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3호 | 2000.05.30
첨부파일
social43.hwp

한일정상회담과 한일투자협정 -- 모리가 한국에 온 이유 --

편집부
5월 29일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한일간의 사전협의를 내세워 일본의 모리총리가 방한하였다. 그러나 핵심적인 것은 경제적 의제로, 지난해 11월 마닐라 `아세안+3' 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제안한 `한·중·일 3국 경제협력 공동 연구'의 구체적 실천 방안에서부터 한일투자협정의 연내 체결, 궁극적으로는 한일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을 통한 역내 교역자유화에 이르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新)시대의 일본식 경영이란?

일경련은 1995년 '신시대의 일본적 경영'을 내세워 과잉축적, 과잉생산에 기인한 소위 거품경제위기를 극복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도산법, 회사법이 개악되어 자본은 회사의 파산, 분할, 설립을 자유로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파견법, 직업안정법 등을 함께 통과하면서, 고용파괴에 따른 파트, 임시, 파견과 같은 비정규고용 노동자가 급증하고 실업율이 5%를 넘나들게 된다. 게다가 실업급여를 줄이기 위해 고용보험법을 개악하려 하는 한편 직장내 인간관계의 파괴, 노동자 건강과 안전의 경시에 따른 산재사망, 직업병이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자살이 증가하고 지역과 학교에서 폭력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놀란 정권과 자본은,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를 내세우지만, 오히려 도청법, 전자주민카드 도입과 같은 '국민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만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군국주의적 내용이 담긴 기미가요 제창, 일장기인 히노마루 게양 등을 법제화하는 한편 군대의 해외파견을 가능하게 하는 가이드라인법 제정 등으로 '제국주의화'가 진행되고 있다.

'엔블럭' 구축? '대동아 공영권'의 부활 !

금리 0%대에 달하는 과잉축적의 위기에서 일본 과잉자본의 해외진출은 당면한 위기극복의 가장 주요한 지렛대이다. 한국을 비롯한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아시아 경제위기에 맞춰 97년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차관이 내놓은 아시아기금(AMF) 창설안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최근 태국 상업장관이, 또 있을지도 모르는 금융위기의 극복에 도움을 줄 것이므로 이 기금 창설안을 부활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던 아시아기금(AMF)은 일본의 강력한 이해에 의해 이번 ADB연례회의와 한·중·일 3개국의 별도 회의에서 주의제로 채택되어 참가국들이 진지한 검토를 하도록 설득될 것이다.
한편 자본의 지구화는 지역블럭의 강화와 함께 나타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체결 이후 미국은 이를 전미지역(FTAA)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고, 달러화(Dollarization)가 거론될 정도로 미주지역의 미국 동조화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유럽의 통합과 유로(Euro)화폐의 창설 등이 그것이다. 이를 배경으로 자본의 지구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일본은 아시아를 묶는 엔블럭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일본의 중심적인 노총에서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를 반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에 필적하는 자유무역권

엔블럭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투자협정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WTO 씨애틀 각료회의에서 의제로 합의하려던 '다자간 투자협정'이 전세계 노동자 민중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투쟁에 의해서 좌절된 이후, 일본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 각료회담 결렬로 세계무역자유화의 기류가 바뀌었다. 일본은 이제 양자간 또는 지역 차원의 협정에 바탕을 둔 접근방법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얼마전 사망한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고려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유럽통합도 50년전까지만 해도 단 '꿈 이야기'였다"며 '일한 양국이 핵이 되어 유럽연합에 필적하는 자유무역권을 만들어 낸다는 꿈'을 피력한 바 있다. 이를 위하여 "일한은 ……역사문제를 넘어서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라도 큰 공동목표를 걸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자유무역이다. 축구도 괜찮은데 충분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투자협정은, 투기를 구분할 수 없는 '광범위한 투자의 범주' '투자자에 대한 내국인대우와 최혜국대우' '국적조항 금지 및 의무이행 강제의 금지' '정부의 투자자산에 대한 수용과 그에 대한 보상규정', 그리고 자본이 직접 정부에 제소할 수 있는 '분쟁과 관련한 조항' '자유로운 송금 및 세이프가드 폐지' 등을 담고 있어 앞에서 언급한 엔블럭의 기반이 될 것이다. 한편 이러한 조항은 거의 모든 투자협정에 담겨 있지만, 각국의 경제적 조건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진다. 그리하여 한미투자협정은 스크린쿼터문제로 영화인들이, 한칠레자유무역협정은 농업문제로 전농을 중심으로 한 농민들의 투쟁이 끊이지 않는 것이 그 이유이다.

수미다 그리고 진지(眞摯)조항

한일투자협정은 일본 외무성 담당자의 표현대로 '세계 어떠한 투자협정에도 없는' 진지 규정을 담을 것을 일본이 요구하고 한국정부에서 수용한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한국에 진출하는 일본기업의 노동애로 사항을 다룰 별도 협의회를 설치해 줄 것', '노동문제 중재기관이 공평적으로 분쟁을 처리할 것'이라는 조항을 일컬어 '진지(眞摯)규정'이라 한다. 그리고 법률을 엄격히 운용하도록 공적 기관의 책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제도자체의 개정을 종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와 자본은 수미다의 사례를 들면서, 한국의 노사분쟁에 대한 불안이 아직 뿌리깊고 대한 투자의 최대 장애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근거아닌 근거를 대고 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마산자유수출지역에 있던 일본계 철새기업 수미다가 노사분규 때문에 오로지 팩스 한장으로 폐업을 통고하고 중국으로 옮겨갔을 때, 노동자들이 일본으로 원정까지 가는 생존투쟁을 벌린 사례를 예를 들고 있는 것이다. 결국 노동부도 어쩌지 못하는 국가간의 협약에 의해 노동자의 기본권과 생존권은 질식당할 것이다. 진지조항이 없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체결된 '노동과 환경에 관한 부속협정'조차도 무용지물이었던 것은 타산지석이다. 그리고 이 협약은 통상의 관례대로 조인 이후 10년간 유효하고 파기하더라도 10년간 효력을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유무역협정 체결과 한·중·일과 아시아권 자유무역지대로 나아갈 것이다.

외자유치의 구호아래 국내독점자본의 해외진출 보장

WTO협정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완전고용, 환경보호, 지속가능한 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그 수단으로 무역 장벽를 해체, 축소하는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은 소득재분배 시스템의 결여, 환경과 인권에 관련된 비용을 적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나타나는 시장의 실패, 그리고 국제독점을 규제하는 시스템의 결여, 유효수요 부족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씨애틀에서의 WTO각료회의 저지투쟁은 이에 연유한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외자유치를 목표로 내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칠레와의 투자협정과 자유무역협정은, 그 실효성은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보수언론조차도 금융 불안이 심화하고 중소기업의 붕괴하는 것은 물론 실업은 물론 인권, 환경의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실제 북미자유무역협정에 의해 미국에서만 4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으며, 멕시코의 경유는 2만~2만8천개의 중소기업들이 초국적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도산하고 약 200만의 공식부문 일자리가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이러한 부작용을 예상하면서도 김대중정권이 투자협정 체결을 강행하는 이유는, 8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자본의 축적위기 대응전략인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OECD 가입 등은 80년대 말 이후 50%를 상회하는 증가율을 보여온 국내자본의 해외직접투자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한일투자협정을 포함한 투자협정,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국가간의 협약으로 국내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체제가 제도적으로 고착되고, 자유무역의 기치아래 아시아의 엔블럭화, 그리고 미주지역의 달러화에 편승하여 국내독점자본의 3세계로의 진출만이 있을 뿐이다. 한일투자협정의 저지없이는 자본에 대한 일국적 통제는 불가능한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주제어
경제 국제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