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7호 | 200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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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속'과 '구조조정의 반복'

김대중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비판

편집부
제2의 경제위기설 확산, 현대사태, 종금사위기를 거쳐 금융시장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던 정부가 이번에는 보다 종합적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지난 6월23일, 정부는 재경부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200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하 '방향')을 확정/발표한 것이다. '방향'은 모두 5개 항목으로 이루져있고 그 내용은 △안정기조속의 지속성장기반 확충 △2단계 구조개혁의 완료 △디지털-지식기반경제로의 이행 촉진 △국민 삶의질 향상(생산적 복지) △남북 및 대외경제협력 추진등이다. 이중에서 무엇보다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안정속의 지속성장'으로 표현된 하반기 거시경제정책 기조와 급류를 타고 있는 2단계 기업·금융구조개혁 관련 정책들이다.

'안정'과 '지속성장'으로 포장된 '저금리-저물가 체제'는 무엇을 의도하는가

'방향'의 총기조를 설정해주는 거시경제정책 기조는 '경제의 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 6월16일 있었던 IMF와의 마지막 정책협의에서 결정된 연간 경제성장률 8%내외, 물가 2.5%이내, 장기금리 안정기조 유지, 경상수지 흑자 120억달러, 실업률 4%내외 등의 장미빛 전망과 목표가 줄줄이 열거되어있다. 그러나 이같은 '저물가-성장체제(신경제)의 공고화'라는 '방향'의 거시경제적 목표는 그 낮은 실현가능성을 따지기에 앞서 민중생활의 '안정'과 '성장'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이 우선 지적되어야한다. 왜냐하면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이란 실상은 민중의 생활안정을 위한 물가안정이 아니라 '비용측면의 물가안정대책'으로서 노동자 임금(지급)비용과 농민수입분을 물가불안요인으로 지목하여 이를 절감함으로써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중생활과 실질임금 위협의 가장 커다란 적(敵)인 물가를 잡겠다면서 역으로 민중생활의 보루인 임금을 물가부담요인으로 잡는 모순적이고 비과학적인 반민중적 이데올로기가 그들의 경제학을 지배하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거시경제에서의 '저금리-저물가'의 정책조합은 주식·채권등 자본투기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절대절명의 과제인 바, '방향'상의 정부 재정·통화정책은 2단계 금융구조조정의 원할한 추진과 주식·채권시장 부양을 위한 '장기금리안정'과 '긴축재정-신축금융' 정책간의 조합을 핵심적인 특징으로 하고 있다.

기업개혁 : 주식형 사모펀드, M&A 전용 공모펀드 허용

2차 기업개혁과 관련하여 '방향'에서 밝히고있는 정책방향의 핵심은 재무구조개선과 투명성 제고를 통한 '시장참여자의 시장감시 기능강화'와 '수익성위주·주주위주 경영의 정착'이다. 이를 위해 '방향'은 기간의 '5+3원칙'에 의한 재벌개혁성과를 바탕으로 상장기업의 [기업지배구조모범규준(재경부)] 준수여부를 공시토록하고, 6월26일에는 이헌재 재경부장관이 직접 미국식 종업원지주제(ESOP) 도입을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는 최근 투자신탁회사가 100명 미만의 고객에게서 자금을 모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주식형 사모(私募)펀드를 다음달부터 허용하는 한편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방향'에서는 기업지배구조개혁을 활성화시킨다는 이유로 M&A전용 공모(公募)펀드까지 허용할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M&A를 제약하는 각종의 장애요인들은 이제 완전히 제거되게된 것이다. 주식형 사모펀드 허용만으로도 특정회사의 주식을 100% 취득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뿐더러 M&A만을 위해 투신사등 기관투자가들이 공모하여 설립하게되는 M&A전용 공모펀드까지 허용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의 진보성에 관한 신자유주의적 합의"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이같은 조치와 정책들의 의미는 매우 분명하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함을 통해 금융자본가와 금융적 이해에 종속된(시장참여자) 노동자를 양산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소유권의 극단적인 옹호를 실현하고, 다른한편으로는 노동권의 해체 또는 불안정화를 기도하기위함인 것이다. 금융세계화에 편입되지못한 나머지 위기를 초래했던 재벌지배체제는 이제 우리에게 또다른 위기를 안겨줄 금융세계화를 앞당기기위한 기업개혁의 대상이자 주체로서 그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이게된 것이다.

금융개혁 :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정부는 '방향'에서 밝힌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을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그동안 있어왔던 은행의 동일인 소유지분한도 4%규정은 금융전업가에게 거의 완전하게 허용되게된 것이며, 소유한도 10%까지는 금감위의 승인없이 신고만으로도 보유할 수 있게됬다. 금융전업가란 일반산업외에 금융업만을 영위하는 개인 또는 기업을 뜻하는데, 여기에는 계열분리된 후 5년 이상의 재벌도 포함된다. 그러나 재벌에게도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의 경우에는 이같은 기간제한이 없다.
이같은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방향'은 금융의 대형화와 겸업화를 통한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경쟁력강화를 거론한다. 또 이미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자유화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갖가지 문제점들과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제한하기위한 불가피한 법제정이라고 항변하기도한다. 그러나 이 법의 제정이 기왕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자유화에 따른 문제점을 통제/보완하기위한 조치라는 항변은 말그대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에 의한 우회적인 금융지주회사 설립 허가조치와 지주회사법 제정으로인한 설립자유화 조치간의 파급효과는 비교되지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의 문제의식은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라는 금융구조조정의 대전제에대한 전혀 다른 인식과 금융'지주회사'라는 기업조직형태에 대한 반대입장에 기반하고 있다. 정부와 부르조아 이데올로그들은 세계적인 금융경쟁의 격화와 대형화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의 금융기관 역시 마땅이 대형화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금융기관을 다 합쳐봐야 세계 100대 은행에도 끼지못하는 형편에서 무한금융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 과연 대형화에 있을까를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신자유주의자들의 대안이란 결국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초민족 자본과 제국의 금융질서로의 안정적인 종속을 의미할뿐인 것이다. 또한 금융지주회사라는 조직형태 역시 금융의 선진화라기보다는 금융과 기업을 주식소유자의 소유권아래 철저하게 종속시켜 그 사회적 통제와 국민국가적 조절을 무력화시키는 출발점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정부적이고 극단적으로 불안정할뿐만아니라 거대 초민족 자본과 제국의 영향력을 제어하기위한 어떤 수단도 존재하지않는 시장의 감시와 통제를 보다 효율적인 사회적 통제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말이 없다.

'위기의 지속'과 '구조조정의 반복'은 이제 끝나야한다.

이밖에도 '방향'은 해외여행경비등 거주자의 대외경상지급거래한도 철폐와 해외증권 취득자유화등 외환거래에 대한 잔존규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2단계 외환자유화의 실시나 적극적인 국제금융체제 개편논의에의 참여등 대외경제협력과 관련된 정책들이 짧막짧막하지만 분명한 정책방향으로 제시되어있고, 한미·한일투자협정으로 대표되는 대외개방조치들의 '철저한 이행'등이 포함되어있다. 또한 공공부문과 노동부문 개혁 역시 아직 끝나지않았음을 재차 확인하고 있으며, 특히 공공부문 개혁과 관련해서는 올해내 4만1천명(!)의 인원감축을 명시하고, 전력산업의 사유화를 추진하기위한 '전력산업구조개편에 관한 법률'이나 포철·송유관공사등의 사유화는 올해내로 마무리 지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한달여가 지나면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지 2년 반이 된다. 그간 우리는 1년반이면 위기가 해결된다는 둥,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참고 나누어 함께 이겨내자는 둥의 숱한 구호와 협박아래 살아왔다. 그러나 2년반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을뿐더러 김대중 정부는 또다른 구조조정을 재개하고 있다. 이제는 끝내야한다. 2차 구조조정은 제2, 제3의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을 가져올뿐이다. 금융세계화를 위한 구조개혁이 아니라 금융세계화가 야기하고있는 고용의 불안정화와 노동규율의 강화에 맞선 끈질기고 완강한 투쟁과 연대만이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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