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237호 | 200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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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직접행동으로 빈곤의 여성화에 맞서자!

사회진보연대
8월 26일에는 민주노총 여성연맹, 전국시설관리노조 고려대지부, 서울대 간병인 지부, 불안정노동과 빈곤에 저항하는 공동행동 주체로 '저임금 여성노동자 행진'이 있었다. 이날 행진은 서울 노동청 앞 간병인 유료소개소 실태조사 결과 발표, 여성부 앞 집회와 선전전, 고대에서 '저임금 여성노동자 한마당' 행사로 이어졌다. 이번 행진은 최근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화와 저임금 문제를 중심으로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했던 여성노동자들이 단위 사업장의 사안을 넘어 공동의 요구를 마련하고 공동행동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저임금, 여성빈곤의 문제가 결국 사회적, 경제적인 여성차별과 구조의 문제임을 발언했던 이 행진은 향후 노동의 불안정화와 빈곤의 여성화에 저항하는 광범위한 공동투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성별분업이데올로기가 빈곤의 여성화를 심화시킨다.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라 할 만큼 저임금-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심화시킨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이 여성을 주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그만큼 그 결과도 여성들에게 더욱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빈곤의 여성화는 어떻게 심화되고 있는가?
여성들은 지표에서도 현실에서도 남성들보다 가난하다. 물론 대다수의 민중들은 언제나 빈곤하게 살았다. 그러나 그 중에서 여성들은 빈곤의 최저층을 형성하고 있다. 하루에 고작 2달러 이하의 돈으로 살아야 하는 전 세계 45억 인구의 70%가 여성과 아동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은 전 세계의 토지 중 단 1%만, 세계전체 소득의 10%만 소유하고 있다. 이것은 여성들이 이등 시민이라는 지위 때문이다. 그녀들은 독립적인 인간으로 인정받기보다는 아버지와 남편에게 의존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다. 실제 아직도 세계의 많은 여성들은 토지를 소유할 권리와 재산을 소유할 어떤 법적 권리도 갖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성들의 노동은 비가시적이다. 실제 여성들은 세계 공식 노동의 1/3을 차지하고, 비공식 부문의 4/5에 달하는 노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사노동은 국가의 부를 계산하는 어떤 통계에도 들어가지 않고, 무임으로 여성에게 의존한다. 여성이 책임져야하는 가사노동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에게 저임금을 할당하는 논리가 된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약 10억의 세계 문맹 인구 중 2/3이 여성인데, 이것은 여성이 자신의 생계나 발전을 위해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이런 여성들이 겪는 빈곤을 더욱 심화시켰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일을 해도 빈곤한 신빈곤층을 양산했는데, 이러한 신빈곤층에서 여성증가는 두드러진다. 이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전략이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가속화했고, 성별분업체계의 강화는 여성노동의 가치를 절하해 여성에게 저임금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보장체계의 축소와 그나마 존재하는 사회보장체계도 남성생계부양자모델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그 혜택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또한 세계화가 촉진하는 자유무역지대,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것들은 민중들의 삶에 가혹하다. 남반구에 들어선 수많은 자유무역지대는 원주민의 터전을 빼앗고,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박탈했으며, 환경을 파괴했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에게 특히 극적이다.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은 여성에게 더욱 불리했다. 민영화, 탈규제화 조치는 여성에게 더욱 커다란 재생산 노동의 부담을 지웠다. 교육과 의료 등 각종 사회적 재생산 영역들이 사유화되면서 가난한 민중들의 재생산 노동은 가족 내로 집중되고 이것은 여성의 일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게다가 민중들의 삶을 더욱 궁핍하게 하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여성들은 부족한 가계를 보충하기 위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고 노동시장에 진출해야 했다.
빈곤은 여성들에게 특히 더 고통스럽다. 이중의 부담과 빈곤으로 인한 성매매로의 유입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니 말이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빈곤하다는 말은 이제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 빈곤의 여성화란 말이 말해주듯이 여성이 처한 빈곤의 현실이 민중 전반으로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의 빈곤 자체를 제거해나가기 위한 투쟁과 그 속에서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특수하게 위협받는 것에 대한 투쟁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한국에서 여성빈곤의 실태와 빈곤의 여성화의 원인

한국에서 여성빈곤을 위시해 빈곤문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어 주요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은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이다. IMF 이후 여성빈곤 문제는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절대빈곤층과 새로운 빈곤층에서의 여성 증가로 나타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자 기준으로 볼 때, 여성들의 경우 빈곤집단에서 가구수로는 55.5%, 가구원수로는 58.1%를 차지함으로써 주요 빈곤층을 이루고 있다.(보건복지부, 2002)
여성가구주 가구는 1980년 14.7%, 1990년 15.7%, 2000년 18.5%, 2003년 19.1%로 증가하고 있다. 여성가구주 가구의 증가 현상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이혼율과 맞물린 것으로 결혼대비 이혼율은 1995년 17.1%에서 2003년 47.7%까지 상승하였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여성에게 결혼상태와 빈곤간의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이 강하고 남성생계부양자 복지모델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보장정책 하에서 여성은 결혼상태에 따라 경제적 수준과 빈곤 상태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현실을 나타내준다. 이와 같이 증가하는 여성가구주 중 빈곤가구는 IMF 이전에는 40.3%였으나, IMF 이후에 43.8%로 증가하여 남성가구주 빈곤가구 19.8%의 두 배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윤정원, 1999) 즉 빈곤 여성가구주 가구의 절반정도가 절대빈곤선 이하의 가구라는 것이다.
또한 2001년부터 타 연령대와 달리 노동 가능한 집단인 18-64세 미만에서의 빈곤여성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1997년 58,347명에서 2001년 376,710명). 결국 IMF 경제위기 이후 부각되기 시작한 신빈곤층 문제는 여성빈곤, 특히 여성가구주 가구의 빈곤문제가 핵심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신빈곤층에서의 여성들의 증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남성들에 비해 구조적, 제도적, 관습적으로 불평등한 위치에 놓여 있는 여성들을 먼저 공략하기 때문이다. 즉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신빈곤층에서의 여성증가는 첫째, 노동시장 유연화에 의해 여성비정규직화의 증가와 함께 실업증가, 둘째, 사회보장제도의 축소로 인한 가사노동의 여성부담의 증가와 남성생계부양자 복지모델에 따른 여성수혜의 축소, 셋째 성별분업체계의 강화로 인한 여성노동의 저임금화로 들 수 있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 문제를 보자. 2003년 8월 통계청에 따르면 2002년 남성은 46.&%, 여성은 70.7%가 비정규직이었는데, 이는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이 일차적으로는 여성을 주 대상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현실에서는 비정규고용이 '남녀고용평등법', '남녀차별금지법'을 무력화시키면서 여성노동자에 대한 간접차별이 되고 있는 것이다. IMF이후 무급가족 종사자가 줄고, 취업자의 비중이 증가하였음에도 소득분배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고용이 저임금-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빈곤의 여성화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직접행동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이번 '저임금 여성노동자의 행진'의 요구는 "여성노동자는 안정된 일자리를 원한다./ 여성노동자는 (직업소개소, 용역회사의) 중간착취를 거부한다./ 소중한 나의 일,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다. 여성노동자는 저임금을 거부한다."였다. 행진에 참여한 여성노동자들은 안 그래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저임금에 용역회사나 직업소개소의 중간착취까지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서울지하철 향우용역 관리장의 성폭력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여성의 불안정한 고용조건은 여성노동자들이 성폭력을 당해도, 해고의 위협 때문에 문제제기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번 행진은 이러한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알려내고 투쟁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연대를 이루는 계기였다. 이번 행진의 경험을 계기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빈곤의 여성화와 여성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좀더 광범위한 공동행동 기획이 필요함이 확인되었다.
결국 '빈곤의 여성화'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은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대안세계화 운동속에서, 여성들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민중들의 직접공동행동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주제어
노동 여성 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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