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5호 | 200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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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용역노동자 노동권 쟁취와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출범을 맞이하여

편집부
파견·용역노동자를 비롯한 불안정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5월 26일 노조를 결성한 방송사 비정규운전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쟁취 투쟁을 비롯하여, 이랜드 부곡물류센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도급제 철폐투쟁, 대상식품 사내하청노동조합의 투쟁 등 파견, 용역, 사내하청, 노무도급 등 다양한 간접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쟁취와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은 몇몇 소수의 움직임이 아니라 간접노동과 불안정노동자층이 이미 노동자 구성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과 이들이 처한 노동조건 자체가 순응하고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처지라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이다.
민주노총의 경우도 지난 6월 3일의 [비정규직 노동자대회]를 필두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철폐"를 주장하면서 다양한 투쟁을 기획, 추진하고 있으며, 민주노총 중앙 차원에서 '비정규직 투쟁기획단'을 구성하고 6월 말까지 전국 집중 선전전, 대중집회 등을 배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민주노총의 2000년 3대 요구 중 하나였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철폐"가 현장의 투쟁열기와 맞물리면서 6-7월을 관통하는 주된 투쟁의 요구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들어 불안정노동자의 문제가 운동진영 전체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지점들이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안정노동의 철폐' 관점과 기조를 분명히 해야

우선 투쟁의 기조에 있어 '불안정노동의 철폐'라는 관점이 분명히 세워져야 한다. 불안정노동이 양산되고 있는 구조적 요인을 비껴가면서 겉으로 드러난 차별적 상태의 시정에만 치중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미 올해 초부터 정부는 각종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지침을 마련해 일선현장에 전달해 왔다. 또 4대 보험의 적용범위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계속 확대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지침(형식적인 지침이지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불안정노동자의 기본권이 유린되고, 극심한 차별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노동의 유연화'라는 정책기조가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에게 '노동의 유연화'는 노동자에게는 '극단적인 노동의 불안정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듯 불안정노동이 구조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속에서는 그 '불안정성'을 무기로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려는 자본의 전략을 막아내기란 힘들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요구는 무제한적으로 노동을 불안정화하려는 구조조정 전략에 대한 대응이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통의 투쟁과제로서 분명하게 제기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제도개선투쟁이 현장의 대중투쟁과 괴리되어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은 불안정노동자 스스로의 조직화와 투쟁을 최대한 지원하고 연대하는 가운데 전개되어야만 한다. 이미 지난 해부터 불안정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과 투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민주노조운동의 주체가 확대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의 내용과 조직형태가 확장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관련 법·제도 개선문제는 불안정노동 철폐의 요구를 분명히 하면서 대중적 투쟁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획으로서 배치되어야 한다. 법·제도 개정문제는 자칫하면 법률 전문가들만의 구상과 상층차원의 청원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많다. 또 현장에서는 당면투쟁을 유보하고 상층협상만 지켜보는 대기주의, 대리주의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제까지의 노동법 개정투쟁의 역사가 그러했던 것처럼 비정규직 관련 법·제도 개선의 문제는 불안정노동 철폐의 요구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면서 대중적 투쟁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로서 배치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상반기 임단투, 하반기 법제도개선투쟁이라는 민주노총의 계획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당장 파견법 철폐와 같은 요구는 당면한 파견·용역노동자들의 투쟁을 엄호하고 집중시키는 것으로서 전면화되어야 한다.

공대위의 출범이 간접고용 철폐 투쟁의 촉발점이 되어야

최근 노동사회단체가 연대하여 [파견·용역노동자 노동권 쟁취와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려 하는 것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이다. 공대위(준)은 당면한 파견·용역노동자들의 조직화와 투쟁을 지지·엄호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간접고용 철폐를 사회적 투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견, 용역, 사내하청, 노무도급, 업무위탁 등 고용형식은 달라도 사용사업체와 간접적 고용관계를 맺고 이중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불안정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 쟁점화 시키고, 불안정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추동하는 것을 주된 활동내용으로 잡고 있다. 현재 사회진보연대, 전국노동단체연합, 비정규직노동자전국모임, 비정규직노동자지원연대,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민중의료연합, 민주노동당, 영등포산업선교회 등이 공동준비주체로서 참가단체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공대위(준)는 내부에 조사상담팀, 조직투쟁팀, 법률지원팀을 두고 당장 파견계약기간 2년이 되어가는 파견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해고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간접고용의 실태와 문제점을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오는 16일 파견·용역운전노동자들에 대한 방송사측의 부당해고 및 부당전환배치를 다투는 고소장을 법원에 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다음주 중 노동부의 직무유기를 항의하는 면담요청과 집회로부터 본격적 활동을 전개하려 하고 있다.
공대위는 파견·용역노동자를 대규모로 사용하고 있는 업종 및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화를 지원하는 조직상담, 방송사비정규운전직노동조합의 투쟁, 이랜드 부곡분회 파업투쟁, 대상식품 사내하청노조의 투쟁 등 당면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통해 간접고용 철폐의 사회적 공감대를 확장시켜내고, 불안정노동자들의 투쟁이 노동유연화에 반대하는 투쟁 나아가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주제어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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