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8호 | 2000.04.25
첨부파일
social38.hwp

삼성 해외매각과 대우차노조 공권력투입 그리고 여야 영수회담 -- 상생(相生)의 정치 = 노동자 죽이기 정치 --

편집부
1. 삼성차 매각의 진실

삼성차가 5억6천만달러(약 6천2백억원)에 르노로 넘어갔다. 자산가치가 1조2천억원 정도, 투자금액이 5조원이 넘는다고 봤을 때, 이 가격은 세일가격을 넘어서 공짜라고 보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게다가 삼성차 채권단은 대금지불기간과 지불방식에서도 엄청난 선심 조치를 베풀었다. 6천2백억원 가운데 1천1백억원만 현금으로 받고, 부채 2천3백30억원은 10년간 무이자로 나눠서 상환하고, 이 또한 르노가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1년씩 지급을 연기할 수 있다. 그야말로 부채를 무기한, 무제한적으로 연기해준 것이다. 4백40억원은 채권단이 새롭게 신설되는 이 법인에 출자전환하는 형식인데, 여기에도 역시 5년 후 르노가 되살 수 있다는 콜옵션이 붙어 있다. 장사가 안되면 부채도 무기한 연기해주고, 채권단은 이자 한푼 못받고 지분을 넘겨준다는 결론이다. 결국 삼성차는 르노가 70% 지분을 가지고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며, 삼성은 19.9%로 판매와 애프터서비스를, 나머지 10%는 채권단이 가지는 것으로 결론을 맺게 된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채권단)들이 이러한 가공할 특혜 조치를 제시한 이유는 르노라는 초국적자본에 빌붙어 안정적인 이윤과 일정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부실화의 비용을 최대한 사회적 부담으로 전가시키면서 자신들의 몫(이윤과 지분)은 초국적자본에게 빌붙어서 확보하려는 것이 삼성차 매각의 진실인 것이다. 이들에게 국민경제의 안정과 균형적 발전, 노동자의 고용 창출과 안정이란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것으로 이윤과 지분 확보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파괴하고 해체시켜야 하는 것일 뿐이다. 이것이 진실이며, 삼성차 바겐세일에 깔려있는 의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자동차 매각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태도는 당당하다. 르노의 인수로 부산경제가 살아나고,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빛좋은 개살구같은 소리일뿐이다. 우선 삼성차 매각이 신규고용창출에 기여한다는 주장을 보자. 현재 삼성차는 운영에 필요한 최소인력 2100명만이 남아있을 뿐, 연구·개발(R&D), 영업, 기획, 관리 분야는 거의 없는 상태다. 만약 공표한 계획대로 르노가 SM5를 연간 5만대 규모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0명, 최대 5000명까지의 신규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르노의 인수때문이라기보다는 멈춰진 공장을 재가동시키는데 필요한 조치와 그 효과들일뿐이다. 즉 총고용의 숫자가 회복되더라도 개별 노동자들이 겪었던 그동안의 희생이 복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르노의 사업이 성공하여 개별노동자의 희생을 상회하는 총고용의 증가로서 상쇄하는 경우를 상정해보더라고 결과는 변하지않는다. 시장과 고용의 구조적 환경이 변화됨으로써 발생할 국민경제적 위험과 노동자들의 희생이 그 상쇄분을 다시 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주장은 참으로 궁색하기 그지없다. 선진자본-기술과 경영비법이 도입되어 국내 자동차 산업과 시장은 마침내 경쟁력있는 세계시장으로 발전할 기회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의미있는 기회일 수 있다? 이것이 국내자동차산업의 하청기지화나 종속화라는 명약관아한 진실앞에선 그들의 대답이다. 그러나 국내 자동자산업의 재편에 개입하하고자하는 초국적 자본들의 목적과 의도는 전혀 다른곳에 있다. 그리고 정부와 채권단은 이것을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다. 대우차나 현대차 노동조합이 삼성차의 해외매각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가 현대 정주영일가의 삼성차 해외매각과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이유가 또 여기에 있다.

2. 초국적자본의 전략적 목적와 의도

모든 산업 부문의 과잉경쟁은 과잉생산을 필연화한다. 이러한 과잉경쟁의 위기를 자본은 M&A를 통한 몸집불리기와 독점화를 통해 돌파하고자 한다. 인수합병이든 전략적 제휴이든 M&A는 필연적으로 배제를 동반할 수 밖에 없으며, 이들 배제된 자들은 생산과 시장의 영역에서 퇴출을 강요받는다. 자동차시장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자동차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인수합병의 논리는 연간 생산능력 400만대 이상을 생존의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를 뛰어넘지 못하는 규모의 자동차기업은 거대기업의 종속, 하청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절대적 규범으로 강요하고 있다. 이것은 전세계 자동차시장을 분할 지배하고자 하는 초국적자본의 지배전략이자 행동규범이며,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의 국가를 협박하고 국민경제를 재편하려는 지배의 논리인 것이다. 890만대 규모의 GM이나 800만대의 포드에게 현재의 자동차시장은 안정적인 위치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생산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전세계적 차원에서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시장인 것이다. 이들에게 삼성차, 특히 대우차는 아시아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강력한 교두보를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290만대 규모의 현대가 갖고 있는 전략도 해외매각 반대라는 애국주의의 논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자본(다임러크라이슬러)과의 연대를 통해 내수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유지하면서 국제시장으로의 강력한 진출을 위한 조건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초국적자본의 합종연횡을 살펴보면, GM은 피아트와 지분교환을 통해 자본제휴를 맺었고,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현대차 지분의 5%를 가지고 있는, 미쓰비시의 경영권을 '사실상' 인수했다. 이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최근 현대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것임을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에게는 현대의 대우차 인수를 지원한다면 최소의 비용으로 4백만대 규모의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이다. 현재 삼성차 인수의 이면에는 현안으로 부각된 대우차 인수를 위한 초국적자본의 인수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우차 매각의 불은 당겨질 것이며 이는 'GM-피아트, 포드, 다임러-현대'의 치열하고 살벌한 각축장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초국적자본의 목표는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이자, 전세계적 생산 체계의 하청기지이자 부품기지로서 대우차와 삼성차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필요에 의한 것은 필요의 소멸에 의해 해체될 수 밖에 없다. 초국적자본에게 한국의 자동차기업은 필요할 때 인수하고, 필요없을 때 매각, 해체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에 다름아니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 그것은 자신의 생존권을 좌우하는 문제이며, 한국의 경제구조를 파괴하거나 종속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 여야 영수회담, 그 뒤를 이은 대우차노조 탄압

삼성차 매각의 성사가 대우차 매각의 행보를 규정하고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이 불행히도 적중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여야 영수회담이 끝나자마자, 대우차노조를 비롯한 자동차공대위에 대한 전면적 탄압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여야협력을 통해 상생의 정치를 실천하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 여야 협력관계'라는 번지르러한 수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대우차노조와 완성차 4사 노조를 침탈하여 지도부를 연행 구속하고, 철도노조 민주화를 위한 처절한 투쟁을 철도청이 앞장서서 탄압하고, 협동조합 개악을 반대하는 축협노조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의보통합에 대한 노·노갈등을 부추키면서 민주개혁의 과제를 희석시키려는 것이 상생의 정치의 본질인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국가적 중대사 앞에서는 모든 국민이 단결해야 하고, 여야의 정치적 관계도 협력관계로 가야 하며, 노사간의 갈등도 이제는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대중정권이 주장하는 상생의 정치인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는 그것이 무엇이든 집단이기주의이며, 이것은 공권력의 엄정한 집행을 통해 진압되어야 할 반(反)국민적 행위라는 것이 김대중정권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상생의 정치가 보수정치세력과 자본의 추악한 연합이며, 노동자죽이기를 위한 전략적 제휴에 다름아니라고 규정한다. 김대중정권하에서 응축되어온 수많은 문제들, 공기업 민영화와 해외매각, 투자협정을 통한 종속의 심화, 농민들의 이해와 민주적 요구를 외면해온 협동조합 개악,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한 고용불안의 심화와 실업의 구조화, 최소한의 생존조차 파괴하는 강제철거, 교육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대학을 사기업화시키고 있는 교육정책 등에 대한 노동자와 민중들의 저항이 서서히 확산되고 투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민중적 과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김대중정권은 남북정상회담을 빌미로, 국민적 통합과 상생의 정치라는 미명으로, 노동자와 민중들에게 침묵과 굴종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파시즘이, 전체주의적 독재가 지나간 과거의 일이며, 이제는 현실화될 수 없는 것이라는 하나의 편견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여야 영수회담, 그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 민중투쟁에 대한 강력하고 탄압과 억압, 이데올로기적인 담론들에서 하나의 징후를 보고 있다.
주제어
경제 노동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