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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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239호 | 200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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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이후 3년,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전쟁과 폭력 종식을 위한 세계 민중의 연대를!

사회진보연대
9.11 이후 3년, 세계는 더 불안해졌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공격사건 이후 미국은 미국민들의 공포에 기반하여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했으나, 그것은 9.11과는 별 상관이 없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한 것이었다. 또한 국제적인 반테러전선을 세운다는 명분 하에 미국의 동지가 될 것인지 아닌지를 세계에 강요하여 군사행동에 나서게 하였다. 각 국에서는 경쟁적으로 '대테러법'이 제정되었다. 미국 국내에서는 '애국법'을 제정하고 '국토안보부'를 만든 결과, 반테러와 안보를 빌미로 광범위한 인권침해 행위가 합법화되었다. 공항의 안전검색이나 출입국 심사도 대폭 강화되어 아랍·아시아계 등 외국인에 대한 감시와 차별이 심해졌고, 무장한 경찰들의 검문검색은 미국 전체를 거대한 경찰 감시국가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15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이라는 직책과 테러 관련 정보 총괄, 대테러 정책조정을 담당할 대테러센터까지 신설하기로 하였다. 군사전략 측면에서는 '선제공격론'을 채택하여 세계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는 협박을 선포하였다.
미국의 이 모든 행위는 전례없이 세계적 무질서와 극단적 폭력을 증가시켰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팔레스타인,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스페인, 체첸, 러시아 등에서 '자살폭탄 공격', '인질극', '보복공습', '참수' 등으로 상징되는 끔찍하고 잔혹한 폭력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시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해방시켜 5천만 명을 자유롭게 했다"는 식으로 스스로의 전쟁과 폭력, 학살과 야만을 정당화하였다.

무장한 세계화가 낳은 극단적 폭력

냉전 이후 미국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경제로부터 배제된 지역에서 특히 이러한 폭력이 일상화되고 있다. 특정한 인종적, 종족적, 종교적 동일성에 집착함으로써 다른 집단을 배척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쉽게 폭력으로 전환되고, 이는 또한 세계시장으로 편입하기 위해 그 지역의 더 가난한 지역과 분리하고자 하는 흐름과도 연관된다. 그리고 사적인 무장집단이 형성되어 폭력행사의 가능성을 키운다. 그리하여 종종 집단학살, 인종청소, 거주지파괴 등과 같은 인구제거가 일어난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경제가 붕괴되어 천연자원과 같은 한정된 부를 놓고 약탈전쟁이 생겨나고 그 과정에서 민중학살이 일어난다. 중심부 국가들은 부를 착취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지 학살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따른 실업과 빈곤은 '증오와 폭력'의 자양분이 된다.
미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확산시키고 금융, 상업, 물류, 에너지 시스템을 적절하게 작동시키는 것을 스스로의 사활적인 이익으로 규정하고 이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와 세력에 대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하여 제거하고자 한다. 결국 이러한 미국 중심의 '무장한 세계화'가 만연한 극단적 폭력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것이다. 9.11은 그것이 전 세계로 향하는데 있어 극적인 계기점이었다.

이라크 전쟁과 미국의 무능

대량살상무기, 알-카에다와의 연계 등을 명분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은 미-영 제국주의 연합군을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그 모든 명분은 거짓이었고 이라크는 갈수록 불타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9월 7일 미군의 공식적인 사망자 숫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 미군 사망자 숫자를 줄이기 위해 부시정부가 사설 용병을 고용해온 것을 고려한다면 실제 미국인 사망자는 이를 훨씬 초과할 것이다. 더욱이 이라크 민중 사망자 숫자는 최소 1만 명에서 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점령 초기 모든 국유재산을 외국자본에 개방하였고 이를 임시정부가 바꾸지 못하도록 하였다. 또한 종족적 갈등을 악화시켰고 시민의 정치적 권리, 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였다. 또한 이라크 점령행정처(CPA)에서 현재의 임시정부에 이르기까지 점령당국이나 이라크 정부의 통치범위는 계속 축소되어 왔다. 저항세력의 조직적인 반란과 봉기로 인해 현재 임시정부는 겨우 바그다드 근처에 한정되어 통치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여곡절 끝에 100명의 임시의회가 출범하였으나 2005년 1월에 예정대로 총선이 치러질 것인지 여부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세우며 평화를 정착시켜 이를 중동전역으로 확산시켜 중동자유무역지대를 만든다는 미국의 구상은 애초부터 벽에 부닥친 것이다. 미국은 스스로의 목적조차 달성할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없다. 14만 명에 이르는 미군과 다국적군조차 이를 타개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라크 전역에서 공습과 학살을 일삼음으로써 이에 대해 '참수', '자살폭탄' 등 더욱 극단적인 형태의 저항을 자극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저항은 미군이 존재하는 한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이라크에서 미국의 무능은 쇠퇴하는 미국 헤게모니를 반영한다. 좌파사회학자 월러스타인은 9.11 사태가 미국 군사력의 한계, 세계 나머지 지역의 뿌리깊은 반미감정, 흥청망청하던 1990년대의 경제가 낳은 후유증, 미국 민족주의의 모순적인 압력들, 미국의 시민적 자유전통의 취약성을 급격히 드러냈다고 하면서 미국을 '불시착한 독수리'로 묘사하였다.

전쟁과 폭력 종식을 위해 세계 민중의 연대를 강화하자!
- 베이루트 국제 반전 반세계화운동 전략회의의 의미


문제는 이러한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와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장기적인 이행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점증하고 있는 극단적 폭력과 전쟁을 어떻게 종식시킬 것인가이다. 그것들이 상호파괴나 공멸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감축하고 정의와 평화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길로 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임무가 우리들, 반전 반세계화 운동에게 있다.
우리는 새로운 전쟁과 폭력의 상황에 진입했다. 이것은 상황을 이전의 시기로 돌이킬 수 없다는 것과, 세계 민중이 끈기 있게 새로운 시대를 개척함으로써 전쟁과 폭력을 종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꾸준히 진행되어 온 세계 각 국 운동간의 연대는 2003년 2월 15일 전 세계 1500만 명의 반전시위로 드러났다. 이어 2003년 5월에는 자카르타에서 회합을 가지고 단결과 행동에 대한 선언인 자카르타 평화 컨센서스를 채택하였다. 자카르타 컨센서스는 운동들의 단결선언, 이라크에 대한 입장과 행동계획, 세계화와 군사주의에 대한 행동계획 등으로 구성되어 기본적인 입장과 계획을 정식화하였다. 그리고 2004년 1월 인도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국제 반전운동 총회가 개최되었으며 3월 20일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1년에 항의하는 국제 공동행동이 조직되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오는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국제 반전 반세계화운동 전략회의가 열린다. 특히 팔레스타인, 이라크의 사회운동과 연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가까운 곳에서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53개국 262개의 조직이 지지 서명했고, 200여명의 활동가들이 참가할 이 회의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분석, 전쟁과 제국주의와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의 진로, 연대강화 전략, 행동 계획 등이 논의된다.
반전 반세계화 운동들은 수평적인 토론과 연대 강화를 도모해야 하고, 이것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아래로부터의 연대와 행동을 확장시키는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 모든 운동들이 스스로를 국제적인 반전 반세계화 운동의 일부로서 인식하고 전쟁과 폭력, 세계화의 폐해를 종식시키기 위해 운동해 나가야 한다. 9.11 이후 3년, 불안해진 세계에 대해 우리의 대답과 행동을 만들어야 한다.
주제어
평화 국제
태그
전국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