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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225호 | 200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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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한미군사동맹은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

주한미군 이라크 파병을 규탄하며

사회진보연대
지난 5월 17일, 미국은 한국정부에 주한미군 2사단 1개 여단을 이라크에 파병한다는 방침을 통보해 왔다.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학살과 고문, 잔혹행위로 점철된 미국의 이라크 점령. 현재 궁지에 몰린 미국이 스스로 수렁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군대로 이라크의 저항을 제압하는 것뿐이다. 더 많은 폭력과 죽음을 필요로 하는 미국의 점령과정. 이는 그야말로 '야만'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정상적인 비판은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는 여전히 이라크 파병원칙을 확인하며 파병을 추진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언론은 국민의 반대여론으로 파병이 지연되어 미군이 한국을 떠나는 것이라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조금만 움직일 기미만 보이면 곧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안보의 공백', '한미동맹의 균열'이라는 전통적인 목소리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언론을 채우고 있다. 그렇게 또다시 주한미군 감축논란이다.
언제나 그렇듯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북의 남침이라는 엄청난 안보의 위협이 발생할 것, 이 불안정성으로 인해 외국자본이 투자를 기피하여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 이를 계기로 주한미군의 영구적 철군까지 거론되는 한미동맹의 위기라는 것, 사태가 이지경이 되도록 정부와 여당은 무엇을 하였냐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인 반응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현실적인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여론이 광범위하다. 주한미군 감축은 '한미동맹의 현대화'에 조응하는 주한미군의 재배치의 맥락에서 파악해야 하고 한미군사동맹과 한국의 국방정책 역시 이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통보이후 백악관은 이것이 종합적인 해외주둔 미군재배치계획(Global Defence Posture Review)의 일환이라는 것을 밝혔고, 이러한 조치가 굳건한 한미동맹관계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한미동맹이 변화된 미래환경에 부합하기 위해 주한미군 재편이 불가피함을 설명하였다. 미국의 이러 발언이 단지 '안보위협에 시달리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외교적 수사만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주한미군의 감축 및 철군 문제에 대해 한국의 지배세력들이 전통적으로 부여잡고 있는 논리는 분명히 변화하고 있으며 '자주적이고 평등한 새로운 한미동맹' '협력적 자주국방'이라고 하는 모호한 전망은 노무현식 개혁의 또 하나의 축을 차지하고 있다. 주한미군감축에 대한 지배계급이 취하는 새로운 대응논리 역시 미국에 의한 한반도 전쟁책동과 군사패권주의를 인식하지 못하는 수구보수의 불안감에 불과하다면, 대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또다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미래의 한미전쟁동맹은 또 어떤 위험성이 가지고 있는가?

자주적인 한미동맹? 군비증강을 포함한 군사력의 효율적 활용방안일 뿐!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견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한반도에 배치된 미군의 전력은 이미 대북억지력의 차원을 넘어서는 과잉전력이다. 남한의 국방비는 이미 70년대부터 북한을 앞질러 2003년 지표상으로만 북한군사력의 10배(150억달러)에 이르고, 최근 10년 간의 무기도입액이 북한의 37배에 이른다.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역시 한국의 GDP가 북한의 25~35배나 되고, 전방의 억지력을 스스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수구언론이 떠들어대는 주한미군감축으로 인한 '안보의 공백'의 논리가 전혀 근거가 없음은 너무 쉽게 증명된다. 또한 한반도 최대의 안보위협요소가 '한미 군사동맹'이라는 사실을 이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오히려 지금 심각하게 주목해해야 하는 문제는 미국의 군사안보전략의 변화에 따라 과잉된 한반도의 비효율적인 전력을 효율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 한미동맹을 동북아 지역동맹으로 확장하는 과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 역시 주한미군을 동북아 신속기동군으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 중인 용산 및 미2사단의 평택 이전계획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장악을 위한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실행중인 것이다. 지난 25일, 찰스 킴벨 한미연합사 참모장 및 주한 미8군사령관은 기자 간담회를 자청하여 한미동맹의 새로운 변화방향과 이에 입각한 주한미군의 역할조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였다. 현재 미국의 육·해·공군은 '원정군의 개념'이며, 예전보다 민첩성, 유연성, 대응력, 살상력 등이 대폭 강화되었기 때문에 한미동맹관계도 이 같은 미군전력운영방침의 획기적 전환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 발언의 실내용은 크게 향상된 한국군의 전력과 주한미군의 전력, 동북아 지역미군의 전력, 그리고 전략적으로 얼마든지 신속전개가 가능한 미군전체의 전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주한미군의 작전범위는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든지 투입이 가능하다. 더불어 주한미군 뿐만 아니라 한미연합군은 동북아의 '인도주의적 적전' 또는 '평화유지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개입의 필요성을 느끼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각종 분쟁들에 한미연합군(독자적인 한국군 역시도!)이 새로운 한미동맹의 원칙으로 군대를 파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군은 이제 한반도에서 대북억제능력을 독자적으로 갖추어야 하고, 오직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입여부가 판단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각종 분쟁들에 대한 군사적 개입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국방비 증액과 첨단무기도입 등 한반도 전력의 증강은 불가피하다. 또한 한국군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 2의 미군기지가 되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전략과 한미동맹 현대화

주한미군의 재배치가 미국의 새로운 군사안보정책의 목표아래, 동아시아와 한반도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정치적 맥락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최대수혜, 즉 '미국의 사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선제공격 독트린'은 미국의 군사시스템 전반을 혁신하였고 이에 따라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도 변화시켰다. 현재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은 전 세계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미군의 역할과 위상을 지역의 전략의 변화와 함께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분쟁이 예상되는 지역에 오직 그 분쟁만을 위해 군사력을 배치하고 작전을 짜는 일은 소모적인 것으로 규정된다. 최근 미 합참이 발표한 2020년 미군의 모습을 담은 청사진을 보면, 육해공군의 합동작전, 미군을 경량화하여 신속전개, 다목적군으로의 변환이 용이하도록 하고 여러 곳에 분산된 군대를 필요에 따라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조립식 군대로 변환된다.
현재 미국의 군사전략은 '1-4-2-1'로 요약된다. 1은 미국 본토방위 4는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및 유럽의 4개 지역에 미군을 전진 배치하여 전쟁 억지 2는 이 중 동북아시아와 중동에서 전쟁 발발 때 신속한 승리 이 두 개의 전쟁 중 한 곳에서는 정권교체와 영토점령을 포함하는 결정적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4개 지역 중 3개 지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며 이 지역의 주둔미군의 역할과 위상, 체계의 변화는 미국에게 중요한 전략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 핵심적인 지역으로 동아시아는 아시아-태평양을 연결하는 신흥시장으로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체계적인 경제통합의 구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지역적 수준의 군사강국이 분명치 않으나, 대규모 군사적 경쟁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잠재적으로 미국에게 군사적 도전국이 될 중국의 부상을 제어하고, 아시아-태평양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군사벨트를 형성하고자 했을 때, 동북아의 한-미-일 삼각동맹은 지역동맹으로 확장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아시아 지역 내 미군기지에 대한 본토의 접근도가 낮다는 진단아래 접근성제고, 기반시설 확보, 원거리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첨단시스템의 개발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구상은 단지 군사정책의 변화, 또한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의 재편과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동북아지역의 강력한 경제통합의 구상과 언제나 동일하게 실행되고 있다. 2003년 5월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과 그 직후 노무현 정부가 제기하였던 '평화번영정책'의 구상을 떠올려보자.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바탕'으로 동북아의 물류, 관광, 무역, 산업의 중심 및 해양과 대륙을 잇는 '경제의 관문'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인식을 전제한다. 이를 뒤집어 놓고 본다면 동북아 허브 국가 구상을 방해하는 것 자체가 평화롭지 못한 상황으로 규정되며 한국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투자가 어려운 핵심요인으로서 '북핵' 더 나아가 '북한체제'라는 상징으로 이어진다. 결국 한반도 평화의 위협요인은 '북핵', '북한체제'로 규정되어, 북을 적으로 규정하는 미국의 대북전략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지배세력에게 한반도 평화란 초국적 자본의 투자를 위한 안정성 확보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쟁위협을 통해서라도 북을 압박해야 평화로운 상황이 가능하다는 매우 위험한 인식에까지 이르게 된다.
평화번영정책에서 평화란 전쟁위험의 항구적인 제거라기보다는 경제의 불안, 투자의 불안 요인의 제거에 더 가깝다. 따라서 이 같은 정책은 불필요한 전쟁 위협이 한반도 경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화를 앞세울 수도 하지만, 자본 투자의 불안 요인-위협을 제거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예방전쟁' 선제공격 전쟁을 지지하는 역설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위기를 더욱 증폭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미동맹 현대화'의 의미심장함은 여기에 있다.

'협력적 자주국방'이 아니라 한·미·일 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를!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조치를 계기로 지배 계급 내에서 회자되고 있는 '한미동맹 현대화'의 실체는 불평등한 한미 관계에서 '자주적이고 평등한 동맹관계'로 변화하는 것과는 전혀 상반된 방향이다. 그것은 미국의 '선제공격독트린'에 기반한 군사시스템 혁신의 과정에서 보다 확고한 지역군사동맹의 확립하는 것. 그리고 한국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의 경제통합과정을 보다 철저히 이행하는 것. 이 두 가지 축에 대한 한국의 충실한 '이행각서'인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협력적'이라는 또 하나의 수사를 덧붙인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모호한 이름의 국방정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방비 증액, 첨단무기도입 시스템 도입이라는 미국이 한국에게 요구한 군사력 확충을 이행과정일 뿐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질서와 이에 조응하는 미국의 군사세계화를 거부하는 유일한 길은 온갖 정치적 수사로 포장되어 그 진실을 알수 없게 하는 '현대적인 한-미동맹'를 낱낱이 폭로해가는 민중의 단호한 목소리에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주범은 주한미군을 정점으로 하는 강력한 한미(일)동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완전철수를, 나아가 동아시아에서의 미군의 완전철수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나가야 한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적인 국방정책과는 정반대의 길을 택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자주국방비젼'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국방비증액, 첨단 무기도입 등 한반도 전력증강 반대투쟁을 매개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반전운동의 이슈를 제기해야 할 때이다.
주제어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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