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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235호 | 200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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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의 침략과 점령에 의한 "민주주의 이식"은 불가능한가?

"주권이양" 이후 이라크와 중동

사회진보연대
이라크 "주권이양" 이후 진실이 드러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철저히 친미적이며 이라크 내부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에도 철저히 무기력한 임시정부의 현실. 미국은 자신이 "임명"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보호하고자 저항세력 제거를 위한 총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임시정부를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설사 앞으로의 정치일정이 어떻게든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저항게릴라 활동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임시정부를 이끄는 시아-수니의 엘리트들은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자는 민족주의적 색채를 내세우지만, 억압적인 국가기구를 통해 시민적 권리를 제약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모르는 듯하다. 한국군 파병지인 북부 쿠르드 지역은 장차 이라크의 미래가 걸린 그야말로 "화약고"와 같다. 쿠르드가 장차 민족적 반역을 추구한다면 한국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노무현 정부는 아무런 답도 없는 듯하다. "미국의 입장이 곧 정답"이라고 믿을 뿐이다. 이라크에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으나, 미국은 그것의 해결방향도 해결능력도 없다. 결국 미국에 의한 "민주주의의 이식"은 잠시 말하기 좋은 단지 허울이었다.

미군, 나자프 저항세력 제거를 위해 총공세에 나서다

8월 12일 오전 7시 미국은 시아파 지도자 알 사드르를 제거하기 위해 남부 나자프와 쿠트 지역에서 총공세를 개시했다. 이번 작전에 미군은 수천명의 병사와 헬기와 탱크, 장갑차를 총동원했다. 현재 나자프 공습작전에 따른 인명피해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쿠트에서만 최소 7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야드 알라위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임시정부는 "주권이양" 이후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미군 지휘부는 공격이 다국적군과 이라크군의 합동작전임을 강조했고, 저항 게릴라의 근거지인 이맘 알리 공동묘소 진입작전은 "미군이 아니라 이라크 국경수비대가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6월 8일 통과된 UN결의안에 따르면, 미군은 군사작전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이라크 임시정부는 민감한 공격 작전에 대해 거부권이 아닌 미군 지휘부와 "합의"할 수 있는 권한만을 가진다. 이번 작전에서도 알라위 총리는 미군의 공세작전을 승인하면서 저항세력의 부당성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했다.
현재 이라크 현지 분위기를 전하는 소식은 "미국이 임명한 정부는 바드다드 지역만을 통제한다, 그리고 거기서도 장관들과 공무원들은 차량폭탄과 암살로 죽는다. 바쿠바, 사마라, 쿠트, 마흐무디야, 힐라, 팔루자, 라마디 등 모든 곳이 정부 통치 밖이다. 총리 알라위는 바그다드 시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한다. 이는 임시정부의 통치력 특히 내부의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극히 취약함을 뜻한다. 임시정부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미군의 군사지원 없이 정치일정을 밟아나갈 수 없지만, 미군에 의존하는 태도는 그들의 입지를 더욱 축소시킨다.

저항게릴라 활동의 "초장기화"의 가능성?

주권이양 이후 저항세력의 활동이 줄 것이리라 기대했던 관측자도 애초부터 없었지만, 실제로도 그러하지 않다. 현재 미군 지휘부는 반미 저항세력이 집권 바트당의 잔존세력, 시아파 저항세력, 무자헤딘(이라크 외부 아랍전사) 등 크게 세 갈래며, 올 봄부터 이들이 느슨한 연합을 이뤄 미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군 중부군사령부 지휘관들은 바트당 잔존세력을 중심으로 '수니 삼각지대'(바그다드-팔루자-라마디-티크리트)에서 조직적 저항을 벌이는 세력을 가장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 주축세력이 군인 출신이어서 게릴라 전술에도 능숙하고, 개인화기를 보유한 채 무장세력으로 변신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아파 저항세력의 주력은 위에서 언급한 알-사드르를 따르는 5천 명 규모의 마흐디군이다. 알-사드르는 이슬람 신성국가 수립을 목표로 삼으면서, 임시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정당화해주는 도구"라고 주장한다. 이들 세력은 바그다드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동부 빈민지역 사드르 시티를 본거지로 하고 있지만, 바스라-나자프-카르발라에 이르는 중남부에서도 무장활동을 펴왔다. 미군은 올해 4월부터 두 달간 나자프에서 공세를 펼쳤지만 이들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고 "휴전"을 맺어야 했다. (현재 알-사드르 지지세력 가운데 일부는 정당을 결성해 2005년 1월로 예정된 제헌의원 선거에 입후보자를 낼 움직임이다. 그럴 경우 사드르 시티가 이들의 근거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외부 출신 무자헤딘의 규모나 성격은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올 초까지 미국은 이라크 저항세력이 모두 합쳐 수천 명에 불과하고 주축은 외국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봄부터 저항세력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그 규모가 수만명 이상이고, 절대 다수가 이라크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또한 임시행정처가 미국에 보낸 비밀문서에서는 많은 이라크인들이 저항게릴라 활동에 동조한다는 사실을 증언했다.
하지만 문제는 저항세력의 활동이 향후 정치일정의 진행과정에서 점차 감소될 것인가에 있다. 미국은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해서라도 정치일정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물리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세력들을 사전에 차단하리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선거나 주요계기에서 무력충돌의 강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설사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이들 저항세력이 배제될 게 명백하므로 이후로도 게릴라방식의 저항은 지속될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게릴라활동의 "초장기화"는 매우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인다. 이라크 임시정부의 정통성의 결여와 사회경제적 조건의 악화는 게릴라를 충원하는 원천을 제공할 것이다.
한편, 매우 다양한 저항세력들 중에서 무차별 폭탄테러, 외국인 피랍 등을 감행하는 저항방식을 두고 갈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인 듯하다. 외국인 저항세력을 이끄는 요르단 출신 테러리스트 알 자르카위를 살해하겠다는 이라크 토착 저항세력의 성명이 7월 첫 주 2개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알라위 총리는 토착 저항세력에게 외국인 세력과 연합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일부 저항세력에게 회유의 제스처를 취하고, 외국인 저항세력과의 불화설을 조장하고 있다.

이라크 임시정부, 미국 우산 아래의 "민족주의"

단지 이라크 저항세력의 활동이 이라크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유일한 요소가 아니다. 현재 임시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세력의 정치 이념과 목표가 과연 이라크 인민에게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내고 있는가?
현재 시아, 수니 성직자와 세속군대가 서로 동의할 수 있는 것은 통일국가를 재확립하여 경제적 파워를 재획득하고 아랍세계에 군림하는 강국의 위치를 다시금 선언하는 것이다. 그들은 보편적인 시민권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며 오히려 강력한 "국가"를 원한다. 이는 이라크 민족주의가 정치의 전면에 재부상하는 것을 의미하며, 새로운 형태의 "바트" 국가의 재출현으로 귀결될 수 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시아와 수니 엘리트의 공동지배가 작동하며, 세속적인 바트와 달리 이슬람 요소가 정치체제에 강하게 포함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후세인이 재판을 통해 신속히 처리되면서, 이야드 알라위같은 인물이 후세인의 역할을 대체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현재 임시정부가 자신을 위협하는 내부의 "적"들 - 당장은 저항 게릴라세력, 결코 머지 않은 미래의 쿠르드 세력, 궁극적으로는 이라크의 구성원 모두 - 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시사한다. (임시정부의 주요구성원들은 처음부터 이라크 내부의 다른 경쟁자를 제거하고 독점적, 배타적 지위를 유지하고자 미국과 협상했다.) 또한 이는 이라크가 주변지역에서 장차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로 확대된다. 즉 민족주의와 종종 동반되는 강력한 억압적 국가, 시민적 권리에 대한 억압, 호전적 패권주의/팽창주의의 위험이 현재 이라크 정치체제에 내재해 있는가?

키르쿠크, 이라크의 화약고?

현재 이라크의 문제는 미국과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다양한 저항세력의 투쟁이 주축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게 1라운드라면, 쿠르드 연방건설 문제는 이라크를 넘어 주변지역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폭발력을 지녔다.
이라크 내 쿠르드의 주요 정당인 쿠르드애국연합(PUK)와 쿠르드민주당(KDP)은 이라크를 연방으로 재구성하고 쿠르드 연방을 건설해 중앙정부로부터 자치권을 대폭 확보하는 게 핵심요구다. (한편 터기에 기반한 쿠르드노동당(PKK)은 쿠르드족 전체의 독립 외에는 다른 해결책은 없다는 노선을 지키고 있다.) 두 정당은 1991년 10월부터 2003년 3월까지 에르빌, 도후크, 술래마니에 3개주와 다른 주의 약간의 지역을 준-독립적으로 지배하였다. 그러나 쿠르드가 역사적인 거점으로 여기며 석유가 풍부한 알-타밈 주와 수도 키르쿠크는 과거 정부에 의해 "아랍화"(특히 아랍인 이주정책)가 실행되었고, 쿠르드의 지배는 거부당했다. 쿠르드는 타밈 지역을 포함해 4개주에 걸쳐 통일된 연방구조를 건설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자체 군대인 7만 5천명의 페슈메르가("결사대")와 민병대를 합해 13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하지만 쿠르드의 정치적 열망과 시아-수니 엘리트의 지향은 이미 큰 갈등을 겪었다. 지난 3월 결정된 과도행정법(TLA)은 쿠르드의 요구를 반영하여, 앞으로 제정될 새 헌법이 이라크 전체 18개 주중에 3개 주에서 주민 2/3 의견으로 거부될 경우 채택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쿠르드에게 헌법 거부권을 부여한 셈이었다. 그러나 주권이양을 앞두고 미국은 UN안보리결의안에서 TLA를 언급해선 안 된다는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시스타니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들마저 반미로 돌아설 경우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라크 임시정부는 연방에 대한 쿠르드의 요구에 아무런 동정도 없는 듯하다. 쿠르드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어떤 정부에 대해서도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쿠르드는 일차대전 이후로 여러 번에 걸친 강대국들의 약속 위반과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정부의 탄압이라는 받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은 종교적 경향이 약한 만큼 전통적인 민족주의 운동의 외양을 지녔다. 쿠르드는 독립을 위해 강력한 동맹자를 원했지만, 지난 30년 동안 어떤 행운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그들은 "미국"이라는 카드를 얻으려고 노력했고, 이라크에서 미국의 가장 충성스러운 동맹자로서 행동했다. 미국이 1991년 그들의 요구를 배신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어쨌든 쿠르드는 2003년 다시 한번 미국의 동맹자로서 행동했다. 과연 미국은 그들의 전략적 동맹자로 믿을 수 있는 세력인가? 물론 부시정부는 쿠르드를 "지원"하는 제스처를 지속하고 있으며, 어떤 타협책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쿠르드가 알-시스타니보다 덜 중요하고, 만약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알-시스타니를 선택할 것이다. 여기에 어떤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쿠르드는 민족적 반역의 길을 추구할 것인가?

쿠르드, 이스라엘, 이란

쿠르드는 1990년대 미국이 북부지역 "비행금지"로 후세인으로부터 쿠르드를 보호했던 것과 같은 방식을 지속하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있다. 이제 쿠르드는 중동에서 아무런 친구가 없는 그룹인 이스라엘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이에 기꺼이 응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뉴요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북부 이라크에서 쿠르드족 특수부대를 훈련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특수부대의 임무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계획을 제지하고, 요인암살과 같은 비밀활동을 벌이며, 이란이 이라크 시아파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다. 즉 이스라엘은 미국의 점령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라크 북부에 이란 공격을 위한 전진기지를 만들 구상을 세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란은 이스라엘의 의도가 쿠르드 지역에 활주로를 만들어 이란 핵시설 공격을 위한 전폭기 발진기지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왜냐하면 미국과 대결하고 있는 이란이 처한 위험은 미국의 직접적인 침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중폭격이기 때문이다 (이는 1981년 6월 7일 이스라엘의 이라크 폭격과 같은 것이다).
이 보도가 얼마나 사실이며 진척 여부가 어떤지 간에 이는 중동의 매우 복합적인 갈등 관계를 드러내준다. 다만 이스라엘이 어디까지 지원을 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기술적 지원과 정치적 관계를 제공할 수 있지만, 쿠르드가 원하는 군대를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 내부 문제는 이미 너무나 심각하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감소하지 않을 것이며, 샤론의 반-아라파트 정책으로 저항은 더욱 이슬람 분위기 속에서, 더욱 비타협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지난 30년 간 이스라엘은 미국의 무제한적인 외교, 경제, 군사적 지원에 의존했다. 미국 정치에서 친-이스라엘 정책은 아무도 손댈 수 없는 금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될 수 있는가? 반면 세계는 이스라엘의 무법자 행각을 더 이상 인내할 수 있는가?

이라크의 미래는?

미국의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 내에서는 이라크 문제에 관한 관심이 점차 뒤로 밀리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케리가 당선되면 부도덕한 전쟁과 점령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현실과 전혀 다르다는 점도 아주 명백히 드러났다. 민주당은 이라크 전쟁의 문제는 "전쟁이 서투르게 수행되고 있다"는 데 있으며, 미국은 핵확산이 의심되는 나라에서 자유로운 사찰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하고, 이라크에서 미군철수가 아니라 군사력 증강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세력과 언론이 어떻게 문제를 가리려 하건 간에, 이라크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더욱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침략 이후 "민주주의 이식"을 내세웠다 하지만 미국의 개입은 친미-엘리트 세력을 육성하며, 계급적-종족적 갈등과 시민적 권리를 첨예하고 악화시키고, 주변국을 포함한 중동지역 전반을 편의대로 들쑤셔 놓음으로써 오히려 문제의 해결 능력과 해결 방향을 오리무중에 빠뜨렸다 - 미국의 개입이 초래하는 아주 전형적인 결과다. 미국이 이라크를 뒤집어엎어 혼돈에 빠뜨릴 때는 아주 짧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라크 민중들의 매우 장기간에 걸친 지난한 운동이 투여되어야만 한다. 이는 우리에게 가장 명백하면서도 뼈아픈 교훈이다.
주제어
평화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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