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평택특별판-310호 | 2006.05.12

광주민중항쟁의 역사는 평택항쟁으로 이어진다

송한수|평등과 연대를 위한 민중행동


반복되어온 폭력과 학살의 역사, 평택에서 재현되다

역사상 지배계급의 반동은 거의 예외 없이 철저한 사전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중요한 국면전환의 시기에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대중의 저항을 촉발시켜, 이를 반동적 공세의 계기로 삼는다. 그리고 가장 급진적이고 저항적인 분파나 지역을 고립시키고 극단적인 폭력을 가함으로써 전반적인 저항의 의지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1980년 신군부는 5월 이전부터 이미 학살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과 준비를 마련하고 있었다. 작전개시의 시점은 10.26사태 이후의 대중투쟁이 ‘단계적 투쟁론’을 근거로 일시적으로 소강된 시기였고, 신군부는 ‘광주’라는 특정 지역을 철저하게 고립시키고 학살을 자행하여 공권력의 위력을 과시함으로써 대중들의 봉기 가능성을 제거했다.
5.18 이후에도 이러한 방식은 비록 광주학살에 비해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수차례 반복되었다. 노무현 정권도 부산 APEC 반대 투쟁, 쌀개방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투쟁,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등, 신자유주의가 필연적으로 초래할 수밖에 없는 민중의 저항에 대해 중요한 순간마다 무자비한 공권력을 동원해왔다. 그 과정에서 2명의 농민열사가 경찰폭력으로 사망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2006년 5월의 평택에서는 ‘군대투입’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수단을 통해 광주의 비극이 또다시 재현되고 있다.
국방부는 5월4일 대추리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를 취하기 전에 협상을 통해 유화국면을 조성하는 척했다. 그러나 뒤로는 군대주둔을 위한 사전훈련까지 마쳤고, 협상무산을 신호로 그 책임을 대책위에게 떠넘기며 군경합동작전을 통해 인정사정없는 폭력을 행사하고, 황새울 벌판을 철조망으로 봉쇄했다.
지금의 평택이 과거의 광주와 다른 점이 있다면 80년 광주의 ‘화려한 휴가’는 완결되고 총체적인 지배계급의 작전이었던 반면, 2006년 5월 ‘여명의 황새울’은 아직까지는 완결되지 못한, 미군기지 확장을 위한 한 단계에 국한된 작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80년 당시 국면이 지배계급에게 사활적이었듯이, 미국의 세계질서재편에 조응하여 정치적 군사적 재편을 이루어야할 2006년 현재의 국면 또한 사활적이기 때문에, 미군기지 확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총체적이고 완결적인 국가의 폭력과 학살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게다가 노무현 정권은 평화적인 문제해결의지가 전혀 없고, 시위대의 폭력을 부각시키면서 공권력 사용의 정당성과 확대사용을 주장하고 있으며, 보수반동세력은 공개적으로 국가폭력을 사용해야 한다며 연일 선동하고 있다. 이는 이 땅에 제2의 5.18의 비극이 또 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은 평택에서 되살아난다

518광주민중항쟁은 제국주의와 결탁한 국가주도의 자본축적으로 인한 불균등한 발전 속에서 생존의 근거를 빼앗기고,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했던 기층 민중들이 신군부에 맞서 최후까지 가장 비타협적인 투쟁을 벌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반제국주의, 반독점 자본의 지향을 내포한 민중항쟁이었다. 단지 지배세력은 이미 항쟁의 본질을 알고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던 반면, 항쟁주체들은 역사적 한계로 그러한 투쟁의 성격을 보편화하지 못했던 것뿐이다. 그러나 항쟁 이후 민중항쟁의 한계 혹은 패배의 요인에 대한 반성은 한국 민중운동의 보편적인 정치노선에 용해되었고, 이는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투쟁으로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민중의 투쟁과 더불어, 평택의 미군기지확장저지 투쟁은 피할 수 없는 대결의 지점이다. 미국은 한국에게 무리한 FTA 협상을 강요하고, 한미동맹의 재편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부담을 요구하면서 ‘미국에 대한 완전한 종속인가? 아니면 미국주도의 세계화에서 이탈할 것인가?’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무현은 적극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자 하며, 여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다. 미국은 현재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 전략, 전략적 유연성에 기반을 둔 한미군사동맹의 재편을 통해 중국, 러시아, 북한을 견제하는 동아시아 군사전략을 추진 중이고, 이에 대해서도 노무현 정권은 적극적으로 수용한 상태다. 그러나 한미 FTA의 체결과 전략적 유연성에 근거한 주한미군의 재편은 민중의 삶의 조건을 송두리째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위험 속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민중들은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 2006년 5월의 국면은 1980년 5월 국면이만큼이나 무겁다.
80년 5월의 이루지 못한 항쟁의 정신을 평택에서 되살려야 한다. 지난 25년의 투쟁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민중운동의 주체들이 형성되었고, 연대의 중요성을 체득해왔다. 뿐만 아니라, 민중운동의 주체들은 평택의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군사기지확장의 추상적인 본질까지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또한 무자비한 폭력을 감시하는 수많은 카메라와 인터넷망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그러나 반드시 이겨야할 싸움을 위해 다시 한 번 80년 5월의 정신을 가슴에 되새기자.
주제어
평화 민중생존권
태그
한미FTA 한국경제 한EUF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