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231호 | 200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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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개방 저지 식량주권 쟁취 투쟁!

민중의 투쟁과 대안을 세계화하자.

사회진보연대
농민들이 전국대행진에 나선 까닭은

이라크에서 점령에 반대하는 민중들의 저항이 날로 격화되고 더러운 침략전쟁이었다는 증거가 속속들이 공개됨에 따라 미-영 제국주의는 꼭두각시 정부를 내세운 기만적인 주권이양 이후에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학살과 점령에 동참하려는 신자유주의 노무현 정권과 전쟁세력의 본질을 드러낸 열린우리당은 사사건건 민중을 배반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함으로써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추가파병을 강행하는 신자유주의 개혁정권을 민중의 이름으로 심판하는 파병철회 투쟁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 7월 8일 농민들은 '쌀개방반대, 식량주권사수, 파병저지 전국농민대행진'에 나섰다. 행진단은 동군과 서군으로 나뉘어 전라도와 충청도, 경기도를 거쳐, 경상도와 충청도, 강원도를 거쳐 23일 서울에 들어와 같은 이름의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한다. 가는 곳마다 집회를 열고 시민선전전을 하며 지역의 단체, 노조,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쌀개방 저지와 식량주권 쟁취투쟁을 2004년의 사활적 투쟁으로 전개하고자 하는 농민들은 쌀개방 문제를 전 민중적인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9월 10일 전국 100곳에서 각 1만 명이 결집하는 1백만 대회를 조직하기 위해 제주부터 서울까지 천리 길을 나선 것이다.


쌀 재협상 : 우루과이라운드 10년, 농업말살정책의 클라이맥스

쌀 개방 문제는 10년 전인 94년 우루과이라운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영삼 문민정권은 이름도 생소했던 우루과이라운드에 덜컥 합의하였고 "쌀만은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막겠다"고 사기를 치고 나서 '10년간 관세화 유예' 조건으로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정에 따라 쌀을 개방했다. 아무런 대책 없이 농업의 빗장은 열렸고, 다국적 곡물메이저들은 앞다투어 값싼 수입농산물로 국내시장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 식탁의 60%는 다국적 곡물자본 카길이 장악하게 되었다(세계적으로는 카길을 포함하여 몬산토 등 4대 곡물메이저가 장악하고 있다). 지금 남한의 식량자급률은 26.9%로 하락했고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에 지나지 않는다.
10년 동안 관세화 유예(관세화를 하면 전면 개방하는 대신 일정한 관세를 매기게 된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WTO 농업협상이 합의되면 그 관세감축 방식과 수준을 따르게 된다)를 보장받는 대신 치러야 할 대가는 '의무수입물량(TRQ)'을 수입하는 것이다. 이것이 1995년에 5만 1천 톤에서 2004년에는 20만 5천 톤까지 늘어났다. 그리하여 10년째 되는 해인 올해 관세화 유예 연장을 위해 재협상을 하게 되었다. 이에 미국, 중국, 태국, 호주, 캐나다, 이집트, 인도,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 9개국이 협상 참가의사를 밝혔고, 5월 6일 미국과 1차 협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주요 협상국인 미국, 중국, 태국과 2차 협상까지 마친 상태이다. 한국정부는 기본적으로 '피해 최소화'의 관점에서 관세화 유예 연장과 의무수입물량 최소화를 입장으로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적극적인 시장개방 정책을 앞장서서 펴왔고 농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 농업포기 전략을 지향하는 바, 반발을 우려하여 협상의 세부내용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협상 상대방 정부들은 '시장에 대한 실질적 접근'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관세화 유예를 연장할 경우 의무수입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민간기업이 수입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실제로 시장에 푸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일단 관세화를 하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든 선진국 지위가 되든 수입쌀의 가격은 국내 쌀의 40%~80%에 불과하게 되어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결국 쌀 재협상 문제만을 놓고 보면 관세화 개방을 반대하고 관세화 유예를 관철시켜야 함이 당연하고 더 이상 의무도입량이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 농업의 마지막 저지선인 쌀이 무너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농업에 조종을 울리는 것이며, 살농(殺農)정책과 농가부채로 인해 생존의 벼랑끝으로 내몰린 농민들에게 생명끈을 놓으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여파는 농업과 농민을 넘어 경제전반과 전 민중에게 미칠 것이다.


식량주권과 농민생존권을 파괴하는 WTO 체제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이토록 농업과 식량의 문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인가? 그 주범은 바로 WTO 체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첨병인 WTO는 공산품은 물론 농업,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 위생 및 검역 등 세상의 모든 것을 상품화하였다. 겉으로는 '자유무역'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간다고 하지만 지난 수십 년 간 불평등은 강화되기만 하였다. 빈곤은 증가하였으며 농업은 파괴되고 식량주권은 박탈당했다. 식량주권이란 초국적자본과 농산물 수출국들의 식량독점과 침탈에 맞서 농민, 민중, 각 나라가 자신들의 농업과 식량정책을 규정할 수 있는 권리, 생산, 토지, 종자, 물 등을 생산주체인 농민들이 조절 통제할 수 있는 권리, 안전한 식량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자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제공하기 위해 생산과 공급을 통제할 수 있는 각 나라의 권리를 포함하는 '민중의 식량주권'을 의미한다. 그러나 WTO는 이를 부정한다. 첫째, WTO가 강요하는 수출지향적 농업은 각 국의 농업기반을 해체해 왔다. 안정적인 먹거리 생산을 줄이고 수출만을 위한 농업상품 재배를 강제하여 이익은 초국적 농기업에 돌아가고 농토는 줄어들어 식량을 수입하게 만들었으며 농민은 열악한 농업노동자로 전락하였다. 둘째, 농산품에 대한 관세감축은 초국적 곡물자본이 지배하는 값싼 수입농산물이 범람하게 만들어 농가소득에 피해를 주고 국내 생산을 감소시킨다. 이는 보조금과도 연결된다. 셋째, WTO와 선진국들은 농업개방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국의 보조금은 철폐하려 하지 않는다. 주로 농기업에게 지급되는 엄청난 금액의 수출보조금은 농산물 덤핑 수출을 뒷받침하여 제3세계 농업을 몰락시킨다. 넷째, WTO는 농업협정(AoA, Agreement on Agriculture)외에 지적재산권 협정(TRIPs), 서비스협정(GATS) 등을 통해서도 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 협정들은 WTO DDA(도하개발의제)라는 이름으로 협상이 진행중이다. 지적재산권 협정은 초국적기업에 무한한 특허권을 보장함으로써 종자에 대한 농민의 권리를 박탈하고, 서비스협정은 물 사유화 등을 통해 수자원에 대한 값싸고 손쉬운 접근을 가로막는다.
지난 6월 14-15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민중·사회운동회의' 당시 개최된 '식량주권국제토론회'에서 인도네시아 비아 캄페시나에서는 WTO 10년 동안 농업의 무역자유화가 인도네시아를 수입식량에 의존하게 했으며 농민들의 생활을 망쳐놓았고 초국적 자본의 이익만을 향상시켰다고 하였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초국적자본은 WTO를 앞세워 노동자 농민을 약탈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식량주권을 쟁취하는 투쟁은 WTO 체제 전반에 대한 반대, 해체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중인 WTO 농업협상의 문제

GATT체제에서 농업은 무역자유화의 대상이 아니었으나, WTO 체제 이후 이에 포함되어 바야흐로 DDA 협상의 핵심부문이 되었다. 대다수 제3세계 국가들이 농업에 기반하여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 바, 농업개방은 치명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5차 WTO 각료회의에서도 이경해 열사가 자결까지 하면서 불을 붙인 반세계화 투쟁에 더해 농업협상에서의 이견이 각료회의를 결렬로 이끈 주된 요인이었다. 농업협상에서의 이견은 WTO가 2004년 말까지 DDA 협상을 합의하고 2005년도 출범시키고자 하는 지금에 있어서도 쉽게 타결되지 않고 있다. 오는 7월 25일~27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를 앞두고도 농업에서는 격렬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농업협상에서 관세, 수출보조금, 국내보조금 등이 핵심적인 이슈이다. 수출보조금은 저가수출을 위해 주로 농기업에 지급되는 돈이고 국내보조금은 쌀수매제 가격보장 같은 보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관세에 대해 미국과 EU같은 선진국들은 주로 관세상한을 낮추자는 반면 일본이나 한국같은 농산물수입국그룹(G10)은 관세상한을 높여야 한다고 대립하고 있다. 보조금 문제에 있어 브라질 같은 농업수출개도국그룹(G20)은 선진국의 보조금 철폐를 요구하면서 선진국과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은 철저히 자국 농산물의 시장접근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 결코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농업협정 자체에 있다. 농업협정이 초국적 (농업)자본의 독점을 강화하고 농민들의 권리와 생존을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의 전농과 전여농이 가입되어 있는 세계농민조직인 비아 캄페시나('농민의 길')는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WTO에서 농업을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업은 상품이 아니고 소수의 이윤창출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WTO 협상은 전면 중단되어야 하고 WTO 체제는 해체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WTO 반대! 쌀개방 저지와 식량주권 쟁취!

쌀개방에 반대하고 식량주권을 쟁취하고자 하는 투쟁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WTO에 반대하는 투쟁 속에 위치 지울 수밖에 없다. 이는 WTO체제 자체에 파열구를 내는 것을 지향하지 않고서는 식량주권을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한-칠레 FTA 저지를 위해 눈물겹게 투쟁한 농민들은 이제 사생결단의 각오로 WTO반대, 쌀개방 저지와 식량주권 쟁취 투쟁에 나서고 있다. 오는 9월 10일 故 이경해 열사 1주기를 맞이하여 전국 100곳 1백만 대회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 요구를 쟁취하려 하고 있다. 특히 9월 10일의 투쟁은 비아 캄페시나 총회에서 공동투쟁으로 결정되었고 지난 아시아 민중·사회운동회의에서도 주요 공동투쟁으로 호소된 바 있어서 실질적인 국제공동 행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듯 정부의 협상이 아니라 민중들의 투쟁으로 쌀개방을 막아내고 식량주권을 쟁취하는 것은 정권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 나아가 WTO 체제를 흔들 수 있는 투쟁이 될 것이다. 이는 2005년 7∼8월경에 홍콩에서 열리는 6차 WTO 각료회의 저지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선진제국들과 초국적자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WTO체제는 전 세계에서 점증하는 민중들의 불만과 터져나오는 투쟁으로 인해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고, 지속되어서도 안 된다.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분쇄하고 민중들의 대안을 세계화하자. 이를 위해 쌀개방 저지 식량주권 쟁취 투쟁을 힘차게 전개하자!
주제어
생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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