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5호 | 2000.06.13

기획연재 -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 사례와 평가 6

편집부
◇ 불안정노동자 조직화 사례와 평가 6 (마지막회) ◇

(4) 영세사업장 노동자·건설일용노동자의 조직화 사례

서울지역 의류제조업 노동조합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노조가 결성된 뒤 1988년에야 합법성을 쟁취한 청계노조는, 주변의 의류제조업노조 및 단체들과 연대사업을 하면서 휴·폐업이 빈번한 영세의류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단위노조보다는 지역노조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1989년 말부터 서울지역의류제조업노동조합 건설과 관련한 토론을 진행해왔다. 이어 1997년부터 서의노(준)남부지부와 서의노(준)북부지부가 결성되고 1998.4.26. 드디어 서울지역의류제조업노동조합이 건설되었다. 이렇게 출범한 서의노는 서울지역의 의류제조 및 유통노동자 약 30만명을 조직대상(현재 조합원수 약70명)으로 하고 있다. 1998년 서의노 출범시 제출된 사업기조로는 첫째, 조직활동 : 지부활동을 통한 풍부한 대중활동을 활성화하여 중견활동가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부문조직으로 재편, 둘째, 조직활동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법·제도투쟁 ; 1) 영세노동자들에 대한 실업급여 적용을 위해 고용보험법의 인원제한 규정을 철폐, 2) 공장 밀집지역으로까지 고용보험사무조합을 확대·설치, 3) 고용보험사무조합 운영에 대해 서의노의 주도적인 참여를 보장, 4) 노동부에서 수십년동안 방치해온 미등록 사업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수립(영세업체의 원하청 관계를 분명히 밝혀내고 원청과 가게에서 실제로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함), 5) 노조에서 직업훈련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업훈련예산을 편성 등을 과제로 잡았다. 그런데 당시는 IMF체제에 돌입한 직후로 영세사업장의 부도가 속출하면서 실제 서의노의 주된 활동도 체불임금 해결, 고용보험 전면적용 쟁취투쟁, 현장조직화에 맞추어지게 되었다. 이어 1999년에는 서의노의 청계지부·남부지부·북부지부의 지부조직강화사업, 고용보험 사무조합 운영, 현장 노동조건 개선투쟁사업, 업종위원회 건설사업을 4대 사업계획으로 제출한 바 있다.
1997년 이래 의류제조업에서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제도가 실질적으로 붕괴되면서 서의노의 고민은 다양한 업종별 조직화를 통해 사업주집단과 노조가 집단교섭을 전개할 수 있는 의류산업별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맞추어지고 있다. 즉 기존의 지부단위를 와이셔츠업종·신사복업종·숙녀복업종·재래시장 등의 업종위원회로 전화시키고, "동일업종에 동일 근로조건!"을 목표로 현장조직화 및 다양한 대중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또 통합된 민주화학섬유연맹 내의 섬유분과에서 활동하면서 미조직노동자 조직화를 담당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서울남부지역 금속노동조합

남부금속노조는 서울 남부지역에서 규모에 상관없이 금속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다. 주요업종은 전기전자, 기계금속, 금속설비 등으로 그 조직대상은 약 1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7개 사업장의 분회(한국KDK, 미강, 삼보, 아이리스, 영일, 광진)와 2개 지회(구로영등포, 금천)의 약270여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1988.9.4에 결성되어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남부금속노조는 98-99년 경제위기와 노조탄압기를 조직확대와 조직강화로 돌파해왔다. 이 기간동안 임금체불과 정리해고, 노조탄압 공세가 더욱 거세졌고, 임단투는 무력화된 속에서 임금과 노동조건은 계속 저하되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남부금속노조는 조직확대사업과 조직강화사업을 꾸준히 벌여 냈다. 먼저 조직확대사업의 경우, 지역산별건설을 목표로 지역 중소노조들간의 통합사업과 현장 조직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조직화의 형태는 분회건설사업과 개별 노동자 조직사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단 분회가 건설되면 임단협을 가능한한 빠르게 진행한다. 또 체불임금상담, 지역문화활동, 지역선전전 등을 통해 조직화의 풀을 형성한다. 그리고 조직강화사업의 경우, 선거구별로 정기적인 조합원 교육을 강화하고 특히 간부교육을 체계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 아주머니 대상사업으로 부녀부모임을 조직하려 추진하고 있다. 또 조합원의 복지를 위한 신용협동조합을 분소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이후 분회를 중심으로 한 임단협에서 지회까지 포함한 집단교섭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개별조합원을 위한 임단투의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조합원이 한 명이라도 있는 곳에서는 임단협을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 그밖에 지역노조에 걸맞는 투쟁형태로서 지역투쟁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99년의 경우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표준생계비 확보와 상여금의 현실화, 42시간 노동제 확립, 공휴일 휴무제 실시, 고용안정을 요구로 내걸고, 조합원이 참가하는 집회와 시위, 농성, 고소고발상담 등을 벌여냈다.

서울지역 사무전문서비스직노동조합

99.4.10 결성되어, 조직화대상 100만명에 현재 조합원수 약 100명이다. 기업들마다 대량감원을 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한 중소기업 사무전문서비스직 노동자는 노사협의 없는 일방적인 임금삭감, 체불, 악화되는 근로조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근로기준법 상의 최소한의 권리도 누리지 못한 채 권고사직, 대기발령 등의 형태로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또한 임시, 일용, 계약직등 불안정고용이 증대되고 있다.
서사노는 동일한 지역에서 동일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라면 어느 기업에 다니느냐 또는 취업자냐, 실업자냐, 그리고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를 불문하고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기 위해 지역노조로 건설되었다. 노조를 만들지 못한 사무전문서비스직 노동자가 서울지역에만 100만명이 된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있는 중소기업 사무직, 학원강사, 학습지교사, 정보통신관련업, 광고기획업등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사무, 전문, 서비스직 노동자들과 실직자 및 구직중인 미취업자가 모두 사무직 지역노조의 가입대상이다.

지역노조연대회의

1995년, '4인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위한 공대위'활동을 기반으로 제1기 지역노조연대회의가 건설된 이후, 1998년 '고용보험전면확대적용을 위한 공대위' 활동을 기반으로 1999.10에 다시 제2기 지역노조연대회의가 건설되었다. 현재 지역노조연대회의에는 서울남부지역금속노조, 서울경기지역설계노조, 서울지역건설일용직노조, 서울지역사무전문서비스직노조, 서울지역의류업노조, 서울지역인쇄노조, 서울지역여성노조, 서울지역제화노조, 성남지역제화노조,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전국애니메이션노조, 북부사랑노동자회(참관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노조연대회의는 공공연하게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를 자신의 과제로 천명하면서,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통해 지역노조연대회의를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의 주요단위로 설정할 것, 민주노총 차원에서 조직화 계획을 세울 것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참여조직들의 활동은 두 축으로 진행된다. 첫째 대부분의 지역노조가 연맹을 중심으로 일상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연맹의 활동 속에서 비정규직·미조직노동자 조직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선전해 내는 것과 둘째 서로간의 일정조정을 통해 공동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전의 지역노조간 연대활동이 주로 법제도개선투쟁을 위한 사안별연대의 성격이었다면, 이번 지역노조연대회의는 비정규·미조직노동자 조직화의 주체를 자임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를 위한 활동계획으로 지역노조연대회의는 첫째, 비정규·미조직노동자에 대한 지속적인 현장조사정책사업, 둘째, 취업알선, 직업훈련(기술학교), 공공근로참여, 고용보험사무조합 운영 등을 통한 조직화 사업, 셋째, 근로기준법·4대보험의 실질적용 등 법제도개선투쟁을 잡고 있다.

<평가>

지역적·업종별 동질성은 있지만 안정적인 기업별 노조조직화가 곤란한 중소영세사업장을 중심으로 조직된 지역노조는 1990년대 이후 일정한 정체상태에 빠지면서 다각도로 조직발전전망을 모색하고 있다.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의 분산과 잦은 휴폐업 상황 속에 조직화의 공략지점들이 분산되고, 지역적 차원에서의 단체교섭 시스템이 붕괴되고, 지역노조의 인적·재정적 기반이 취약해지는 등등의 어려움 속에서, 지역노조가 모색하는 활로는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되는 것같다. 첫째는 조직통합과 확대전략으로 인적·물적 집중성을 확보하고 집단적 교섭시스템을 복구하려는 시도로서, 중소기업에 대한 조직화·지역노조간의 통합·소산별노조로의 조직화 등이 그 방향이다. 특히 전체 노동조합운동 차원에서 산별노조 건설흐름이 가시화되면서 지역노조의 업종별 소산별건설노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것같다. 둘째는 법제도개선투쟁을 통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확보전략이다. 근로기준법과 임금채권보장법, 4대보험이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되어 온 것에 대해 전면확대적용을 요구하는 것, 영세사업장에 대한 노동행정감독강화 요구와 같은 전통적 요구 이외에도, 고용보험사무조합 운영, 공공근로나 자활사업 참가, 직업훈련이나 취업알선사업 등 영세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을 쟁취하려는 요구들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영세사업장의 경우 개별 사용자와의 교섭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애초부터 제한되어 있고, 지자체나 정부를 상대로 제도개선을 요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현실적 고민이 닿아 있다.

이러한 지역노조의 모색 속에 공백으로 남아 있는 지점들은 어떻게 현장단위의 조직력을 확보할 것인가, 어떻게 집단교섭으로 한정되지 않는 지역노조의 일상적 활동전형을 만들어낼 것인가 등의 문제일 것이다. 사실 현재의 지역노조는 기업별 노조와 다른 질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기보다는 지회·분회 등의 체계를 통해 안정적인 기업별 노조가 곤란한 조건들을 보완해 주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현재 지역노조의 조직발전전망도 업종별 조직화나 지역노조간의 통합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지역적 기반 속에서의 일상활동과 연대활동에 대한 고민은 부족한 것같다. 최근에 여성지역노조나 지역일반노조 건설흐름들이 가시화되면서 지역노조의 활동전형을 정립하기 위한 실험들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경험들이 축적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산별노조건설의 움직임과 맞닿으면서 (기업별이 아닌) 지역단위 조직화라는 '조직형태상의 이점'만이 부각되고 있는 듯하다.

지역노조에 걸맞는 활동정형을 만들어내기 필요한 것들로서 우선,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불안정노동자에 대한 조직화의 계획이 있다. 이전의 조직대상이었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이외에도, 노동의 불안정화에 따라 양산되고 있는 다양한 불안정노동자층(일례로 파견·용역노동자, 임시직·일용직 노동자 등)을 조직화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불안정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요구 이외에도 생활상의 요구에까지 착목하여 다양한 사업을 벌여내는 것이 필요하다. IMF체제 돌입이후 공공근로사업이나 실업자지원사업, 자활사업, 직업훈련과 취업알선 등의 정부실업대책의 현장이 지역노조의 사업계획과 겹쳐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계기들을 통해 기초적으로 조직된 불안정노동자들을 노조활동의 주체로 세워내기 위한 계획들이 필요하다.
둘째, 집단적 교섭에 한정되지 않는 지역적 투쟁들을 벌여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지역노조들의 고민은 조직체계 정비와 확대를 통한 집단교섭체제의 복구에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현실적으로 집단교섭이 없는 노동조합의 정체성을 사고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집단교섭과 투쟁의 의제들을 확장시켜내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주제어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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