페인 군이 철수하는 남부 나자프가 유력하게 거론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북부 에르빌과 슐라이마니야로 돌아섰다. 이리 저리 갈팡질팡하면서 정부는 미국의 침략과 점령에 동참하는 점령군에게 안전한 지역은 애초에 없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두 차례에 걸친 이라크 합동조사단도 미군에 의한 안내와 부실한 조사, 미리 내려진 결론에 짜 맞춘 형식적 결과발표로 일관했다.
그동안 한국의 반전운동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이라크 점령과 파병에 대해 반대해왔다. 그러나 2월에 파병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3.20 국제반전행동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투쟁의 파고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총선시기에도 파병철회 문제는 쟁점이 되지 못했고, 도리어 '국가 정책적 판단을 (선거시기에) 쟁점으로 삼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팔루자 학살과 이라크 점령 구상을 정확히 폭로해야 한다. 이라크에서 미국의 학살 만행이 오늘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재편(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의 세계화)의 그림자임을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우리가 미국의 세계질서재편 구상에 편승할 수 있겠냐며 이를 놓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한미동맹의 그늘 아래에서는 이를 거부할 수도 없으며, 그렇게 되면 서로가 서로를 학살하는 참담한 전쟁에서 학살자로 끼어야 하고, 또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풍랑 속에서 서로를 헐뜯으며 경쟁의 대열에 내몰려야 하는 비참한 빈곤의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폭로해야 한다. 더 나아가 몇몇 사람들의 피켓시위와 국회로비가 아닌, 거리 곳곳에서 대중들의 파병반대 행진과 서명, 시위들을 일궈내야 한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팔루자 대학살로 인해 이라크 민중의 고통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파병반대 투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자. 그 첫 신호로 5월 1일 메이데이에서 노동자들의 반전평화의 목소리를 높여나가자. 나아가 6월 13일 세계경제포럼 동아시아 경제정상회의에 즈음하여 여기에 참가한 정부 대표와 각료들에게 우리 민중의 전쟁반대, 파병반대, 미국반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각계의 선언을 모아 대중적 선언을 만들고, 작은 의지를 모아 조직적이고도 위력적인 파병반대 반전·반세계화의 대규모 집회를 성사시키자. 이를 기반으로 파병을 둘러싼 의회내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켜 실질적으로 파병을 철회시키자. 파병반대, 반전 평화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나가자. 이라크 민중들이 자주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일구려 하는 노력에 대해 우리 연대의 손을 높이 들자. 이라크 파병철회를 위한 싸움은 이를 향한 소중한! 작은 출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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