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246호 | 200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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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함을 공격하고, 단호함을 조직하라!

-현 시기 총파업 투쟁의 방향에 부쳐

사회진보연대
'피할 수 없는 조직의 명운을 건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만이 비정규직 법안을 막을 수 있다'던 민주노총의 약속이 다시금 주저 않을 위기에 놓여있다. 어제, 11월 24일은 올해 총파업을 가늠하는 두개의 중요한 행동과 결정이 내려진 날이다. 하나는 비정규노동자 자신들이 그 동안의 단사 차원의 투쟁을 넘어 전국적인 투쟁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11월 26일 전면파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간부파업을 결의하는 날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제까지 전면적인 총파업을 호언하였던 민주노총 지도부가 제6차 총력투쟁본부 대표자회의를 통해 '11월 26일은 비정규 개악안 철회 등 5대 요구안 쟁취를 위한 총파업에 돌입한다'와 '11월 29일 국회 환노위에서 법안강행 기도가 구체화될 시 투본대표자회의의 결정에 따라 12월 2일 총파업에 돌입한다'한다고 결정한 날이다. 무기한 총파업이 6시간 시한부 파업으로 바뀐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변화된 정세에 따라 총파업 전술이 바뀐 것이라 설명하지만, 법안 상정 유보가능성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총파업투쟁 일정을 조정한다는 것은 비정규 개악안이 철회될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던 애초의 취지를 찾아볼 수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 이번 투쟁방향에 대한 변화는 우리가 그토록 우려해왔던 대중투쟁에서의 후퇴이다. 우리는 지난 시기 민주노총의 총파업선언 철회와 유보, 그리고 4시간 내지 하루파업이라는 지극히 형식적인 파업이 대중운동을 어떻게 피폐화 시켰는지 잘 보아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으로 인해 신자유주의 개혁에 대한 의존성을 심화시키고 노동자운동의 실리주의 강화하며 패배주의 확산을 가져온 과정을 잘 보아왔다. 그래서 이번 민주노총의 결정은 조합원 대중의 역동성과 잠재성을 신뢰하지 못하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직접 이야기한 노동운동의 명운에 찬물을 끼 얻는 행위를 스스로 자임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특히 '공무원노조 구속법'이라고 불리는 공무원노조 특별법 법안 상정이 예정되어 있는 현실에서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인 것이다.

올해 총파업투쟁의 동력은 자동차와 금속노조, 일부 화학과 현안투쟁이 걸려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17만명 정도의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진행된 파업투쟁의 규모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규모이다. 하지만 단위 사업장 차원에서 전면파업에 돌입하지 못하고 부분파업이나 태업을 준비하고 있는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대중은 이번 민주노총 지도부의 역할을 더욱더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지도부가 힘있게 총파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더욱더 자신감을 얻을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면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가고 패배주의는 확산될 것이다. 현 시기 민주노총 지도부는 현장에서 도도히 흐르는 노동자대중의 정서를 투쟁이라는 공간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와 계획을 보여주어야 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진행되어온 민주노총의 총파업처럼 현 시기 총파업이 무산된다면 이제 조합원과 민주노조를 포함한 지도부들간의 괴리는 더욱더 심화된 형태로 등장할 것이다. 노동자대중들이 단결과 투쟁을 통하여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도 구조조정 당할지 알면서도 각자가 잔업과 특근, 자격증 획득 등을 통한 개별적인 경쟁의 방식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현 시기 절망을 부르는 동요는 노동자운동의 무기력에 숨은 비밀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스스로 공언해온 약속을 지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번 파업이 아니면 언제 반신자유주의 투쟁과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진행할 것인가? 이번에 주저앉게 된다면 노동자대중운동은 앞으로 몇 년간 총파업이란 단어를 꺼내기도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 시기 비정규 개악저지 투쟁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앞장서 지도부와 조합원과의 괴리를 극복하고 전체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실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비정규노동법 개악안의 칼날이 정규직 노동자에게 맞춰져 있다는 사실은 김대중 정권에 이어 시종일관 추진되어온 노무현 정권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통해서 충분히 알려져 왔다. 노무현 정권은 소위 참여민주주의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국정과제로 출범한 정권이다. 특히 현정권의 노사관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금융자본에게 규제가 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재편(완화)하여, 자본투자(투기)를 자유화하고 노동유연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이 그 목표이다. 그러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나선 노무현 정권은 출범 첫 해, 노동자민중의 요구에 대하여 어김없이 구속과 손배가압류의 족쇄를 채웠으며, 많은 노동자대중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리고 작년에는 정리해고 요건을 대폭 완화하여 모든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채우고, 파업권을 무력화하여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노사관계로드맵(이정표)을 발표한 바 있었다. 따라서 현재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파견허용 업무의 확대와 파견기간 연장', '기간제 노동의 확대'는 일련의 노동유연화의 흐름을 가속화하고, 전면화 하기 위한 시도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 투쟁은 직접적으로 정권의 비정규노동법 개악시도를 분쇄하고 수년간 거침없이 추진되어온 노동의 불안정화 경향에 파열구를 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법안의 통과여부와 그 구체적인 내용은 중요하다. 그러나 또 한편 이 투쟁의 성패는 법안 개정의 '수위'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오히려 위력적인 투쟁을 통해서 폭주하는 노동의 불안정화 경향을 멈추고 수년간 개별사업장으로 분산되어 진행된 투쟁에서 계속 패퇴해왔던 노동자대중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가, 이를 통해 계급적 단결을 형성할 수 있는가가 오히려 이번 투쟁의 성패를 가늠하는 준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의 비정규개악저지 투쟁은 전국적인 규모에서 조직되고 진행하는 투쟁사안이다. 따라서 이번 투쟁의 특수한 성격에 비추어볼 때, 이번 투쟁을 법안 상정 일정을 고려한 투쟁으로 국한시켜 놓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한 일이다. 게다가 이번 비정규노동법개악이 왜 추진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이 투쟁의 요구가 어느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투쟁은 비정규노동법 개악안에 대한 투쟁이면서 동시에 법안을 상정한 정권과 그들의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대한 반대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투쟁의 요구는 당면한 비정규노동법 개악저지와 신자유주의 반대, 노무현정권 반대로 확장되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의 계급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 노동자 대중이 이 투쟁의 정치적 성격을 인식하고, 신자유주의 제반요소가 어떻게 작동하면서 노동의 불안정화를 강제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투쟁의 쟁점을 보다 확장시키고 정치적인 쟁점과 연동시키는 것은 단지 법안의 상정여부, 통과여부로 이번 투쟁을 좁히지 않고 계급투쟁의 한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번 투쟁과 같이 전계급적인 사안에 대해 전국적으로 조직되는 투쟁은 각 단위 사업장에서는 하나의 기회이다. 조합원 대중에게 신자유주의의 모순에 대하여 전면적으로 교육하고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이를 통해서 대중과 조직 모두가 변화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리고 올해 비정규노동법 개악안 저지투쟁 같은 전국적이고 전계급적인 쟁점이 위력적인 파고를 그려낸다면 그 성과는 계급 내적으로 분할을 막고 단결과 노동기본권쟁취에 충분한 기여를 할 것이다. 개별화된 사업장의 요구가 아니라 전계급적인 요구, 계급투쟁의 쟁점이 가장 첨예하게 격돌하는 지점에 대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계급적 단결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반기 투쟁은 전국적으로 단일한 쟁점으로 진행되는 연대투쟁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조직화'의 과정으로 확장될 경우 많은 성과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투쟁의 성과를 법안 내용의 일부 개정 등 실리적인 것으로 제한할 때 개별노조에서도 쟁점은 실리적인 것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투쟁의 전체 목표를 계급적 역관계의 변화,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비정규, 여성, 이주, 하청 등 모든 불안정 노동자의 조직화에 복무하는 것으로 배치해야 한다. 현 시기 확대되는 노동자계급의 균열을 막고 오히려 분할을 심화시킬 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상급단체와 단위노조, 현장활동가의 수준에서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 투쟁은 나날이 확대되어 가는 노동의 불안정화 공세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투쟁임과 동시에 노동자운동이 스스로의 체질을 개선해 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인 것이다. 노동자 운동은 이 투쟁을 통해서 정권과 자본의 비정규직노동법 개악만이 아니라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실리주의도 분쇄해야하는 당면 목표가 있는 것이다. 이럴 때만이 현시기 반신자유주의 전선은 올곧이 형성될 수 있다.

몰락해가는 세계자본주의의 마지막 발악이 신자유주의 공세이다. IMF 외환위기를 통해 한국자본주의는 더욱더 깊이 세계자본주의에 흡수되어 가고 있다. 한국과 같은 신흥시장(EMERGING MARKET)에 투자되는 대부분의 자본이 경제발전과 하등 관계없이 오로지 금융적 축적을 위한 투기성 자본이라는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자본주의 자화상 속에서 충분히 발견된다. 주변부 국가에서는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공격으로 인하여 대량 해고와 불안정 노동, 사회복지 축소 등이 진행되고, 외환/외채 위기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지속되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대중의 권리는 부정되었다. 현재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종 세계기구들, 특히 IMF(국제통화기금)는 한국의 노동시장경직성에 대해 지적하면서 '정규직노동자의 과보호를 줄이고, 비정규직 처우를 정규직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공격하고 있다.(2004년 IMF 연례협의단 정책권고) 따라서 현 시기 투쟁은 이러한 자본축적의 위기로부터 출발하여 노동자대중의 독자적인 전망을 열어가는 투쟁의 관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만이 힘찬 투쟁을 예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핵심은 노동에 대한 총체적인 공격이다. 구체적으로는 비정규직 확대와 정리해고 자유화 등 '노동의 유연화'에 있다. 그래서 정권과 자본은 이 문제만큼은 타협하지 않는다. 97년 정리해고 법제화, 98년 파견법 제정, 02년 경제자유구역법 제정, 03년 주5일제를 빌미로 한 근로기준법개악, 04년 비정규 노동법 개악을 출발로 하는 노동법 개악 공세 등 지난 수년간 어느 정권을 불문하고 한 치의 양보도, 후퇴도 없이 몰아쳤다. 따라서 이번 총파업은 작년 열사 투쟁처럼 일부만이 참여하는 총파업 투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6시간 부분파업과 어정쩡한 집회 몇 차례로 끝내는 형식적인 하루 총파업은 기만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결의가 필요하다. 우리의 파업대오가 빈틈을 보인다면 저들은 파죽지세로 깨고 들어올 것이다. 사업장으로부터 단호한 결의로 노동자대중을 조직하고, 위력적인 총파업과 집회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또한 사업장별 비정규 노동자와 공동투쟁, 공동파업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공동파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공동실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정규직-비정규직노조와 공동투쟁을 전개함으로써 이번 총파업이 형식적인 총파업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단결을 통한 실질적인 투쟁을 꾀해야 할 것이다.

현 시기 노동자운동의 전진의 관건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저임금·무노조·무권리 상태에서 정권과 자본의 물리적 이데올로기적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비정규, 여성, 이주, 저임금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해 내부의 분할을 극복하고 이들의 권리를 쟁취하는 것이다. 이런 투쟁에서 비껴선 노동자 운동과 자신들만의 '울타리' 안에서만 진행되면서 노동자 내부의 분할을 확대재생산하는 투쟁, 그리고 국회 안에서 청원운동의 대리인 역할에 그치는 지도자의 활동 역시 모두 사이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운동의 오래된 대의 중 하나인 '노동자 계급의 단결과 연대'를 통한 비정규직 철폐를 향해 총진군하자. 절망을 부르는 투항주의를 극복하고, 근본적인 변혁을 지향하는 노동자운동의 정방향을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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