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9호 | 2000.05.02

기획 연재 - 불안정노동자 조직화 사례와 평가 2

편집부
(편집자주) 실업문제 연재는 지난호의 4회로 마감되었다. 이전에 약속했던 대로 '불안정노동자 조직화 사례와 평가' 기획연재를 1회에 이어 2회부터 기획연재한다.

◇ 불안정노동자 조직화 사례와 평가 2 ◇

1) 직접적 고용관계 속에서의 차별화의 경우 : 일용/임시/계약직 노동자, 시간제 노동자의 조직화

노조의 가입대상을 비정규직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쟁점이 된 사례

민주노총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노조규약이나 단체협약을 통해서 비정규직을 노조가입대상으로 포괄하고 있는 단위노조의 비율은 각각 10.8%와 10.1%로 나타났다. 반대로 규약과 단체협약에서 비정규직을 제외하고 있는 비율은 51.5%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단위 노조가 규약개정을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문호를 개방할 것을 2000년 방침으로 결정한 바 있지만, 실제 단위노조에서 규약변경안이 부결되는 경우가 많다. 즉 아직까지는 노조가 가입대상을 비정규직으로까지 확대하고 이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임시직, 계약직에 대한 자격부여의 경우와 비교하면 사내하청 및 용역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의 문호가 개방된 사례는 드물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

올 2월 29일, 전화가설, 한국통신에서 고장·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일용계약직 노동자들이 한국통신 내 계약직노동자 협의회를 결성하였다. 150만원에 달하던 임금이 98년부터 깎이기 시작해 현재는 85만원 선으로까지 삭감된 상황에서 협의회를 결성하였고, 3월 2일에는 한국통신 노조를 찾아가 37명의 조합 가입원서를 제출했다. 한국통신 노조 규약에 따르면 '...한국전기통신공사의 일용직도 가입하고자 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조는 이들의 노조가입원서를 반려했는데 그 이유가 계약직은 고용 보장이 어렵기 때문에 "만약 이들의 조합가입을 허용한 뒤 대량 해고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해고자 구제기금'을 노조 재정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3월 4일 50여 명의 일용계약직 노동자들이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행정관청에 노조설립신고를 했다. 노동부는 한국통신노조가 규약을 변경하지 않는 한 기업단위 복수노조이기 때문에 설립신고증을 내줄 수 없다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KBS 연봉계약직 노동조합

전원이 연봉계약직 노동자인 한국방송공사(KBS) TV제작운영부 소속 효과단원 10명은 올 3월 24일 'KBS 연봉계약직 노동조합'이란 이름의 노조를 결성하여, 29일 관할구청인 영등포구청으로부터 노조 설립신고 필증을 교부받았다. 상급단체는 한국노총의 공공서비스노련이다. 당초 이들 효과단원들은 98년 9월 KBS노조에 가입을 신청했으나, 1년 6개월여가 지나도록 가입여부에 대한 아무런 결과 통보를 받지 못하자 자체로 노조를 결성하기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 KBS 노조의 규약상엔 이들의 노조 가입이 아무런 하자가 없지만, 단체협약의 '3개월 이상의 연봉계약직 사원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는 제한규정에 묶여 최종 결정이 미뤄져온 것이다. 이와 관련, KBS노조의 한 간부는 "노조 입장에선 당연히 가입신청을 받아들였어야 하나, 단체협약 개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중앙위원회 소집 등 의결절차가 지연됐다"며 "현재로선 언론노련 방침대로 산별노조를 건설한 이후에야 연봉계약직 노동자들의 가입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부당해고자 원직복직 투쟁사례

98년 현대자동차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자 133명, 노조운영식당 여성 조합원 144명, 조합활동 관련 징계해고자 31명 발생했다. 99년 6월 초부터 정리해고자 생계대책위가 꾸려져 각종 재정마련활동을 벌이던 중, 99년 7월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과 만도기계 정리해고자 소송승리 등의 조건 속에서 생계대책위를 원직복직투쟁위원회로 전환하고 본관 정문 앞 천막농성 시작했다. 99년 8월 12일부터는 노조식당 여성 노동자 140여 명이 원직복직(직영화)를 요구하며 농성에 결합했다.
그런데 해고자 복직투쟁과정에서의 회사측의 탄압(고소고발, 손해배상)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을 노조에 요구하였으나 노조 집행부는 논의안 상정 자체를 부결시켰다. 이에 노조 집행부에 대해 해고자 조합활동과 신분보장을 요구하며 99년 12월 11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해고자와 노조 집행부의 쟁점은 첫째, 신분보장문제 - 집행부 입장은"고소고발이 취하되면 자동 해소라고 주장하며, 향후 해고자 투쟁은 집행부와 논의해서 시행하라"고 주장. 해고자 입장은 향후 "집행부와 논의하여 투쟁을 전개하되 해고자들의 신분보장과 자주성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둘째, 원직복직 문제 - 집행부는 "집행부 방침에 따라 단계적으로 복직을 요구"하며, 해고자는 "노조식당 직영화가 절실하므로 원직복직을 분명히 명시"해서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것이었다. 노조 집행부와의 면담이 성과없이 계속되자 농성단은 1월 1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상경을 준비하였으나, 직전에 집행부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징계해고자들은 제외)하여 농성단의 요구를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농성을 마무리하였다. 결국 2월 16일 노사협의 결과 정리해고자 133명중 1차로 60명을 다음달 중으로 복직시키고 위로금 1,500만원을 수령한 직원 73명은 위로금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6월까지 전원복직하게 됐다. 그런데 이번 복직은 회사가 지난해 흑자에 이어 올해도 160만대 생산목표를 위해 인력충원이 필요하게 된 배경도 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내에 있던 남성 정리해고자(생계대책위), 징계해고자(해고자복직투쟁위), 식당여성조합원 등의 해고자그룹 중 생계대책위는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식당여성 조합원 144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복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은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측은 다시 회사직영으로 돌려야 하는 원직복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평가>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직접 고용되어 있지만, 고용형태가 '임시직·계약직' 혹은 '시간제'라는 이유로 갖가지 차별을 받고 있는 불안정노동자들의 경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철폐"를 요구로 조직화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은 사용자와 직접적 고용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단위노동조합의 관계설정이 일차적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즉 단위노조가 이들을 포괄하려 하거나 이들이 단위노조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단위노조와 어떤 관계를 가지게 되는가는 단위노조가 비정규직의 도입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좌우되는 것같다. 규약이나 단체협약에 조합원 규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가보다도 단위노조가 비정규직의 확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특히 이런 유형의 불안정노동자들이 재계약거부의 위협을 항상적으로 받고 있는만큼 노동조합이 이들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는가가 문제가 된다.
비정규직 확산에 대한 단위노조나 정규직노동자들의 태도가 이중적인 면도 있다. 비정규직의 도입이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경우에도, 특정한 업무(예를 들면 단순업무나 기피업무)에 비정규직이 도입되는 것은 수긍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일정한 업무는 외부화하거나 비정규직에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측의 논리에 포섭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번 비정규직이 도입되기 시작하면 이제까지 정규직이 담당해오던 다른 업무에까지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기업의 상시적·계속적 필요가 있는 업무라면 비정규직을 도입할 수 없다는 원칙을 관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당장의 역관계상 이것이 어렵다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상의 모든 규정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동등하게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위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적극적으로 조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정규직 조합원들의 차별의식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극적 자세가 장애가 될 것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참가하게 되면 그만큼 노동조합은 아래로부터 긴장감을 얻게 되고, 정규직 조합원들과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일상적 프로그램들을 고민하게 된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의식을 탓할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 스스로가 노동자들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벌여 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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