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5호 | 2006.06.21
이라크 학살 만행은 미군의 핵심 전술이다
시작부터 학살전쟁이었던 이라크 전쟁
2005년 11월 19일 벌어진 하디타 학살이 대대적으로 폭로되자 미국과 그의 친구들이 바짝 긴장하였다.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미해병대가 도로매설폭탄으로 기습공격을 당하였고 이를 보복하기 위해 근처 마을의 집들을 샅샅이 뒤지며 이라크인들을 무차별 학살하였다. 미군 병사들이 부엌과 화장실에까지 수류탄을 집어넣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은 당시 상황의 참혹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하디타 학살 이외에도 2006년 들어서 밝혀진 비무장 이라크인에 대한 미군의 학살은 여러 차례 폭로되었다. 이러한 학살들에 대해 이라크에서 군복무를 하다 2006년 3월에 제대한 조디 카세이는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누구든 죽일 수 있다. 그것은 매우 쉽다. 심지어 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고 구멍을 파는 짓 따위도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였다. 미군은 자신이 원하는 누구든 테러 용의자라고 지목하여 사살할 권리를 부여받았다. 13만여 명의 살인면허소지자들이 이라크 땅을 활보하고 있다.
전쟁의 주요 효과 : 간접적 학살
전쟁이라는 커다란 틀 내에서의 여러 행위들은 그 행위 자체가 다른 효과들을 차례로 낳는다. 하디타 학살처럼 뉴스에 보도되는 직접적인 학살 이외에도 미군의 점령 정책과 각종 보복 수단, 그리고 이라크 내에서의 테러와의 전쟁 그 자체가 간접적인 학살들을 끊임없이 유발하는 것이다. 경제적 제재로 인한 생필품 공급의 어려움, 난민의 발생 및 이 난민들의 인간적 존엄성이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것, 각종 약탈-파괴-폭력 행위들, 종족-지역 간의 갈등 유발, 다양한 방식의 비공식 전투 행위들, 그리고 화학물질로 인한 식수와 토지의 오염 등이 이른바 전투행위의 ‘부수적 효과’로 따라온다.
그러나 오히려 간접적인 학살이 직접적인 학살에 비해 그 규모와 파괴력에서 훨씬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과연 ‘부수적 효과’로 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수많은 이라크인들이 미국의 점령 하에 간접적인 학살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간접적인 학살은 직접적인 공격을 당하는 것보다 일상 생활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오히려 간접적인 학살이 전쟁의 주요 효과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적인 학살은 절대 미디어에 주요 이슈로 등장하지 않는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벌이는 전쟁에서의 직접적인 학살은 인도적인 이유로 최대한 자제를 요청받는 반면, 간접적인 학살은 그 광범위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다. 간접적 학살이 전쟁의 부수적 효과 정도로 취급되면서 오히려 하디타 학살 등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게 되는 것이다. 마치 하디타 학살 전에는 이라크 민중들이 죽어나가지 않았다는 듯 말이다.
비열한 거짓말 : “깨끗한 전쟁”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이 주도하는 전쟁들에서는 공중폭격 전술이 주축을 이룬다. 이는 침략국가들의 병사들을 최대한 보호하는 반면 상대방의 전투력을 손쉽게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에서 벌어질 모든 위험들을 미국의 적대국에 그대로 전가하는 것이다. 미국과 그의 절친한 친구들은 착실하게 현대전의 수칙을 수행해 왔다. 자국 군인들의 위험도를 0으로 만들고 그 대신 교전 상대국의 민중들을 대공업적으로 학살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실제로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의 군인의 사망에 비해 상대국들의 사망자수는 수만 배에 달한다.
이러한 공중 폭격에 대해 미국은 자신의 기술력을 장담하며 정밀폭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라크의 현실을 보라. 뉴스 지면을 장식하는 오폭, 오폭, 오폭의 행진들 말이다. 오폭의 위험은 항시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저항세력을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전투 지역에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진 폭탄들을 들이붓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데이지 커터(Daisy Cutter)라는 폭탄을 쏟아 부었다. 데이지 커터는 문자 그대로 ‘작은 풀까지 태워버린다’는 뜻이다. 이는 기화폭탄의 일종으로 공중 폭발과 동시에 알루미늄 파편을 쏟아내고 반경 1Km 이내의 지역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해당 범위 내의 모든 생명체의 생명을 앗아간다. 1991년 걸프전쟁 당시 미군은 이 데이지 커터 11개를 투하해 개당 4500명의 이라크인을 학살했다. 말그대로 초토화했다. 그리고 부시 미국대통령이 앞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전술핵무기 역시 지하 벙커 파괴보다 지상에 미치는 파괴력이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애당초 미국의 전술적 목표는 비무장 이라크인들을 학살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던 것이며 그에 걸맞는 무기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이라크 팔루자에서 수없이 많은 이라크인들을 대공업적으로 학살해왔다.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이 주장하는 “깨끗한 전쟁”은 전쟁을 정당화하고자 한 비열한 거짓말에 불과했음이 판명된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을 때부터 이미 더럽기 그지없었고 그들이 동원한 전쟁방식은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참혹한 결과들을 낳고 있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학살들 : 초토화 전략
공중폭격의 위험 이외에도 지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형태의 학살들은 이미 이라크에서는 일상화되어 있는 일이다. 최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자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단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문제’ 등으로 한정지으려고 하지만 이것은 단지 미군 점령 정책의 시스템 상의 작은 문제들이 아니다. 즉 현재 부족한 몇 가지를 보완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일단 이라크에서 진행되는 각종 학살들이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라크 점령군의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병사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강력하게 ‘보복’할 것을 공식적으로 명령하였다. 그리고 사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되면 군수뇌부까지 나서 사태를 무마하려고 안간힘을 쓰곤 한다. 또한 학살의 책임은 보통 현장의 소대장, 부사관 등 최하급 지휘관이나 실제로 발포한 병사 1~2인에게만 전가된다. 베트남전에서 벌어진 미라이 학살에서도 동일한 방식이었다. 수백 명의 비무장 베트남인들을 48시간 동안 고문, 강간하면서 조직적으로 학살한 미라이 사건의 책임자로 단 한명의 최하급장교가 기소되어 수감되었으나 그마저도 겨우 하루 만에 대통령 특명으로 석방되었다. 또한 비슷한 예로 한국전쟁 당시 노근리 학살을 들 수 있다. 최근 공개된 무초 대사의 서한에서 드러났듯 노근리 학살은 일부 병사들이 일으킨 우연한 사건 혹은 전쟁 상황에서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사고가 아니라 이미 미군 수뇌부와 한국정부가 공식적으로 결정하여 매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자행된 것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라크에서 몇 년 간 진행되어온 학살들은 결코 우발적 사건 또는 일부 병사들의 단순한 판단 착오와 실수가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학살은 미국이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초토화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왜냐하면 애초에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 목적과 점령 정책의 목표들은 해당 지역을 초토화하는 방법 외에 더 좋은 방법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라크인들이 증언하고 있듯 미군은 저항세력을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무차별적으로 가택을 수색하고 아무나 잡아다가 구금하곤 한다. 게다가 팔루자의 예에서 보듯 지역 자체를 고립시키고 탱크와 전투기를 동원해 마을이나 도시를 폭격하는 행위는 사실상 섬멸작전을 수행한다. 미군들이 보기에 모든 민간인은 잠재적 테러리스트이며 한국전쟁, 베트남전쟁에서 수행했던 민간인 지역에 대한 포위 섬멸 작전을 그대로 지속하고 있다. 하디타 학살은 돌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 작전들의 한가운데에 위치한다. “민간인을 적으로 간주하라”,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하라”라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 지휘관들의 명령이 이라크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파병랭킹 3위’
이라크인들은 1991년에 벌어진 전쟁 후 10여 년 간 지속되었던 경제봉쇄로 인해 이미 간접적인 학살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2003년의 전면적인 침공 이후 다양한 측면에서의 학살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재건을 명분으로 한국의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지만, 자이툰 역시 미군의 학살 전술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전쟁 목표 자체가 학살을 동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 점령 정책 자체가 학살을 필연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으며 이미 미국이 심각하게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이유로 파병을 했던 국가들이 속속 철군을 결정하고 있고 이미 수많은 군대가 이라크를 떠났다.
2006년 3월 부시 미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09년 1월까지 미군이 이라크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 밝혔다. 참혹한 학살들이 앞으로 적어도 3년이나 더 지속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학살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미국이 진행 중인 테러와의 전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한 여전히 버티고 있는 미군과 영국군 등 점령군들이 즉시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절친한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한국의 자이툰 부대 역시 지금 당장 완전 철수해야 한다. 미국이 벌여놓은 학살 전쟁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있음을 보여주는 ‘파병 랭킹 3위’ 기록은 분명 한국인들이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