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도 개발의혹의 진실은 무엇인가?
노무현정권의 국토균형개발계획과 동북아중심국가 플랜의 허구성
이제까지 드러난 행담도 개발의혹의 개요
유전 투자비리 의혹에 이어 터진 행담도 개발의혹이 주를 넘기고 있다. 지난 주 중에 마무리될 듯 했던 감사원 조사도 6월9일로 연장됐다. 이제까지 드러난 의혹의 3인은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문정인,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오점록, (주)행담도개발 사장 김재복(EKI의 최대지분인수자)이고, 이들 간에 이루어진 핵심의혹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한국도로공사와 EKI투자회사간에 맺어진 특혜계약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냐는 것. 한국도로공사가 행담도 개발이 실패할 경우, 주 투자자인 EKI의 투자지분 1억5000만 달러를 주식선매형식으로 떠 안는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계약이었다.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주투자자인(90%) EKI는 실투자금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지분 10%에 불과한 도로공사로부터 보장받는 무리한 특혜가 이루어진 것이다. 둘째 의혹은 동북아위원회 문정인 위원장이 EKI와 사업협력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원의향서(일명 추천서)를 발급하는 등 개별기업을 무리하게 지원한 점. 또 여기에 EKI와 도로공사와의 이런저런 분쟁과정에 정찬용 청와대 전 인사수석 등이 중재자로 적극 개입했다. 셋째, 미국에서 발행된 에콘사(EKI의 모회사)의 회사 채권 8300만 달러 어치를 우정사업본부와 교원공제회가 전량 매입한 경위이다. 외자(外資)유치를 명목으로 동북아위와 청와대측 인사들의 지원에 힘입어 발행된 채권을 매개로 외자는커녕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기업의 자금이 제공된 것이다. 최근에는 이 채권발행을 안건으로 외교통상부와 건설교통부 등 정부 관계부처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행담도 개발의혹의 성격 1 : 권력형비리인가 단순 직권남용인가
감사원의 한국도로공사 감사과정에서 행담도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 주 26일 문위원장과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동북아위원회 전 기조실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의 제출이유는 불분명했다. 행담도 개발의 몸통 격인 전라도서남해안 계발계획 S프로젝트의 성공적 진행에 누를 미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청와대 또한 사표수리 여부는 감사원 발표 이후에 결정할 일이며, 국토균형발전과 동북아중심국가 구상에 따른 S프로젝트는 변함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7일 청와대는 행담도 개발은 국책사업인 S프로젝트와는 별개의 사업이었고 다소 무리 있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말을 바꿔 문위원장과 정태인 수석의 사표를 서둘러 수리했다. 국토균형발전과 동북아중심국가 계획의 중심사업인 S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행담도 개발에 대한 지원이 다소 무리한 형태로 이루어졌을 뿐, 이 사건이 권력형 비리사건은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형태로 공기업이 개별기업을 상대로 수천억원대의 특혜를 제공했고, 이 과정에 청와대 인사들과 대통령 공식자문기구가 명백한 직권남용의 형태로 개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권력형비리가 아니라는 설명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비상식적인 규모의 특혜계약과 사기성 채권매입이 고위관료들의 노골적인 비호와 직권남용에 힘입어 이루어진 마당에, 권력형비리와 단순 직권남용을 구분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넌센스다. 행담도 개발의혹의 진정한 쟁점은 이런 넌센스가 아니다. 진정으로 가려져야 할 것은 행담도 개발의혹의 본류 격인 S프로젝트와 S프로젝트가 표방하고 있는 노무현정권의 국토균형개발이 과연 어느 만큼의 진실성을 가진 계획이며, 외자유치 전략에 기반 한 동북아중심국구상은 진정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정책인가이다.
행담도 개발의혹의 성격 2 : 정권의 아마추어리즘인가 인민의 정치적 통제의 무력화인가
노무현정부는 위원회 공화국이다. 공식정부기구가 아닌 대통령산하 위원회가 22개나 된다. 직권남용의 도마 위에 오른 동북아위원회 역시 이들 위원회 중 집행권한이 없는 자문기구의 하나다. 한나라당과 조·중·동 보수언론은 이번 행담도 사건의 기본성격을 노정권의 아마추어리즘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잇따른 대규모 국책사업의 실패가 소수정예 전문가들의 견해를 무시하고, 다수우중과 NGO, 이익집단의 압력에 좌충우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들이 가장 자주 문제삼는 예는 지율스님의 단식요구를 뒤늦게 일부수용한 일이다). 즉 보수파들은 노정권의 아마추어리즘을 주되게 공격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정치현상을 거대한 금융 사기극에 뒤따르는 무능, 부패 사건임과 동시에 이것을 관리통제하는 정치시스템의 변환, 즉 신자유주의적 파퓰리즘(populism)화의 일환인 ‘정치의 사인(私人)화’로 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전문성의 결여가 아니라 인민의 정치적 통제를 사전 봉쇄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비공식기구들은 대통령 개인의 직속 기구이거나 대의 민주주의적인 통제체계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행담도 사건에 개입된 일부 인사들은 실제로 전직관료 출신의 사인신분이었다. 이들 개개인들이 별다른 전문적 식견을 갖추지 못했거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386개혁세력이라는 점은 충분히 확인될 사안이다(반대로 NGO의 전문가주의도 존재한다). 그러나 더욱 문제인 것은 이들이 적절한 민주주의적 통제권(그것이 아무리 한계적인 제도적 통제제도라 할지라도) 밖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균형개발 한다며, 정치는 파퓰리즘적 선거표 투기!! 자본은 땅 투기!!
서남해안계발계획 일명 S프로젝트는 무안 영암 목포 등 전남 서남해안 일대에 50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물류, IT, 생명공학 단지를 조성하고, 외국인이 3분의 1 이상 거주하는 인구 250만 명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내용이다. 노무현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11월 싱가포르를 방문하여 투자를 요청하며, S프로젝트를 직접 챙겼다. 그러나 목표로 밝힌 싱가포르로부터 200억 달러 외자유치는 이런 저런 말만 오고간 채 그 이상 이루어진 것이 없으며, 싱가포르 기업인 에콘사와 그 자회사인 EKI가 행담도 개발에 참가하고 있던 것이 유일한 실마리였다. 하지만 에콘사의 부도로 그 자회사인 EKI는 (주)행담도개발의 사장인 김재복이 그 최대지분을 인수했던 터다. 국책사업인 S프로젝트의 입안과 집행과정에 S프로젝트와 무관한 행담도개발의 김재복 사장이 관여하게 된 경위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싱가포르에 연고가 있는 김사장을 통해 200억 달러의 투자가 이루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 말 그대로 혹시나 하는 이 마음이 공과 사가 얽히고 온갖 직권남용의 도화선이 되어 오늘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요컨대 S프로젝트는 계획의 근간을 이루는 외자유치에 관한 어떤 신뢰할만한 근거도 없고, ‘낙후한 전라도’를 향해 던져진 선심공약일 뿐이다. 그것도 전체인구 200만 명인 전라남도에 250만 명 규모의 외국인 도시를 짓는다는 허무맹랑한 공약을 말이다. 하지만 그 같은 선심공약이 두 가지 부문에서는 만만치 않은 힘을 발휘한다. 열우당의 호남표 몰이와 전남 일부 개발 예정지의 땅 소유주와 투기자본의 돈벌이가 그것이다. 노무현과 열우당은 이미 지난 수도이전공방과 현재의 행정복합도시건설계획을 통해 충청도 표심을 다잡고, 불황기에 목말라하던 아파트, 땅투기 집단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었다. 일확천금의 로또 땅을 낳은 판교신도시계획, 노무현을 따라 해남과 영암 간척지 일대에 골프장, 호텔, 실버타운, 외국 대학·병원, 카지노, 해양리조트 등을 갖춘 상주인구 50만 명의 복합레저도시를 건설한다는 전라남도 도청의 J프로젝트가 바로 이 S프로젝트와 행정복합도시계획이 대표하는 국토균형발전계획의 아류들이다.
자본가에겐 규제완화/특혜, 노동자에겐 고용불안정화/노동통제강화를 선사하는 동북아중심국가플랜
국토균형발전과 함께 이번 행담도 개발의 명분은 바로 동북아중심국플랜이다. 동북아중심국플랜은 김영삼의 4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시절에 제기되어, 김대중 정권을 거쳐 노정권이 주되게 내세운 국가적 비전이다. 하지만 이 플랜은 허황된 규모의 외자유치를 전제로 추진되는 내용 없는 정책일 뿐 아니라, 과도한 자본투자특혜와 외국인 거주환경 확보라는 미명으로 추진되는 교육/의료 등 서비스부문 추가개방, 그리고 주로 노동, 환경과 관련된 무차별한 규제완화와 기존 제도개악이 외자를 유치하기 위한 유일수단으로 따라붙는 정책이다. 때문에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이라는 거창한 정치적 수사와 달리 이 플랜은 별달리 진척되는 일없이 개발기대이익을 노린 투기세력들의 호주머니만 채우고 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고용을 심각한 형태로 위협하는 반민중적 정책이다. 그리고 자본의 공화국 안에 다시금 공화국의 기본주권개념마저 무색케 하는 ‘기업도시’ 자본천국 개발계획과 도시빈민의 눈물 위에 국제 금융거점을 건설한다며 온갖 비리를 저지른 서울시의 청계천개발, 재정난에 빠진 지방자치단체들의 공룡특구에서 카지노, 경륜, 소싸움, 개경주에까지 뻗은 도박향락 관광개발 열풍 등이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이에 뒤따른다.
차라리 뇌물 때문에 추진되었다고 고백하라
: 행담도 개발의혹은 단지 몇몇 인사들의 비리로 그치지 않는 거대한 금융 사기극의 일각이다.
올 3월에 노무현정권은 재벌기업과 반-부패NGO들을 대동하고 ‘반-부패 투명사회협약’이란 걸 체결했다. 그러나 그 즉시 자신의 대선비리자금줄들을 석방해주었고, 연이어 오일게이트가 터졌다. 하지만 여권 실세들이 개입된 황당무계한 오일게이트 수사는 막바지에 이르러 청계천개발비리와 맞바꿔 덮어주기 판이 되고, 다시 또 다시 행담도 의혹이 터져 나왔다.
허구적 축적과 투기에 기반한 빈 껍데기뿐인 국토균형발전계획과 동북아중심국가플랜이 이번 행담도 개발사건과 같이 예정된 실패를 모면하자하는 정치가, 관료들의 애처로운 직권남용과 부패비리를 낳는 것은 필연이다. 우리는 차라리 이 사태가 뇌물에 눈먼 몇몇 정치인, 관료들만 책임지는 것으로 그치고 말 사안이라면 일말의 분노를 덜겠다. IMF위기를! 벤쳐투기거품 비리를! 카드대란을! 장기내수침체를! 단순 부패비리사건으로 호도하며, 정권과 보수정치가, 자본가들은 불법 뇌물과는 비교되지 않는 합법적 이득과 정치적 대가를 챙기지 않았는가! 국토균형발전, 동북아중심국가건설을 명분으로 발생한 부패비리를 그 원인인 금융화 개발 사기극의 성공적 진척을 위해 척결하겠다는 말장난은 제발 그만 두라. 균형 잡힌 국토의 주민이며 동북아중심국가의 국민인 노동자 민중은 위기의 원인을 직시해가고 있으며, 사법당국의 형식적으로 찔끔거리는 부패수사에 더 이상 희망을 두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참을성에는 한계가 있다.
유전 투자비리 의혹에 이어 터진 행담도 개발의혹이 주를 넘기고 있다. 지난 주 중에 마무리될 듯 했던 감사원 조사도 6월9일로 연장됐다. 이제까지 드러난 의혹의 3인은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문정인,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오점록, (주)행담도개발 사장 김재복(EKI의 최대지분인수자)이고, 이들 간에 이루어진 핵심의혹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한국도로공사와 EKI투자회사간에 맺어진 특혜계약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었냐는 것. 한국도로공사가 행담도 개발이 실패할 경우, 주 투자자인 EKI의 투자지분 1억5000만 달러를 주식선매형식으로 떠 안는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계약이었다.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주투자자인(90%) EKI는 실투자금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지분 10%에 불과한 도로공사로부터 보장받는 무리한 특혜가 이루어진 것이다. 둘째 의혹은 동북아위원회 문정인 위원장이 EKI와 사업협력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원의향서(일명 추천서)를 발급하는 등 개별기업을 무리하게 지원한 점. 또 여기에 EKI와 도로공사와의 이런저런 분쟁과정에 정찬용 청와대 전 인사수석 등이 중재자로 적극 개입했다. 셋째, 미국에서 발행된 에콘사(EKI의 모회사)의 회사 채권 8300만 달러 어치를 우정사업본부와 교원공제회가 전량 매입한 경위이다. 외자(外資)유치를 명목으로 동북아위와 청와대측 인사들의 지원에 힘입어 발행된 채권을 매개로 외자는커녕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기업의 자금이 제공된 것이다. 최근에는 이 채권발행을 안건으로 외교통상부와 건설교통부 등 정부 관계부처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행담도 개발의혹의 성격 1 : 권력형비리인가 단순 직권남용인가
감사원의 한국도로공사 감사과정에서 행담도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 주 26일 문위원장과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동북아위원회 전 기조실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의 제출이유는 불분명했다. 행담도 개발의 몸통 격인 전라도서남해안 계발계획 S프로젝트의 성공적 진행에 누를 미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청와대 또한 사표수리 여부는 감사원 발표 이후에 결정할 일이며, 국토균형발전과 동북아중심국가 구상에 따른 S프로젝트는 변함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7일 청와대는 행담도 개발은 국책사업인 S프로젝트와는 별개의 사업이었고 다소 무리 있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말을 바꿔 문위원장과 정태인 수석의 사표를 서둘러 수리했다. 국토균형발전과 동북아중심국가 계획의 중심사업인 S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행담도 개발에 대한 지원이 다소 무리한 형태로 이루어졌을 뿐, 이 사건이 권력형 비리사건은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형태로 공기업이 개별기업을 상대로 수천억원대의 특혜를 제공했고, 이 과정에 청와대 인사들과 대통령 공식자문기구가 명백한 직권남용의 형태로 개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권력형비리가 아니라는 설명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비상식적인 규모의 특혜계약과 사기성 채권매입이 고위관료들의 노골적인 비호와 직권남용에 힘입어 이루어진 마당에, 권력형비리와 단순 직권남용을 구분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넌센스다. 행담도 개발의혹의 진정한 쟁점은 이런 넌센스가 아니다. 진정으로 가려져야 할 것은 행담도 개발의혹의 본류 격인 S프로젝트와 S프로젝트가 표방하고 있는 노무현정권의 국토균형개발이 과연 어느 만큼의 진실성을 가진 계획이며, 외자유치 전략에 기반 한 동북아중심국구상은 진정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정책인가이다.
행담도 개발의혹의 성격 2 : 정권의 아마추어리즘인가 인민의 정치적 통제의 무력화인가
노무현정부는 위원회 공화국이다. 공식정부기구가 아닌 대통령산하 위원회가 22개나 된다. 직권남용의 도마 위에 오른 동북아위원회 역시 이들 위원회 중 집행권한이 없는 자문기구의 하나다. 한나라당과 조·중·동 보수언론은 이번 행담도 사건의 기본성격을 노정권의 아마추어리즘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잇따른 대규모 국책사업의 실패가 소수정예 전문가들의 견해를 무시하고, 다수우중과 NGO, 이익집단의 압력에 좌충우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들이 가장 자주 문제삼는 예는 지율스님의 단식요구를 뒤늦게 일부수용한 일이다). 즉 보수파들은 노정권의 아마추어리즘을 주되게 공격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정치현상을 거대한 금융 사기극에 뒤따르는 무능, 부패 사건임과 동시에 이것을 관리통제하는 정치시스템의 변환, 즉 신자유주의적 파퓰리즘(populism)화의 일환인 ‘정치의 사인(私人)화’로 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전문성의 결여가 아니라 인민의 정치적 통제를 사전 봉쇄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비공식기구들은 대통령 개인의 직속 기구이거나 대의 민주주의적인 통제체계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행담도 사건에 개입된 일부 인사들은 실제로 전직관료 출신의 사인신분이었다. 이들 개개인들이 별다른 전문적 식견을 갖추지 못했거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386개혁세력이라는 점은 충분히 확인될 사안이다(반대로 NGO의 전문가주의도 존재한다). 그러나 더욱 문제인 것은 이들이 적절한 민주주의적 통제권(그것이 아무리 한계적인 제도적 통제제도라 할지라도) 밖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균형개발 한다며, 정치는 파퓰리즘적 선거표 투기!! 자본은 땅 투기!!
서남해안계발계획 일명 S프로젝트는 무안 영암 목포 등 전남 서남해안 일대에 50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물류, IT, 생명공학 단지를 조성하고, 외국인이 3분의 1 이상 거주하는 인구 250만 명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내용이다. 노무현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11월 싱가포르를 방문하여 투자를 요청하며, S프로젝트를 직접 챙겼다. 그러나 목표로 밝힌 싱가포르로부터 200억 달러 외자유치는 이런 저런 말만 오고간 채 그 이상 이루어진 것이 없으며, 싱가포르 기업인 에콘사와 그 자회사인 EKI가 행담도 개발에 참가하고 있던 것이 유일한 실마리였다. 하지만 에콘사의 부도로 그 자회사인 EKI는 (주)행담도개발의 사장인 김재복이 그 최대지분을 인수했던 터다. 국책사업인 S프로젝트의 입안과 집행과정에 S프로젝트와 무관한 행담도개발의 김재복 사장이 관여하게 된 경위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싱가포르에 연고가 있는 김사장을 통해 200억 달러의 투자가 이루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 말 그대로 혹시나 하는 이 마음이 공과 사가 얽히고 온갖 직권남용의 도화선이 되어 오늘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요컨대 S프로젝트는 계획의 근간을 이루는 외자유치에 관한 어떤 신뢰할만한 근거도 없고, ‘낙후한 전라도’를 향해 던져진 선심공약일 뿐이다. 그것도 전체인구 200만 명인 전라남도에 250만 명 규모의 외국인 도시를 짓는다는 허무맹랑한 공약을 말이다. 하지만 그 같은 선심공약이 두 가지 부문에서는 만만치 않은 힘을 발휘한다. 열우당의 호남표 몰이와 전남 일부 개발 예정지의 땅 소유주와 투기자본의 돈벌이가 그것이다. 노무현과 열우당은 이미 지난 수도이전공방과 현재의 행정복합도시건설계획을 통해 충청도 표심을 다잡고, 불황기에 목말라하던 아파트, 땅투기 집단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었다. 일확천금의 로또 땅을 낳은 판교신도시계획, 노무현을 따라 해남과 영암 간척지 일대에 골프장, 호텔, 실버타운, 외국 대학·병원, 카지노, 해양리조트 등을 갖춘 상주인구 50만 명의 복합레저도시를 건설한다는 전라남도 도청의 J프로젝트가 바로 이 S프로젝트와 행정복합도시계획이 대표하는 국토균형발전계획의 아류들이다.
자본가에겐 규제완화/특혜, 노동자에겐 고용불안정화/노동통제강화를 선사하는 동북아중심국가플랜
국토균형발전과 함께 이번 행담도 개발의 명분은 바로 동북아중심국플랜이다. 동북아중심국플랜은 김영삼의 4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시절에 제기되어, 김대중 정권을 거쳐 노정권이 주되게 내세운 국가적 비전이다. 하지만 이 플랜은 허황된 규모의 외자유치를 전제로 추진되는 내용 없는 정책일 뿐 아니라, 과도한 자본투자특혜와 외국인 거주환경 확보라는 미명으로 추진되는 교육/의료 등 서비스부문 추가개방, 그리고 주로 노동, 환경과 관련된 무차별한 규제완화와 기존 제도개악이 외자를 유치하기 위한 유일수단으로 따라붙는 정책이다. 때문에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이라는 거창한 정치적 수사와 달리 이 플랜은 별달리 진척되는 일없이 개발기대이익을 노린 투기세력들의 호주머니만 채우고 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고용을 심각한 형태로 위협하는 반민중적 정책이다. 그리고 자본의 공화국 안에 다시금 공화국의 기본주권개념마저 무색케 하는 ‘기업도시’ 자본천국 개발계획과 도시빈민의 눈물 위에 국제 금융거점을 건설한다며 온갖 비리를 저지른 서울시의 청계천개발, 재정난에 빠진 지방자치단체들의 공룡특구에서 카지노, 경륜, 소싸움, 개경주에까지 뻗은 도박향락 관광개발 열풍 등이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이에 뒤따른다.
차라리 뇌물 때문에 추진되었다고 고백하라
: 행담도 개발의혹은 단지 몇몇 인사들의 비리로 그치지 않는 거대한 금융 사기극의 일각이다.
올 3월에 노무현정권은 재벌기업과 반-부패NGO들을 대동하고 ‘반-부패 투명사회협약’이란 걸 체결했다. 그러나 그 즉시 자신의 대선비리자금줄들을 석방해주었고, 연이어 오일게이트가 터졌다. 하지만 여권 실세들이 개입된 황당무계한 오일게이트 수사는 막바지에 이르러 청계천개발비리와 맞바꿔 덮어주기 판이 되고, 다시 또 다시 행담도 의혹이 터져 나왔다.
허구적 축적과 투기에 기반한 빈 껍데기뿐인 국토균형발전계획과 동북아중심국가플랜이 이번 행담도 개발사건과 같이 예정된 실패를 모면하자하는 정치가, 관료들의 애처로운 직권남용과 부패비리를 낳는 것은 필연이다. 우리는 차라리 이 사태가 뇌물에 눈먼 몇몇 정치인, 관료들만 책임지는 것으로 그치고 말 사안이라면 일말의 분노를 덜겠다. IMF위기를! 벤쳐투기거품 비리를! 카드대란을! 장기내수침체를! 단순 부패비리사건으로 호도하며, 정권과 보수정치가, 자본가들은 불법 뇌물과는 비교되지 않는 합법적 이득과 정치적 대가를 챙기지 않았는가! 국토균형발전, 동북아중심국가건설을 명분으로 발생한 부패비리를 그 원인인 금융화 개발 사기극의 성공적 진척을 위해 척결하겠다는 말장난은 제발 그만 두라. 균형 잡힌 국토의 주민이며 동북아중심국가의 국민인 노동자 민중은 위기의 원인을 직시해가고 있으며, 사법당국의 형식적으로 찔끔거리는 부패수사에 더 이상 희망을 두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참을성에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