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5호 | 2006.04.15
미등록 이주자의 범죄화에 맞서 인권을 제한 없이 옹호하자
미국 이민개혁의 쟁점과 우리의 자세
“어떤 인간도 불법이 아니다”
거주의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름도, 권리도 없이 온갖 궂은일을 도맡으며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이주자들이 미국의 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이번 투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작년 12월 16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센센브레너 법안”이었다. 이 법안은 미등록 이주자(소위 ‘불법 이민자’)들을 범죄자이자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있다. 불법고용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들의 신분이 합법적인지 확인하는 것을 미국내 고용주들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 징수는 물론 형사상 처벌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미등록 이주자들을 중범죄자로 규정해 무조건 구금하고 신속하게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들을 보호하는 행위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에 700마일의 장벽을 쌓고 국경감시를 위해 첨단장비와 인력을 확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간을 ‘무자격-무권리’의 상태로 내몰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센센브레너 법안은 열악한 노동환경, 심각한 인권의 박탈과 차별을 겪고 있는 이주자들, 특히 미등록 이주자들의 누적된 불만에 불을 붙였다. 미국 내 미등록 이주자의 수는 2005년 현재 1,110만 명으로 이는 미국 내 전체 외국출신 인구의 30%에 해당한다. 89년에는 250만에 불과했지만 매년 50만 명 이상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들은 농업, 건설업, 호텔이나 레스토랑 서빙업, 청소업 등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의 대부분을 도맡으며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97년 클린턴 정부에 의해 임산부를 제외한 모든 미등록 이주자들의 복지혜택이 박탈되는 등 이들의 사회적 권리는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다.
미등록 이주자의 급격한 증가는 주변부에서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신자유주의 개혁의 결과다. 심각한 경기침체는 많은 이들을 조금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 국가로 내몰고 있다. 반대로 중심부 국가에서는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하층 일자리를 담당할 이주노동자들을 필요로 했다. 이와 동시에 이민에 대한 이들 국가의 통제는 더욱 강화되었다. 지배세력들은 이주자들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활용하여 사회적 불평등과 생활조건의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을 은폐하려 했다. 미국의 경우 합법이민을 위한 심사는 더욱 엄격해졌고 그 결과 미등록 이주자의 수는 더욱 늘어갔다.
저임금 노동력에 대한 수요와 인구통제의 딜레마
미등록 이주자들의 수가 너무 많아지자 지배세력은 이민개혁을 시도하게 된다. 부시 정부는 새로운 단기 노동 비자를 도입하여 저렴하고 통제가 쉬운 노동력에 대한 자본의 수요를 충족하되 이에 참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미국 사회에 장기 체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임시 노동자 프로그램’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해 자유주의자들과 이주자들은 이주자들의 영주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비판하며 영주권 취득이 보장되는 합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보수주의자들은 미등록 이주자의 숫자만 더 늘릴 뿐이라며 단속의 강화와 즉각적인 추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부시의 이민개혁은 지지부진해 졌다.
그런데 2006년 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 이민문제의 해결을 늦출 수 없게 되자, 부시정부는 보수주의자의 요구를 수용하여 2005년 11월 ‘이민 개혁을 통한 국가 안보’ 전략을 발표한다. 이 전략은 이민개혁의 일차적인 목표가 국경안보의 강화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국경지대에서 입국관리의 강화와 사업장 차원에서 미등록 이주자들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우선적인 과제로 제시하였다. 새로운 전략의 발표 이후 하원에서는 센센브레너가 주도한 “국경보호, 반테러, 불법이민 통제법 2005”가 통과되고 상원에는 유사한 내용의 “프리스트 법안”이 상정된다. 그러나 센센브레너 법안에 대한 반대 시위가 격해지자 상원에서는 미등록 이주자의 합법적 체류기간을 연장하고 영주권 취득의 기회를 부여하는 여러 수정법안이 제출된다. 장기간의 법안 조정 끝에 2006년 4월 6일 민주-공화 양 당은 센센브레너 법안의 미등록 이주자 및 조력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삭제하고 불법이민자를 체류기간을 기준으로 세 부류로 나누어 차등적으로 합법화를 하는 내용을 담은 합의안을 만들지만 바로 다음 날 부결된다.
현재까지 제시된 미등록 이주자 문제의 해결 방안은 임시 취업 신분으로 합법화하고 영주권 취득의 기회를 주는 방안, 우선 합법화하고 귀국시키는 방안 아니면 즉각 추방하는 방안의 세 가지이다. 이 세 방안 모두 여론에서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경합하고 있는 상태여서 당분간 이민법의 개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부시 정부는 물론 미국 정치세력 모두 저임금 노동력에 대한 자본의 수요와 인구의 통제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신자유주의의 해법 : 이주자의 범죄화와 행정적-경찰적 접근의 강화
그런데 민주-공화 양 당, 사면파와 추방파 사이에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는 것과 달리 부시가 이민개혁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한 국경안보의 강화, 사업장에서의 단속과 노동력 통제의 강화에 대해서는 일정한 합의가 형성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상원에서 부결된 최종 합의안에는 고용주가 이민노동자 고용시 합법적 취업 신분을 확인할 의무 부여와 이를 위한 노동자들의 생체정보가 입력된 ID 카드의 도입,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 설치와 감시병력 강화, 그리고 강제구금 시설 확충과 단속된 미등록 이민자의 구금과 신속한 추방 등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미등록 이주자를 중범죄자로 규정하는 조항은 삭제되었지만 이주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고 형사적 성격의 처벌과 행정적-경찰적 통제를 강화하는 기본 방향은 여전히 건재하다.
미국의 이주자운동이 합법화라는 당장의 성과에 눈이 멀어 지배세력의 이러한 합의를 용인한다면 더욱 커다란 위험을 불러 올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사회적 불평등과 배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각 국의 지배세력은 불평등과 배제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갈등을 범죄화하고 행정적-경찰적 통제를 강화하여 이를 억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의 결말이 무엇인지 우리는 최근 프랑스 방리유의 비극적인 소요사태에서 확인하지 않았던가?
사회운동의 힘으로 지배세력의 위험한 합의를 깨뜨려야 한다
미국의 이주자운동은 3월 25일, 4월 10일 대규모 집회에서 분출된 힘을 5월 1일 “2006 위대한 미국인의 보이콧: 이민자 없는 날”로 집중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등록 이주자들의 전면적인 합법화와 인권의 전면적인 쟁취를 위해 파업과 수업거부, 상품의 판매와 구매의 거부 등 모든 사회적 활동을 중단하는 투쟁을 준비 중이다.
현재의 이주자운동에는 다양한 세력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주자들의 공동체, 인권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정치단체 등 다양한 층위의 집단들이 있고, 정치적 입장에 있어서도 자유주의자에서 반제국주의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 운동이 미등록 이주자들의 일부 합법화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이주자들의 인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운동으로 나아갈 것인지 혹은 각종 선거 국면에 휩쓸려 특정 정당의 지지세력 혹은 압력집단으로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미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운동으로 성장할 것인지는 모두 열려진 문제다. 당장에는 민주-공화 양 당의 위험한 거래와 합의에 현혹되지 않고 미등록 이주자들의 완전한 합법화와 행정적-경찰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막아 낼 수 있는지가 이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미등록 이주자의 문제는 비단 미국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도 30만이 넘는 미등록 이주자가 존재하고 있고 이들에 대한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단속과 추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민법 개정을 다루는 한국의 많은 언론들은 미국에 존재하는 한국계 미등록 이주자들의 힘겨운 삶에 동정을 보내고 이들의 투쟁에 갈채를 보낼 뿐 한국 내에 존재하는 미등록 이주자들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민법 개악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한국계 이민단체의 다음과 같은 고백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뉴욕 청년학교의 한 활동가는 민중언론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1992년 4.29 나성 사태(소위 LA 흑인 폭동)를 거치며 ‘이 때까지 모범 이민자 집단의 허상에 안주하며 타 소수민족과의 연대에 소홀하고 미국사회에 대한 비판의식 없이 살아오던 동포 사회’가 커다란 자각을 하고 이주자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미국 이민법 개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돌아 볼 곳은 바로 우리 옆의 이주노동자들이다.
거주의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름도, 권리도 없이 온갖 궂은일을 도맡으며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이주자들이 미국의 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이번 투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작년 12월 16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센센브레너 법안”이었다. 이 법안은 미등록 이주자(소위 ‘불법 이민자’)들을 범죄자이자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있다. 불법고용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들의 신분이 합법적인지 확인하는 것을 미국내 고용주들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 징수는 물론 형사상 처벌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미등록 이주자들을 중범죄자로 규정해 무조건 구금하고 신속하게 추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들을 보호하는 행위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에 700마일의 장벽을 쌓고 국경감시를 위해 첨단장비와 인력을 확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간을 ‘무자격-무권리’의 상태로 내몰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센센브레너 법안은 열악한 노동환경, 심각한 인권의 박탈과 차별을 겪고 있는 이주자들, 특히 미등록 이주자들의 누적된 불만에 불을 붙였다. 미국 내 미등록 이주자의 수는 2005년 현재 1,110만 명으로 이는 미국 내 전체 외국출신 인구의 30%에 해당한다. 89년에는 250만에 불과했지만 매년 50만 명 이상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들은 농업, 건설업, 호텔이나 레스토랑 서빙업, 청소업 등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의 대부분을 도맡으며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97년 클린턴 정부에 의해 임산부를 제외한 모든 미등록 이주자들의 복지혜택이 박탈되는 등 이들의 사회적 권리는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다.
미등록 이주자의 급격한 증가는 주변부에서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와 신자유주의 개혁의 결과다. 심각한 경기침체는 많은 이들을 조금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미국을 비롯한 중심부 국가로 내몰고 있다. 반대로 중심부 국가에서는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하층 일자리를 담당할 이주노동자들을 필요로 했다. 이와 동시에 이민에 대한 이들 국가의 통제는 더욱 강화되었다. 지배세력들은 이주자들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활용하여 사회적 불평등과 생활조건의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을 은폐하려 했다. 미국의 경우 합법이민을 위한 심사는 더욱 엄격해졌고 그 결과 미등록 이주자의 수는 더욱 늘어갔다.
저임금 노동력에 대한 수요와 인구통제의 딜레마
미등록 이주자들의 수가 너무 많아지자 지배세력은 이민개혁을 시도하게 된다. 부시 정부는 새로운 단기 노동 비자를 도입하여 저렴하고 통제가 쉬운 노동력에 대한 자본의 수요를 충족하되 이에 참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미국 사회에 장기 체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임시 노동자 프로그램’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해 자유주의자들과 이주자들은 이주자들의 영주권 취득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비판하며 영주권 취득이 보장되는 합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보수주의자들은 미등록 이주자의 숫자만 더 늘릴 뿐이라며 단속의 강화와 즉각적인 추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부시의 이민개혁은 지지부진해 졌다.
그런데 2006년 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 이민문제의 해결을 늦출 수 없게 되자, 부시정부는 보수주의자의 요구를 수용하여 2005년 11월 ‘이민 개혁을 통한 국가 안보’ 전략을 발표한다. 이 전략은 이민개혁의 일차적인 목표가 국경안보의 강화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국경지대에서 입국관리의 강화와 사업장 차원에서 미등록 이주자들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우선적인 과제로 제시하였다. 새로운 전략의 발표 이후 하원에서는 센센브레너가 주도한 “국경보호, 반테러, 불법이민 통제법 2005”가 통과되고 상원에는 유사한 내용의 “프리스트 법안”이 상정된다. 그러나 센센브레너 법안에 대한 반대 시위가 격해지자 상원에서는 미등록 이주자의 합법적 체류기간을 연장하고 영주권 취득의 기회를 부여하는 여러 수정법안이 제출된다. 장기간의 법안 조정 끝에 2006년 4월 6일 민주-공화 양 당은 센센브레너 법안의 미등록 이주자 및 조력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삭제하고 불법이민자를 체류기간을 기준으로 세 부류로 나누어 차등적으로 합법화를 하는 내용을 담은 합의안을 만들지만 바로 다음 날 부결된다.
현재까지 제시된 미등록 이주자 문제의 해결 방안은 임시 취업 신분으로 합법화하고 영주권 취득의 기회를 주는 방안, 우선 합법화하고 귀국시키는 방안 아니면 즉각 추방하는 방안의 세 가지이다. 이 세 방안 모두 여론에서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경합하고 있는 상태여서 당분간 이민법의 개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부시 정부는 물론 미국 정치세력 모두 저임금 노동력에 대한 자본의 수요와 인구의 통제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신자유주의의 해법 : 이주자의 범죄화와 행정적-경찰적 접근의 강화
그런데 민주-공화 양 당, 사면파와 추방파 사이에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는 것과 달리 부시가 이민개혁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한 국경안보의 강화, 사업장에서의 단속과 노동력 통제의 강화에 대해서는 일정한 합의가 형성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상원에서 부결된 최종 합의안에는 고용주가 이민노동자 고용시 합법적 취업 신분을 확인할 의무 부여와 이를 위한 노동자들의 생체정보가 입력된 ID 카드의 도입,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 설치와 감시병력 강화, 그리고 강제구금 시설 확충과 단속된 미등록 이민자의 구금과 신속한 추방 등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미등록 이주자를 중범죄자로 규정하는 조항은 삭제되었지만 이주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고 형사적 성격의 처벌과 행정적-경찰적 통제를 강화하는 기본 방향은 여전히 건재하다.
미국의 이주자운동이 합법화라는 당장의 성과에 눈이 멀어 지배세력의 이러한 합의를 용인한다면 더욱 커다란 위험을 불러 올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사회적 불평등과 배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각 국의 지배세력은 불평등과 배제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갈등을 범죄화하고 행정적-경찰적 통제를 강화하여 이를 억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의 결말이 무엇인지 우리는 최근 프랑스 방리유의 비극적인 소요사태에서 확인하지 않았던가?
사회운동의 힘으로 지배세력의 위험한 합의를 깨뜨려야 한다
미국의 이주자운동은 3월 25일, 4월 10일 대규모 집회에서 분출된 힘을 5월 1일 “2006 위대한 미국인의 보이콧: 이민자 없는 날”로 집중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등록 이주자들의 전면적인 합법화와 인권의 전면적인 쟁취를 위해 파업과 수업거부, 상품의 판매와 구매의 거부 등 모든 사회적 활동을 중단하는 투쟁을 준비 중이다.
현재의 이주자운동에는 다양한 세력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주자들의 공동체, 인권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정치단체 등 다양한 층위의 집단들이 있고, 정치적 입장에 있어서도 자유주의자에서 반제국주의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 운동이 미등록 이주자들의 일부 합법화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이주자들의 인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운동으로 나아갈 것인지 혹은 각종 선거 국면에 휩쓸려 특정 정당의 지지세력 혹은 압력집단으로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미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회운동으로 성장할 것인지는 모두 열려진 문제다. 당장에는 민주-공화 양 당의 위험한 거래와 합의에 현혹되지 않고 미등록 이주자들의 완전한 합법화와 행정적-경찰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막아 낼 수 있는지가 이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미등록 이주자의 문제는 비단 미국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도 30만이 넘는 미등록 이주자가 존재하고 있고 이들에 대한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단속과 추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민법 개정을 다루는 한국의 많은 언론들은 미국에 존재하는 한국계 미등록 이주자들의 힘겨운 삶에 동정을 보내고 이들의 투쟁에 갈채를 보낼 뿐 한국 내에 존재하는 미등록 이주자들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민법 개악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한국계 이민단체의 다음과 같은 고백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뉴욕 청년학교의 한 활동가는 민중언론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1992년 4.29 나성 사태(소위 LA 흑인 폭동)를 거치며 ‘이 때까지 모범 이민자 집단의 허상에 안주하며 타 소수민족과의 연대에 소홀하고 미국사회에 대한 비판의식 없이 살아오던 동포 사회’가 커다란 자각을 하고 이주자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미국 이민법 개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돌아 볼 곳은 바로 우리 옆의 이주노동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