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7호 | 200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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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들 망각하지마시요! 노동절은 5월1일입니다 - 노동절 일정 변경 철회를 호소하며 -

편집부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

올해 110주년 노동절대회를 5월 1일 노동절이 아니라 4월 29일로 앞당겨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4월 14일 열린 지역본부 대표자회의에서 민주노총은 수도권 집중 서울대회를 4월 29일로 앞당기고, 그외 지역은 이미 확정된 지역을 제외하고는 4월 29일로 앞당길 것을 권고하기로 하였다. 그 이유에 대해 민주노총은 5월 1일이 월요일 황금연휴이기 때문에 조합원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을 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결정을 이해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 노동절 대회는 민주노총의 필요에 의해 실무적으로 변경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다. 노동절은 공휴일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 해방의 상징이다. 또한 노동절은 한국 노동자만의 것이 아니라 전세계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원칙은 조건에 따라 유연하고 구체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변할 수 없는 원칙을 강변하는 것도 하나의 편향적 태도이다. 그러나 적어도 노동자에게 노동절이 가지는 의미가 하루의 공휴일이 아니라 역사에 새겨진 전세계 노동자의 피와 희생을 기억하고, 오늘의 노동운동이 헤쳐가야 하는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라면, 적어도 이러한 노동절을 노동절이 아닌 날에 대회를 치뤄야만 하는 급박하고 중차대한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다. 그러나 단지 황금연휴의 끝날이기 때문에 동원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의 전부라면, 그것은 경박함과 역사의식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 황금연휴의 끝날이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 어려움때문에 대회를 연기하거나 조절할 수 없는 것이 노동절이 가지는 의미라는 것을 선전하고 교육하는 것이 민주노총 지도부의 역할이다. 비록 참여인원이 적더라도 참여자들이 노동절의 역사와 현재적 의미를 공유할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편의주의와 실용성의 승리

지역본부 대표자회의에서 "노동절은 투쟁하는 날이며,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의 참여를 높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면서 노동절 대회의 일정 조절이 필요하다는 발언들이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노동절은 투쟁하는 날이다. 5월1일이라는 특정한 날짜를 기념하는 날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이같은 상식이 투쟁을 결의/조직하고 사후에 평가해가는 원칙을 뒤엎는 근거로서 사용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우리는 노동절 대회 날짜를 바꾸는 또하나의 근거로 거론되는 '4월 27일 자동차 연대파업과의 연계'라는 주장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자동차 연대파업의 동력을 이어가고 이를 확장시키려는 것이라면 4월 27일 파업에 이어 4월 29일 집회를 대규모로 진행하고 노동절 집회를 더욱 확장되고 대중적인 투쟁의 자리로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현재의 투쟁기조는 자동차 파업에 대한 지지와 확장의 기조가 아니라 노동절 집회를 자동차 파업에 기대어 대체하려는 것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동차 파업과의 연계라는 말은 빚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수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자동차 파업대오의 힘을 빌어 노동절 대회를 손쉽게 치룰 수는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동차 파업투쟁을 민주노총의 총력투쟁과 5월 총파업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지 심히 우려된다. 투쟁동력의 문제가 만병을 치료해주는 편의적인 기준이 아니라면, 그것은 투쟁평가의 대상이고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평가할 투쟁의 방향을 합의하고 조직할 일이다. 오늘 우리가 맞이할 110주년 노동절의 무게는 실용성과 편의성에 의해 좌지우지될 만큼 그렇게 가볍지 않다.

노동절이 모든 노동자에게 휴일은 아니다

추석이나 명절 등 연휴를 맞아 콘도로 나들이를 가면 돈을 받고 차례상을 대신 차려주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명절의 의미를 무겁게 느끼고 가벼워진 세상의 문화를 한탄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리주의 문화, 형식주의 문화를 경계하려는 것이다. 노동절이 고단한 하루의 노동을 중단하고 쉴 수 있는 유급 공휴일로 여기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노동절로서의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노동절이 휴일이 되어야 한다는 노동운동의 요구는 직종과 지역과 개별적 처지를 뛰어넘는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강화하고 노동자의 보편적인 요구를 함께 내걸고 투쟁하기 위한 것이지 하루의 쉬는 날을 얻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하게 지적할 것은 노동절은 결코 모든 노동자에게 휴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전히 수많은 중소사업장 노동자들과 일용직, 임시직, 시간제 노동자등 불안정 노동자들 그리고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노동절은 휴일이 아니다.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노동절은 집회 시기를 조정할 만큼 소중한 연휴일지 모르지만 이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절은 여전히 노동의 고단함이 지속되고, 자본의 억압이 진행되는, 그래서 전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이라는 노동절 정신이 더더욱 필요한 날인 것이다. 진심으로 호소한다. 민주노총은 노동절 대회를 4월 29일 치루기로 한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5월 1일 노동절에 110주년 대회를 치루어야만 한다.그것만이 천만노동자의 단결의 구심인 민주노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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