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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289호 | 200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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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되어야 하는가

‘국익’에 가려진 여성의 현실과 건강권

사회진보연대
‘황우석 논란’이 끝날 줄 모르고,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PD수첩 방영을 계기로, 연구원 난자기증과 매매난자를 연구에 사용한 것이 밝혀지면서 시작된 논란은 이제 연구 결과의 ‘진위여부’로 확산되었다. MBC가 PD수첩의 취재 윤리 위반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PD수첩 대(對) 황우석’ 논란은 15년 동안 이어진 PD수첩 방영의 잠정중단으로 PD수첩의 완패로 끝나는 듯 했다. PD 수첩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최종선인 ‘연구결과’에 대한 도전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어느새 논란은 “과학계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면 되는 일”로 마무리되는 듯 하다. 난자기증자들이 뿌려놓은 진달래꽃을 ‘즈려 밟고’ 나와 연구에 전념해야 할 황우석 교수가 서울대 병원에 수면불안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몸져 누워버렸다고 한다. 이 스펙터클한 드라마는 언론의 희생자로서 황우석을 그려내며, ‘국익’의 크나큰 손실로 마무리 될 것인가.
이 논란의 와중에 난치병 치료의 유일한 희망으로 그려진 이 ‘황우석 신드롬’과 세계최초의 생명과학기술로 한국의 세계적 명성과 ‘국익론’과 공존하고 있고, 논란의 진원이 된 ‘난자의 출처’는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이 논란은 이 배아복제기술의 그 의미와 영향에 대한 사회적 검토 없이, ‘세계 최초’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 속에서 모두가 이 연구의 진전만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황우석 신드롬은 어떻게 만들어 졌나

황우석 연구팀은 2004년과 2005년 연이어 ‘세계적’인 과학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실었다. 2004년 2월, 16명의 여성 난자제공자들로부터 추출한 242개의 난자로 1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 그리고 2005년 5월, 18명의 여성 난자제공자들로부터 추출한 185개의 난자로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11개를 만들어냈다. 2004년 논문의 핵심은 난자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 핵으로 치환하는 기술이고, 2005년 논문이 주목받은 이유는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하여, 환자의 면역거부반응과 암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도록 환자와 유전적 일치를 이루는 줄기세포를 얻어내는데 성공함으로써 현재 불치병으로 알려진 여러 만성 질환들을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데 있다. 2004년 5월부터 <네이처>지가 제기하고, 세계생명과학계가 놀란 그 많은 난자 출처에 대한 부러움을 뒤로하고, 황우석 교수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며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 진전을 이룬 이 연구의 공로를 난자를 기증한 ‘숭고한 여성들’의 희생으로 돌렸다. 언론들은 앞 다투어 연이은 ‘세계최초’의 신화를 알려내기에 바빴고, 황우석은 난치병 환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을 해결해줄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 정부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질병치료가 실용화되면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세계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며, 기획예산처는 2004년 65억원이던 연구개발지원비를 2005년 265억원으로 늘려 줄기세포 복제기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언론은 이러한 정부재정지원의 대대적인 확대를 보도하며, 황교수가 미국의 한 주정부로부터 1조원 이상의 연구비 지원을 조건으로 미국에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과학은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겐 국경이 있다”고 거부했다며 황우석의 애국정신을 널리 홍보한다. 정부와 언론이 만들어낸 ‘세계최초’, ‘난치병치료의 희망’, ‘생명공학의 강국’은 황우석의 애국주의와 결합하여 대중의 열광을 만들어냈고, 이러한 것들이 결합하면서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국익’의 아성이 세워졌다.

‘황우석 스캔들’에 가려진 여성의 현실

‘황우석 스캔들’은 2004년 연구에 사용된 난자출처를 둘러싼 의혹에서 시작되었다. 당연하게도 2004년, 2005년 황우석팀의 연구는 사람의 난자를 사용한 것이 실험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이렇게 많은 난자 기증자를 모집했던 복제 연구팀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었다. 세계생명과학계가 놀란 이유는 난자 핵치환 기술이 가능할 수 있는 많은 난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과 연구자들이 난자사용에 대한 윤리적 논쟁과 아무런 제재 없이 난자를 이용해 실험할 수 있었던 ‘한국적 생명공학연구의 기반’ 때문이었다. 2004년 5월 <네이처>가 연구원의 난자기증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된 논란은 2005년 11월 22일 PD수첩 방영을 계기로, 2004년 연구에 연구원이 기증한 난자와 매매난자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11월 24일 황우석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극구 말렸고, 몰랐지만”이라는 수식어를 달면서 이 두 가지 사실을 시인했고, 백의종군으로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1월 17일 황우석 사단에서 배아줄기세포 배양과 난자획득을 책임졌던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은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윤리적 논란이 뒤따르는 ‘매매난자 공급’은 “인류의 가장 큰 염원인 난치병 환자를 위한” 구국의 결단이었으며, “보다 현실적이고 인류에 유익한 결정”을 “국민의 판단에 맡기기 위해” 난자매매를 시인한 바 있다.
‘황우석 신드롬’의 위력은 여기서 발휘되었다. ‘I LOVE 황우석’ 카페를 필두로 네티즌들은 “괜찮아요, 황우석 교수님”을 외쳤고 황우석 교수가 다시 연구에 전념하는 것은 대중적 염원이 되었다. ‘난자출처문제’의 해결책은 적극적으로 난자기증자를 모집하거나 난자기증자에 대한 적절한 실비지급기준을 만드는 것으로 제시되었다. 황우석과 노성일은 2005년 1월 1일 시행된 생명윤리법의 소급적용을 반대했고, 네티즌들은 지금의 혼란을 야기한 윤리적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정부의 무능과 PD수첩의 ‘반국익적’ 행태를 비난했다. 이제 막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난자채취 과정에서 여성이 겪는 고통과 위험성, 난자를 매매하는 여성들의 경제적 빈곤 문제는 가려졌다.
그런데 논란은 노무현 대통령이 PD수첩의 취재를 제재하기 위해 쓴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PD수첩의 취재가 2005년 논문의 진위여부에 대한 내부 제보로 시작된 것이 알려지면서 ‘과학적 자존심’의 문제로 비화되었다. 이 논란이 희대의 사기사건이 될지, 해프닝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해결의 열쇠는 과학계와 정부의 몫으로 넘어간 듯 보인다. 우리는 이제 열광과 논란들을 뒤로하고 기다리면 되는가. 과도하게 부풀려진 줄기세포 연구가 제공해줄 혜택에 대한 기대치를 돌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해당 연구의 가능성과 한계, 문제점을 냉정하게 다시 짚어봐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과학과 사회가 ‘여성’을 어떠한 존재로 보는지, 그리고 과학기술이 ‘여성’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등 아직 ‘폭로’되지 않은 현실을 토론해야 할 것이다.

‘한국적 생명공학연구’의 기반
- 난자의 출처를 묻는 이유


생명공학기술의 발달은 출산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배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가능하게 된 것도 체외수정에 의한 ‘시험관아기’ 시술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불임클리닉 왕국’이라 불릴 만큼 체외수정이 성행하는 나라로, 전국에 약 100개 이상의 불임클리닉이 있고, 전 세계적으로 체외수정으로 태어나는 아이의 약 20%가 국내에서 태어난다. 전 세계적으로 체외수정을 한 후 남은 잔여배아가 약 20만개로 추정되는데, 그 중 50%가 국내에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험관아기 시술이나 인간배아복제 연구를 위해선 많은 수의 난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성의 몸에 대한 인위적 개입을 통해 한꺼번에 여러 개의 난자를 채취하게 된다. 여성들은 여러 개의 난자를 키우기 위해 매일 과배란 유도를 위한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하고, 호르몬의 혈중농도를 검사 받기 위해 일정시간 간격으로 혈액을 채취 당해야 한다. 호르몬이 투여된 지 일주일 후, 난자가 잘 자라고 있는 가를 보기 위해 매일 생식기를 통한 초음파 검사를 감수해야 하고, 난자 채취를 위한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되면 약물이나 국소 마취를 한 상태에서 배란 직전의 난자를 난포 상태로 양쪽 난소에서 흡입 채취한다. 난자를 채취 당한 여성은 부작용을 겪기도 하는데, 이런 부작용은 황우석 논란이 있기 이전에는 불임클리닉의 왕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더욱이 한국에선 난자채취와 여성건강에 관련한 아무런 집계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2005년 6월 30일 영국 BBC 방송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난자채취시술에 따른 치명적인 위험은 난소과잉자극증상(OHSS)이다. 이는 과배란 유도 주사약물 때문에 발생하는데, 난소 자극을 받은 여성의 20%까지는 호르몬 균형을 회복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복부팽창과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을 경험하지만, 1%의 여성들은 죽음에 이를 만큼 심각한 증상을 겪게 된다. 여성 호르몬 과다로 인한 전신 모세혈관의 투과성 증가로 체액저류가 일어나 몸이 붓고, 배와 폐에 물이 차고, 혈액응고장애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난자채취 과정에서 감염으로 인해 난소암이나 불임에 이를 수도 있다. 현재까지 영국에서 OHSS로 인해서 사망에 이른 여성은 5명이다. 노성일 이사장은 11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난자기증자와 난자매매 여성에게 전문간호사를 통해 그 위험성을 충분히 상담했다고 했지만, 아직 한국에서 죽은 경우는 없었다며 여성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치부했다. 노성일 이사장이 발언은 한국의료계의 여성의 몸에 대한 도구적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PD수첩에서 인공임신시술을 경험한 한 여성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로 기억하고, 미즈메디 병원에서 난자 채취를 한 여성은 자신의 우울증이 시술의 부작용인지도 알고 있지 못했다. 이는 여성의 임신과 출산능력에 관한 과학과 의료기술의 개입은 강화된 반면, 여성 자신의 몸에 대한 지식과 통제력은 약화되는 배아줄기세포연구의 현실을 반증한다.
또한 민주노동당 2005년 10월 27일 정책논평에 따르면 현재 배아줄기세포연구에 소요되는 배아와 난자의 현황을 국정감사자료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 등을 분석한 결과 2005년 현재까지 계획 중인 배아는 2,845개이며 난자는 727개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 배아와 난자의 제공기관이 마리아 병원, 차병원, 미즈메디 병원 등 국내 유수의 불임클리닉병원들이라는 것이다. 이는 배아줄기세포연구와 불임클리닉병원들 사이에는 일종의 커넥션이 형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노성일 이사장이 2005년 논문의 제2저자로 등록된 것은 배아줄기세포 추출 과정에 중요한 기술인 줄기세포배양 기술 때문인데, 이 역시 불임클리닉과정에서 얻게 된 기술이고, 불임클리닉에서 임신가능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시술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난자를 채취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왜 노성일 이사장이 황우석 사단에서 난자공급을 책임지게 되었겠는가. 불임시술을 받는 여성들은 얼마만큼의 난자가 채취되는지 알 수가 없고, 통제권은 의사에게 있다. 이런 의혹이 현실에 가까운 만큼 노성일 위원장은 난자매매를 시인하는 기자회견에서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불임여성의 난자와 불임치료를 위해 기증된 난자가 연구에 사용되지 않았음을 밝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한국에서 국제적으로 인간개체복제의 가능성에 대한 윤리적 논란 때문에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배아복제연구가 별다른 제재 없이 허용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명시적으로 배아복제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과 한국뿐이다. 2005년 1월 1일 시행된 생명윤리법에서 남은 배아를 5년이라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연구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잉여배아사용 제한이 있기 전까지 그동안 불임전문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여성들이 잉여 배아의 보관과 사용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경우는 없었다.
노무현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역시 이 과정에서 한 몫을 했다. 국제적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하는 국가는 한국, 영국, 중국, 싱가포르 이상 네 개 국가이다. 기업들은 이 연구의 실용가능성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는 반면, 정부는 재정지원을 포함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데 이는 ‘황우석 스캔들’의 파장을 키우는 원인이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가 금융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지식기반산업의 강국으로서 인프라구축은 제한적 재정 내에서 선별적 투자해야 하는데, 이는 ‘황우석 스케줄 효과’와 같이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줄기세포주 관련 벤처산업과 관련 제약회사의 주식은 연구 실용가능성과 상관없이 급변하고 있다.
이 연구가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보자. 황우석팀의 2005년 논문은 환자의 체세포 핵 이식을 통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함으로써 난치병 치료를 실용화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는 한국의 배아 줄기세포 추출 연구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데 불임병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냉동 잉여 배아를 사용하는 데서, 복제배아와 줄기세포 생산을 목적으로 직접 여성들로부터 기증 받은 난자를 이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사실 가수 강원래의 경우처럼 사고로 인한 ‘후천적’ 환자들에 대해서는 현재 임상시험 2상에 진입해 있는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훨씬 더 앞서가고 있음에도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기대는 부풀려져있다. 이는 난자채취시술의 위험성이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현실에서 더 많은 젊은 여성들이 난자기증을 강요받아야 하고, 한편으론 이런 연구방식의 편향은 난자에 대한 대대적 수요를 채우기 위한 난자거래 시장을 확대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난자를 자원으로 생각해 상품화하려는 여성들의 등장을 낳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성차별주의와 재생산기술을 중심으로 한 여성 육체에 대한 국가기관의 통제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은 계급, 인종,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피임과 낙태기술은 여성에게 재생산과 분리된 ‘성적 자유’를 주었고, 산전 관리기술과 출산기술, 임신 보조기술은 안전한 출산과 여성의 출산 통제를 가능하게 하고 여성의 ‘선택’을 넓혔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피임기술이 도입되고, 낙태금지가 사문화된 것은 1960-70년대 인구통제정책인 국가주도의 가족계획으로 이루어졌다. 국가의 출산억제정책은 출산횟수를 통제하고자 한 여성들의 욕구와 결합해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여성들은 아이를 덜 낳게 되었지만, 반드시 부부관계에서 (남자)아이를 낳아야 할 의무와 양육부담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광범위한 불임클리닉의 성행은 이러한 모습의 단면이다. 불임은 피임을 하지 않는 부부관계에서 1년 이내에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데, 이는 질병으로 간주돼 임신하지 못한 여성을 중심으로 의학적 치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여성의 재생산 능력에 대한 의료기술의 개입은 아이를 낳고 싶은 여성의 욕구로 정당화되지만, 여성과 출산능력의 고리는 강해지고 있다. 또한 황우석 연구는 정부재정지원을 받는 반면 임신과 출산은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는 사적영역이므로 1000만원에 이르는 불임클리닉시술은 보험적용조차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 과학계, 언론이 만들어 놓은 ‘황우석 신드롬’은 여성을 아이 낳는 자궁이나 난자제공자로 부문화․수단화해서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며, 이를 더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국익과 민중의 건강권은 양립할 수 없다

황우석 연구가 가져다 줄 ‘국익’의 실체는 무엇인가.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질병치료가 실용화‘되면’ 형성될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세계시장은 민중의 삶이나 건강과 전혀 상관이 없다. 2004년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황우석 연구 기술을 특허로 등록해야 한다는 발빠른 움직임이 있었는데, 여성신체의 도구화와 민중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기술의 특허권은 이미 ‘황우석 사단’의 수중에 있다. 더구나 특허등록과 특허로 이익을 산출할 수 있는 치료기술의 실용화하기 위해선 초국적 제약회사나 상업화된 의료시장과 손잡게 될 것이다. 즉 배아줄기세포 치료기술은 독점적 지위로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가난한 난치병환자들에겐 점점 아득해질 그림의 떡일 뿐이다. 새로운 진단 및 수술 기술, 생명공학의 발전, 기적의 신약 개발 등 질병의 발견과 치료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는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킬 거라 기대되었지만 전 세계 민중의 건강 수준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선진국의 일부 소수의 사람들은 혁신적인 의료 진보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개발도상국 민중은 아직까지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 속에서 자신의 삶을 유린당하고 있다. 부국과 빈국의 건강상태의 양극화, 그것은 세계화에 따른 불평등의 뚜렷한 지표이다. 가깝게는 2001년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사례와 같이 백혈병 환자들은 혁신적 치료제가 있어도 한 달에 400만원에 이르는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 치료를 포기해야 했다. 이런 상황을 ‘특허로 인한 살인’이라 부른다. 이렇듯 현재 국익은 난치병 치료나 민중의 건강권과 양립할 수 없다.
더구나 ‘황우석 사단’의 핵심 3인방인 황우석 교수, 노성일 이사장, 박기영 보좌관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 9월말에 구성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의료를 좀 더 ‘산업’적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의논하는 곳이다. 이 위원회는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추진하고 민간의료보험을 더 많이 활성화시켜서 돈 있는 사람들이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보험료를 낼 수 없어 기초적인 의료서비스 접근조차 제한되고 있는 민중의 현실을 고려할 때, ‘황우석 사단’의 연구는 난치병 치료를 수사화한 부자를 위한 연구임이 분명하다.

‘황우석 논란’의 위험성
-여성의 권리와 민중의 건강권을 중심으로


‘황우석 논란’에서 보이는 진정한 위험성은 여성의 육체나 여성신체의 부분적 기능을 국익과 난치병 치료와 같은 다른 목적을 위해 쉽게 수단화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난자를 이용한 황우석 연구가 여성의 건강과 여성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한 문제제기는 쉽게 묻혀버리거나 무시된다. “어차피 ‘버려질’ 난자 몇 개 주는 것 가지고…”라며, 난자를 제공해야 할 여성의 경험과 몸을 비가시적이게 만든다. 언젠가 사회는 여성에게 난자기증을 넘어 핵 치환된 배아를 배양할 자궁을 대여하라고 요구할 지도 모른다. 배아복제연구는 인간복제보다 덜 윤리적 논쟁을 낳기 때문에 시작되었다. 사회가 여성의 육체를 수단화하고 여성의 권리 침해를 쉽게 용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SF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인간개체를 ‘치료용’으로 복제하는 것을 쉽게 허용하게 되지 않겠는가. 생명과학기술은 치료와 예방 그리고 복지라는 이름으로 우리 몸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하지만 장시간, 저임금, 불안정 고용으로 침해된 민중의 건강권은 특허권의 장막에 둘러쌓여 상업화될 황우석 사단의 배우줄기세포 연구에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여성의 육체와 민중의 건강권이라는 관점에서 황우석 사단의 연구가 무엇을 담보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를 엄밀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주제어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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